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도서 신청 자체를 안 받던 시기였는데 거부했다고 좌표가 찍혀서 난감합니다.” "
서울에 있는 A 공공도서관 관계자의 하소연이다. 최근 A 도서관 직원들은 이달 초 책 『STOP THE STEAL(도둑질을 멈춰라:이하 스톱더스틸): 대법원의 부정선거 은폐 기록』 때문에 골머리를 앓았다. A도서관이 이 책을 비치해달라는 신청을 “정치 목적 자료”라며 거부했다는 글이 소셜네트워크(SNS)에 확산하면서 항의가 빗발쳤기 때문이다. 도서관 측이 보냈다는 문자메시지 캡쳐 사진도 공유됐다. 도서관 홈페이지 등엔 “비치 안 하면 미 중앙정보국(CIA)에 신고하겠다”, “도서관장 해임하라” 등 민원이 이어졌다.
하지만 A 도서관은 희망도서 신청 자체를 받지 않던 시기였다고 반박했다. 같은 자치구의 B 도서관도 신청 내역은 있었지만, 가부 판단을 내리기 전이었다. 결국 A 도서관은 홈페이지에 “스톱더스틸 도서 비치를 거부한 사실이 없다”는 공지문까지 띄웠다. A 도서관을 관할하는 자치구 관계자는 “100개 넘는 민원이 제기돼 업무가 마비될 정도였다”고 말했다.

중앙일보 취재진이 서울시 25개 자치구 공공도서관을 상대로 전수조사한 결과, 14일 기준 스톱더스틸 희망 신청 건수는 총 64건이었다. 총 9건의 신청이 들어온 자치구도 있었다. 부정선거 음모론이 확대되는 진원지로 지목된 디시인사이드 미국정치 갤러리에는 “각 지역 도서관마다 스톱더스틸 신간 비치를 요구하고 거부 시 공유해서 민원 넣자” 등 신청을 독려하는 게시글이 올라오기도 했다.
민감한 정치 현안을 주제로 하는 도서인 만큼 공공도서관과 관련 업계 고심도 깊다. 도서관마다 차이는 있지만 보통 미풍양속에 반하거나 종교·정치·영리 목적 도서 등은 구매가 제한될 수 있다. 각 도서관의 내·외부 구성원이 참여한 자료선정위원회 심의를 거쳐 구매를 결정하기도 한다. 12·3 비상계엄 이후에도 스톱더스틸뿐 아니라 『조국의 함성』, 『K민주주의 내란의 끝』, 『용산의 장군들』 등 정치적 견해가 담긴 책이 주요 서점 베스트셀러에 오른 상태다.
한 자치구 도서관장은 “(정치적) 중립을 지키려 하지만 모두가 만족할 수 있는 책만 들이는 건 어렵다”며 “스톱더스틸의 경우 우선 구매 후 이용자들이 읽고 판단하게 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이어 “도서관의 철학적 가치를 제시하는 ‘랑가나단 5법칙’ 중 ‘모든 도서는 이용을 위한 것이다(Books are for use)’란 첫째 법칙을 참조한 결정”이라고 덧붙였다. 익명을 요구한 한 도서관계 관계자는 “예산과 공간이 한정돼 있기 때문에 도서관 정책에 따라 책을 선별해 비치할 수밖에 없다”며 “신청을 거절하면 항의성 민원이 들어오기 일쑤라 수서 담당이 기피 업무가 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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