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재 : 준하 어딨어?
문희 : 준하?
순재 : 이놈의 자식이 이거! 준하야!
문희 : 으이구 엉덩이 불쌍하다고 얼굴 문댈 땐 언제고 아이구, 아이구!
문희는 장 보러 감 ㅇㅇ
이제 겨울도 다 지났는지 자켓 필요 없을 정도로 따뜻한 가 봄 입고 있던 자켓 벗는 문희
그렇게 길 가던 문희 앞에 보인 나비 한 마리
화질 구지라서 안 보이겠지만 저 주황색 낙엽 같은 게 나비임
문희 : 야, 나비! 야! 어딜 가니
나비 쫓아 열심히 달리다가
문희 눈에 띈 것은?
활짝 핀 개나리ㅎㅎ
문희 : 어머나, 꽃이 폈네? 하하 세상에 꽃이 폈어~
문희 가슴 한켠에 싹트기 시작한 소녀감성ㅎㅎ
밥 먹던 순재 장 보러 간 문희 왜 안 오냐고 가게 주인이랑 살림이라도 차렸냐며 투덜투덜
준하 : 아이고, 아버지 말도 참 되게 희한하게 하시네~ 그냥 왜 늦냐 그럼 될걸
순재 : 아 살림 차린 게 아니면 왜 안 오냐고
해미가 전화라도 해볼까요 한 순간
흥얼거리며 문희 등장
문희 : 봄이 왔네~ 봄이 와~♪
순재 : 뭐 하느라고 밥도 안 차리고 돌아다녀?
문희 : 어~
봄바람 난 문희, 안 들림ㅋㅋㅋ
문희 : 숫처녀의 가슴에도~♪ 이거 봐, 이거 봐!
해미 : 와~ 개나리네요~!
문희 : 꽃이 폈어, 꽃이! 아하하~ 얘들아, 봄이 왔어 봄이!
룰루랄라 다시 흥얼거리며 방으로 들어감
해미 : 어머니! 점심 안 드세요?
봄이 왔는데 밥이 중요해~?
순재 : 아잇, 저거 또...!
준하 : 또...
해미 : 또...?
50년 결혼생활 척하면 척! 문희 봄바람 든 거 직감적으로 알아차린 순재
아들 준하 역시 이하 동문
순재 : 저거 저거 또 시작이야 또! 아이구~ 어쩐지 요새 조용하다 싶었어! 아이고!
밥맛 떨어짐ㅜ 숟가락 놔버리는 순재
그러든지 말든지 다음날 기분 좋게 머리 말고 나들이 갈 준비하는 문희
문희 : 준아~ 봄이야~ 봄이 왔어요~
문희 : 우리 준이 태어나서 처음 맞는 봄이지? 할머니는 봄이 최~고로 좋아요 진짜!
순재 그런 문희 뒤에서 지켜봄
준하 : 올해도 어김없이, 나문희 여사님의 봄바람이 개나리 개화와 함께 시작되었다
문희 : 야 너 주말에 시간 되지? 더 오래 맡아주면 더 좋고
신지 : 아효, 전 괜찮은데 아버님이 뭐라 안 하실까요?
문희 : 아유 몰라 나는!
신지 : 어머님, 어디 가세요?
문희 : 봄이잖니!
신지 : 네?
문희 : 산에 들에 꽃이 잔뜩 폈어 야
신지 : 네?
의미심장한 말 남기고 사라짐
결혼하자마자 이혼해서 아마 문희 봄바람 잘 모를 듯
하지만 신지는 그런 문희가 귀여운 듯ㅋㅋㅋ
캬~ 경치 좋다
애기랑 산책 나온 어머님도 계시네ㅎㅎ
준하 : 해마다 삼월 중순 꽃이 피기 시작하면, 어김없이 시작되는 울 엄마의 봄바람은 꽃이 모두 지는 사월까지 열병처럼 이어진다
신나게 그네 타는 문희
영기 엄마 : 아유 그 높아서 날아가겠어?
문희 : 날아가라지~
문희 : 아~ 신난다!
영기 엄마 : 아잇! 그러다 다치겠다!
같이 놀러 온 할아버지들 춘향이 같다 함ㅋㅋㅋ
자기 좋겠다~ 성춘향이래~ 꺄르륵 꺄르륵
한참 분위기 좋은 문희네 패거리
그 시각 집에 도착한 순재
가정부 : 안녕하세요~
순재 : 아이고 예, 집사람은?
가정부 : 준이 할머님 아직 안 들어오셨는데요
아직도?
방에서 주식하던 준하, 순재 오는 소리에 나와서 주식 현황 얘기하려는데
순재는 그딴 거 관심 없고 문희 봄바람 얘기함 벌써 며칠째냐며 투덜투덜
준하 : 놔두세요~ 말린다고 되지도 않잖아요
순재 : ... 야, 오늘 어디로 간다 그랬냐?... 아! 호수 공원이라 그랬지?
