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 북부 하리아나주에 사는 25살의 레누(가명)는 두번째 임신 때 초음파 진단 결과 딸이라는 사실을 알곤 주저없이 낙태를 결정했다. 가난 때문이 아니었다. 레누는 소득도 높고 고등교육도 받았다. 하지만 그는 “인도 사회에서 딸은 가치가 없다. 딸은 가족에게 짐만 될 뿐이다”라고 말한다. 내륙지역인 마드히야 프라데시의 시골마을에 사는 우샤(가명)는 2명의 딸을 낳았지만 둘다 태어나자마자 죽었다. 첫째 아이가 아팠을 때 시어머니는 딸은 병원에 가봤자 쓸데없다고 우겼다. 둘째 딸은 사실상 살해됐다. 우샤의 이웃들은 “시어머니가 갓난아기 입에 담뱃가루 뭉치를 넣었다”고 말한다. 두 사례는 2009년 빈곤 구제를 위한 국제 비정부기구(NGO)인 ‘액션에이드’와 ‘국제개발연구센터’(IDRC)의 조사보고서에 나온 것이다.
최근 <인도의 불명예: 여성에 대한 전쟁의 뒷면>이란 책을 낸 언론인 수니 훈달은 “2011년 인구 센서스 조사 결과를 토대로 인구 증가율과 자연적 성비를 고려해 분석해보니 현재 인도에선 6000만명의 여성이 사라졌다”고 추산했다.
2011년 인도 인구센서스 결과를 보면, 전체 인구 12억1019만3422명 중 남성은 6억2372만4248명, 여성은 5억8646만9174명이다. 남성1000명에 여성 940명꼴이다. 2001년 조사에선 남성 5억3222만3090명, 여성 4억9651만4346명이었다. 훈달은 8일 <알자지라>에 기고한 글에서 낙태, 출산 뒤 방치, 신고되지 않은 살해 등으로 6000만여명의 인도 여성이 “조용히 사라졌다”며 “이 정도 수치라면 ‘학살’에 가깝지 않느냐”고 반문했다.
추세는 더욱 심각하다. 전체 남녀 성비로 보면 여성 비율이 늘고 있지만 0~6살 어린이의 경우엔 2001년 927명에서 2011년 914명으로 크게 줄었다. 1961, 1971, 1981년만 해도 각각 976명, 964명, 962명이었는데 1991년 945명으로 급격히 줄어든 뒤 이런 추세가 가속화되고 있다. 이는 1980년대부터 도입돼 상용화된 초음파 기기 탓이 크다고 전문가들이 지적했다.
레누처럼 카스트 계급이 높고 부유한 층에서 성비 불균형이 특히 심각하다. 인도에서 부유한 지역에 속하는 펀자브 지역의 상위 카스트 가구에서 남아 1000명에 여아 300명꼴에 불과했다.
훈달은 이 아이들이 2020년이 되면, 결혼 적령기의 남성이 여성보다 2800만명이나 더 많아져 사회문제가 되리라고 내다봤다.
https://www.hani.co.kr/arti/international/asiapacific/599439.html
남아선호 여아살해의 결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