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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뉴스 "그 안에, 모든 감정 있었다"…차주영, '원경'의 얼굴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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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02.19 16: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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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 많이 울었어요. 때론 도망가고 싶었죠."


왕관의 무게는, 진짜였다. 머리에 독한 왁스를 발라 고정하고, 5kg에 가까운 가체를 썼다. 그것도 하루 20시간 이상. 다섯 겹씩 전통의상을 걸쳐, 화장실조차 제대로 갈 수 없었다.


"촬영하면서 신체적으로 무너졌어요. 머리 감을 때마다 (왁스를) 한참이나 물에 녹여야 했죠. 탈모에 목 디스크까지 왔어요. 잇몸도 무너지고, 물리치료를 받아야 했어요."


마음의 왕관은 더 무거웠다. 실존 인물인 원경왕후를 다룬다는 건, 보통 일이 아니었다. 게다가 일대기다. 10대부터 노인까지 연기한다. 갈수록 책임감이 더 커졌다. 


"책임감에 짓눌렸던 것 같아요. 숨도 잘 안 쉬어졌죠. '언제 끝나지?' 이런 생각이 들더라고요. 끝나면 분명, 이 순간이 그리울 거라는 걸 알았지만 심리적으로 정말 힘들었어요."


그만큼, 원경왕후는 차주영에게 강렬한 기억으로 남는다. 심지어, 아직도 원경을 떠나보내지 못했다. 촬영을 회상하다가도, 갑자기 울컥할 정도였다. 


'디스패치'가 최근 차주영을 만났다. 그는, "용기를 내어 인터뷰를 한다"고 고백했다. "원경을 어떻게 보내야 될 지 잘 모르겠어서, 이야길 풀어내고 싶었다"고 말문을 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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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대기에 도전하다"


'원경'은 원경왕후의 시선으로 여말선초를 그린 작품이다. 프리퀄 2회를 포함해 총 14회차의 짧은 분량. 그 안에서 원경의 삶 전체를 다뤄야 했다. 


"마침, 사극 대본이 몇 가지 들어왔습니다. '원경'은 그 중에 가장 매력적이고, 과감했던 작품이었어요. 제 연기 인생에, 누군가의 일생을 감히 그려보는 행운이 또 있을까요?"


차주영은, 그 순간을 떠올리며 "참 용감했다. 정말 근거없는 자신감이 들더라"며 "내가 잘 해낼 수 있을 것 같았다. '난 잘 할거야!' 하면서 도전했다"고 웃었다. 


연기의 시작은, 캐릭터에 대한 이해다. 그러기 위해 필요한 건 철저한 공부. 문헌을 뒤지고, 책을 읽었다. 다큐멘터리와 드라마도 봤다. 여러 선배들의 연기도 참고했다.


그러면서 든 생각은, 쉽지 않겠다는 것. "정보가 많지 않았다. 게다가 선배들의 원경이 너무 강렬했다"며 "이미 각인된 원경의 이미지를 벗기기 힘들 것 같았다"고 말했다. 


어려운 캐릭터인 만큼, 더 욕심이 생겼다. 팩트에 상상력을 가미해, 차주영만의 원경을 만들면 어떨까. 그렇게 스스로에게 물었다. 


"역사는 흥미로우면서도 불친절해요. 기록 외의 나머지 이야기는 모르는 거니까요. 와전될 수도 있고요. 팩트는 가져가되, 빈 부분은 제가 가진 모든 걸 동원해 채워보자는 마음이 들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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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차주영이 곧, 원경이었다"


차주영의 열연은, 박수 받기에 충분했다. 용감하고 주체적인 소녀, 사랑에 진심인 여인, 권력을 가진 왕후, 모진 희생에도 인내하는 어머니, 산전수전 다 겪은 노인…. 그 모든 변화를 세밀하게 그렸다.


특히 원경의 다채로운 얼굴, 그 안에 '사랑'을 녹였다. 


"원경이 선택하는 그 모든 것에, 사랑이 있다고 느꼈습니다. 그리고, 선택에 대한 책임이요. 남편에 대한 사랑, 자식에 대한 사랑, 백성과 신하에 대한 사랑…. 모든 연결고리가 그랬던 것 같아요."


후반부로 갈수록, 감정의 밀도는 더 짙어졌다. 그도 그럴 게, 원경이 겪은 불행은 상상을 초월한다. 사랑하는 남자에 의해 집안이 멸문당했다. 어린 아들도 병환으로 잃었다. 


"원경은 제가 아는 비극 중, 가장 슬픈 것 같아요. 안 됐다는 생각이 컸죠. 그렇다고 불쌍함을 연기하고 싶진 않았어요. 원경의 상황을 과하지도, 부족하지도 않게 구현하는 게 제 몫이었습니다." 


노인의 고단함도 자연스럽게 표현했다. "이야기 속에서 시간이 흐르며 원경도 지쳐간다. (다행히) 저도 체력적으로 소진될 즈음, 나이가 든 연기를 하게 됐다"고 전했다. 


"원경이 모든 걸 후회없이 한 상황에서 노인이 됩니다. 눈을 뜨고 감는 것도 더 힘들테고, 걷는 것도 느려질 테죠. 그런 목소리 톤 변화, 호흡 조절, 자세 등을 고민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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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차주영이 만든, 명장면들" 


차주영 덕분에 탄생한 명장면들도 있다. 예를 들어 원경과 친정 어머니의 오열 신. 원경의 두 남동생이 숙청당한 고통을 그렸다. 이 신은 차주영의 아이디어로 만들어졌다. 