에? 말리러 가시게요? 그냥 두시지
무시
준하 : 그리고 그 열병 같은 엄마의 봄바람은 늘 아버지의 격렬한 분노를 동반한다
결국 공원까지 찾아온 순재;
그네 타는 영기 엄마 발견
순재 : 아이 저 누구야? 영기 엄마 아니야 저거? 아이구 저놈의 할망구 저 주책 아이구...
그리고 고개를 돌려보니 지인들과 담소 나누는 문희 발견
오잉?!
문희 : 말도 안 돼요, 저 그거보다 나이 훨씬 많아요~
머리에 꽃 꽂는 중ㅋㅋㅋ
할아버지 : 아이~ 그럼 설마, 환갑이 넘으셨다고?
문희 : 당연하죠?
새침한 거 보소ㅋㅋㅋ
믿어지지 않는다며 50대 후반은 됐을 줄 알았다 함ㅋㅋㅋ
기분 좋은 문희ㅋㅋㅋ
순재 : 여보!
화들짝!
할아버지들도 놀람
어리둥절한 문희 친구들 순재에게 인사함
문희 : 여기 어떻게 알구~
순재 : 뭐 하고 있는 거야, 준이가 당신 찾고 난린데!
순재 : 어, 저 실례하겠습니다~ 일어나!
문희 : 어...! 여보!
결국 순재 손에 끌려 나감ㅠㅠ
문희 : 왜 이래! 애 준이 엄마한테 맡겼는데 뭔 소리야!
순재 : 이놈의 할망구가 이거 그냥...! 이건 또 뭐야 미친년처럼 이거...!
머리에 꽂았던 꽃 다 뽑아서 버림ㅠㅠㅠㅠㅠ
문희 : 아 왜 이래~!
순재 : 들어와!
문희 : 아우 내가 뭘 어쨌길래 그래!
순재 : 이놈의 할망구가 그냥...! 왜 이래? 도대체 왜 그래? 꽃이 피면 뭐! 당신하고 무슨 상관있다고 해마다 칠렐레팔렐레야!
문희 : 누가 칠렐레팔렐레야?
순재 : 꽃 핑계 대면서 할망구들이랑 모여서 히히덕거리고 이게...! 이게 이거 완전히 그냥...!
문희 : 뭐, 뭐! 김밥 주길래 그냥 김밥 한번 얻어먹었는데 뭘 뭘!
순재 : 시끄러! 한 번만 더 머리에 꽃 꽂고 튕겨나가봐 그땐 이판사판이야!
문희 : 왜 그래 정말! 딴 할망구들은 다 신나게 노는데 왜 나만 갖고 그래! 나는 이 좋은 봄날에 나가서 놀지도 못해?
순재 : 못해! 하지 마! 안돼!
화남 + 삐침 + 억울
방으로 들어가 버림ㅠㅠ
순재 : 어? 남편을 째려? 이리 와! 말 다 안 했는데 어디 가!
옆에서 잡으러 다녀봤자 소용없다며 그냥 두라는 준하
순재는 이해불가
어렸을 때부터 그러셨다면서요~
순재 : 아 어렸을 땐 어렸으니까 그러려니 했는데 평생 저럴 줄 알았냐? 아이구, 지금 나이가 몇인데 저 주책바가지 저거...! 치매도 아니고 뭐야!
자기 없을 때 준하 보고 감시하라 함
엄마 봄바람을 누가 막아요~
안 막으면 니 숨통이 막힐 줄 알어!
다음날
순재 경고 무시하고 딸기 따러 간 문희ㅋㅋㅋ
딸기 향기 좋구나~
영기 엄마 : 아니 아직도 요것만 따고 여태까지 뭐하고 있었어~
문희는 딸기 따는 거보다 그냥 이 분위기가 좋음ㅎㅎ
그리고 집에서 이 소식들은 순재
당연히 화남 ㅇㅇ
앞으로 한 달은 넘게 그럴 거라며 걍 포기하라 함
못 놔둬!
넌 옆에서 지키고 있으라니까 뭐 하고 있었어!
엄마가 죄수도 아니고 뭘 지켜요!
그래서 그 딸기밭이 어디래?
또 잡으러 갈 건가 봄ㅠㅠ
준하는 모름
정보 입수를 위해 영기 엄마 남편한테 전화함 ㅇㅇ
한편 딸기 따던 문희, 사람들이 노래 불러 달라 함
다 같이 박수!
기분도 좋은데 뺄 문희가 아니지ㅎㅎ
문희 : 봄이 왔네~ 봄이 와~♪
허이!
문희 : 숫처녀의 가슴에도~♪
허이!
산이고 들이고 꽃 피고 생명력 넘치는 이 좋은 봄에 다 같이 덩실덩실~
그리고 그 생명력 부시러 온 순재
기분 좋게 살랑이는 문희 발견
얼씨구~ 놀구 있네!
순재 : 치매 맞지? 치매지?
결국 다시 집으로 끌려옴ㅠㅠ
문희 : 내가 뭘? 내가 뭘!
딸기 따러 갔으면 딸기 따지 춤, 노래는 왜 해!
문희 : 날씨도 좋고 흥이 나서 그랬어! 그게 뭐 잘못이야? 그게?
순재 : 부끄러운 줄도 모르고 춤을 춰 재끼고...! 제발 좀 품위 좀 찾으라고 고상하게, 병원 원장 사모님답게 굴라고!
원장님 자체도 딱히 품위 있지 않다며 속닥이는 준하
민용도 이하 동문
괜히 준하랑 민용한테 화풀이함
순재 : 딸기밭엔 왜 가 딸기밭엔...! 딸기 먹고 싶으면 마트에 가서 사 먹으면 되는 거지! 내가 언제 딸기 안 사줬어?
해미 : 아버님~ 그거야 재미로 그러시는 거죠~ 설마 딸기를 못 먹어서...
순재 : 다 늙게 그게 무슨 주책이야 그게?
문희 : 그래~! 다 늙어서 그랬어! 다 늙어서!
순재 : 뭐?
문희 : 다 늙어서 앞으로 놀 날이 얼마 없을 거 같아서 사지 멀쩡할 때 놀라고 그랬어 왜!
문희 : 내 인생에 봄이 몇 번이나 올 것 같애?
문희 : 몇 번이나 올지 당신 알어?
문희 : 나 몰라~ 당신이나 나나 언제 어떻게 될지 아냐구! 봄바람 날 날이 얼마 없을 거 같아서 원 없이 한번 실컷 놀아보고 그럴려 그랬어 왜 그래 왜!
문희 : 으흐흑...! 내가 진짜...!
엉엉 울며 방으로 들어감ㅠㅠㅠㅠㅠ
순재 : 왜 또 울고불고 저 오바야...?
해미 : 아버님! 어머님 말씀이 옳아요 그냥 재밌게 즐기시게 놔두세요~ 일 년 내내 그러시는 것도 아닌데요 뭐~
준하 : 그러게~ 아 생기 넘치고 보기 좋구만 왜 그러세요 진짜~
민용 : 아버지! 엄마 좀 작작 볶으세요, 예?
아들들 한마디씩 함
내가 뭐! 내가 뭐!!
괜히 또 화풀이
하지만 내가 너무 심했나 싶은 듯
잠시 후
순재 : 어, 나 녹차 한잔 타줘
삐친 문희
순재 : 어? 녹차 한잔 타 달라고
말없이 가스렌지 불 켬
쩝...
어색한지 거실 쪽으로 나오는데
문희가 꺾어왔던 나뭇가지가 꽂혀있음
어라... 저게 언제 저렇게 다 시들었담...?
다음날
순재 : 나 나가
문희 : 다녀오슈
여전히 삐쳐있음
순재 : 언제까지 퉁퉁 부어있을 거야?
문희 : 내가 뭘
말없이 속주머니에서 봉투 꺼내 던져주는 순재
... 응?
순재 : 노는 건 좋은데 영감탱이들하곤 어울리지 마, 알았어?
놓고 간 봉투 열어보니
꽤 많은 돈과 쪽지 하나
당신 말대로 몇 년이나 할 수 있을지도 모르는 꽃놀이, 아주 실컷 해봐 원 없이!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문희 : 체...!
금방 기분 풀림ㅠㅠㅠㅠㅠ
당장에 영기 엄마한테 전화
우리 꽃놀이 가자!
오늘만큼은 집안일 다 때려치우고 밖으로 나온 문희
해미 : 어머님!
문희 : 왜!
해미 : 봄볕 따가워요~ 모자 안 가져가세요?
문희 : 맞다~ 던져!
해미 : 재밌게 놀다 오세요~ 사진 많이 찍으시구요!
문희 : 다녀오마~
해미 : 오케이!!!
밖으로 나와보는 순재
놀러 가는 문희 뒷모습 흐뭇하게 바라봄
순재 : 꽃이 아름다운 이유는 그 눈부심이 오래가지 못하기 때문이요, 그건 우리네 인생도 마찬가지라. 그래! 실컷 구경하고 즐기시게나 이 찬란한 봄날이 다 가기 전에
https://youtu.be/zTczlQQ4A0k
ㅊㅊ ㄷㅇㅍ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