"원래 대본엔 원경이 어머니를 멀리서 지켜보고 가요. 만나지 않죠. 그런데, 원경은 그간 모든 감정들을 절제해왔잖아요? 슬픔을 제대로 표현하지 않으면 안 될 것 같더라고요." 


그는 "감독님께 '저 한 번만 믿어주시라'고 조심스럽게 요청드렸다"며 "다행히 흔쾌히 허락해주셔서 용기를 냈다. 카메라 잡는 시점, 슬로우 거는 것 등 제 의견을 가감없이 말씀드렸다"고 밝혔다.


성녕대군의 죽음 앞에서 흘린 눈물도 찬사를 받았다. 차주영은 그 장면을 떠올리며, "그냥 너무 슬펐어서"라고 말끝을 흐렸다. 이어 자신의 손을 내려다봤다. 마치, 아직 아이의 손을 잡고 있는 것처럼….


"제가 애기(성녕대군) 손가락을 계속 만졌었어요. 그 촉감을 더 이상 느낄 수 없는 거잖아요. 아이의 형체가 사라져 버리니까요. 보고 싶은데 볼 수 없으니까 너무 힘들었어요."


담담한 대사에도, 수십 년의 세월을 담아냈다. 원경이 방원에게 "임금 노릇 하시느라 애 쓰셨다"고 말하는 장면. "결과적으로 담백하게 말했는데, 사실 우느라 대사를 못 했다"고 회상했다. 


"노역분장한 방원(이현욱 분)을 보는데, 세월이 스쳐지나가는 것만 같더라고요. 처음 겪어보는 감정이었어요. (대사가) 막혀서 나오질 않더라고요. 아직도 울컥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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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모든 걸, 다 쏟았기에" 


차주영은 '원경'을 돌이키며, "아쉽다"고 말했다. "제 눈에는 사실 아쉬운 것만 보인다. 테크닉 면에서 계산을 잘못한 부분이 있다"고 토로했다.


"제가 그 때로 다시 돌아가면, 더 잘할 수 있을까요?"


그는 스스로 그렇게 묻곤, 곧 고개를 저었다. "그 때 쏟았던 에너지는, 죽었다 깨어나도 같은 온도로 하기 어려울 것"이라며 "그 당시의 마음가짐을 또 가질 자신은 없다"고 말했다. 


"제가 앞으로 무슨 연기를 할 수 있을까요. 제가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다 끌어다가, 휘발시켜 버렸어요. 말 그대로 다 쏟아부었죠. 정말 모든 순간에 최선을 다했어요." 


역사 속 원경의 공백을, 차주영으로 채웠다. 그만큼, 차주영은 소진됐고 원경만 남았다. 자기 자신에게 "정말 용감했어. 책임감이 강했어"라고 칭찬해줄 수 있을 정도였다. 


"원경 촬영이 끝난 직후, 사하라 사막에 갔어요. 몇 년 전부터 가보고 싶었던 곳이거든요. 돌아오니 다시 힘든 게 떠올랐고, 여전히 텅 비어 있는 느낌을 받았어요."


'원경'을 보내야 하는 마음도, 애틋하기만 하다. 마지막 일정인 인터뷰를 마치고, SNS를 통해 꾹꾹 눌러두었던 마음을 표현했다. 


"숨이 막히고 힘에 부쳤어요. 하지만 매 순간이 너무도 소중해서…. 다시는 돌아오지 않을 그 시간들이, 괴롭던 시간까지도 포함해 말도 못하게 그리워질 것을 저는 이미 알았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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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차주영 붐은 왔다"


연기를 모르던 미국 유학생이 있었다. 금융인의 길을 예정했지만, 갑자기 무모한(?) 베팅을 시작했다.스물 여섯의 다소 늦은 나이로 배우가 됐다. 


"연기를 하면, 뭐든지 경험할 수 있을 것 같았어요. 한 인간이 할 수 있는 이야기들을, 장르 상관 없이 다양하게 해보고 싶었죠." 


하지만 수년 동안 막막하고 불안한 길을 걸었다. 포기하고픈 순간도 많았다. 가족에게 "30살까지만 기다려달라"고 부탁하던 시절도 있었다. 


그리고, 지금 차주영은 가장 핫한 여배우 반열에 올랐다. '더 글로리'(2022)에서 잭팟을 터뜨렸고, '원경'으로 전성기를 맞았다. 


한 '꾸꾸'(차주영 팬덤명)가 예언했다. "차주영 붐은 온다. 무조건 온다. 왜냐면, 내가 차주영 붐 올 때까지 차주영 얘기만 할 거니까"라고 말이다.


그 말대로, 차주영 붐이 왔다. 비록, 차주영 본인은 "시기상조"라며 인정하지 않았지만.


"누군가의 일생을 다루는 작품을 주도적으로 했다는 점에 감사합니다. 또, 다양한 작품 속 인물로 살아볼 수 있는 기회를 폭넓게 얻게 된 것도 기뻐요. 제 모험은 틀리지 않았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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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s://m.entertain.naver.com/now/article/433/00001137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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