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에 홍 전 차장은 “조 원장이 다른 내용 4개 메모가 있는 것처럼 오도하는 데 내용이 어떻게 다른지 확인한 게 없지 않느냐”며 “원장 관저 앞에서 여 사령관과 통화하며 명단을 받아 적은 건 틀림없는 사실이고, 집무실에 도착해 ‘알아보기 어려우니 보좌관에게 정서해 달라’고 설명한 것도 사실”이라고 맞섰다. “저도 사람이다 보니 기억에 약간의 시간의 갭은 있을 수 있지만 원장 관저에서 청사까지 차로 2~3분밖에 안 걸려 관저 앞에서 제가 통화하는 모습이 담긴 CCTV를 확인하면 앞뒤가 맞을 것”이라고 했다.
2차 메모를 두고 보좌관에게 새 용지에 다시 기록하라고 한 이유에 대해선 “검찰·경찰 조사를 받아본 적 있나. 수사기관에선 특정 사실의 진위를 확인하기 위해 여러 번 반복해 써보라고 하는 경우가 있다”며 “계엄 상황이 모두 끝난 뒤 (14~16명) 명단 가운데 양경수(민주노총위원장), 조해주(전 선관위 상임위원), 권순일(전 대법관) 등 익숙하지 않은 이름들은 추가 확인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었고, 그래서 보좌관에게 기억을 거슬러 다시 적어보라고 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보좌관이 정서한 3차 메모 위에 본인이 직접 가필한 건 “‘1‧2차 축차 검거 후 방첩사 구금 시설에 감금 조사’ 등 여 사령관에게 들은 내용을 간단히 노트테이킹한 것일 뿐”이라고 했다.
첫 메모를 구겨서 버린 이유에 대해서는 “그걸 왜 가지고 있어야 하느냐. 지금 보면 결정적으로 중요한 물증이지만, 지난 12월 5‧6일로 돌아가 봐라”며 “제 입장에선 불러준 것을 흘려서 받아 적었다가 일반적인 메모가 아니니 정서를 해서 제대로 다시 기록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마지막 메모 하단의 흘림체가 박선원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작성한 것이라는 일부 유튜버의 주장에 대해선 “SF영화에 나오는 상상력에 기반한 주장”이라고 일축했다. 홍 전 차장은 “내가 원래 왼손잡이인데 어릴 때 어머님이 왼손으로 절대 글을 못 쓰게 해서 글씨를 오른손으로 쓰다 보니 항상 악필이고 흘려 쓴다”며 “골프도 오른손으로 치지만 밥은 왼손으로 먹고, 축구공도 왼발로 찬다”고 했다.
홍 전 차장은 “윤 대통령으로부터 ‘싹 다 잡아들여’란 지시를 받고, 이어 여 전 사령관으로부터 체포명단을 듣고 받아 적었다”는 증언에 변화가 없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대통령한테 직접 지시를 받은 것이 저뿐이라 계속 공격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여권에선 홍 전 차장이 6일 국회 정보위 보고 전, 정치권에 윤 대통령의 체포 지시 사실을 사전에 누설한 것 아니냐고 의심한다. 홍 전 차장이 계엄 직후인 4일 오전 0시2분에 야당 정보위 간사인 박선원 의원과 “이게 뭐냐” “저도 TV 보고 알았다”고 문자를 주고받은 것 때문이다. 홍 전 차장은 “문자를 두고 박 의원과 내통한 증거라고 하는데, 비상계엄 상황에 여당 의원들도 전화가 와서 통화했고 심지어 외교부에서도 문의 전화가 왔다. 이런 것까지 다 밝혀야 하느냐”고 반박했다.
조 원장은 헌재에서 홍 전 차장 해임을 건의한 이유에 대해 “지난해 여름 정보위에서 야당 의원(박지원 의원)이 ‘홍장원이 유력 인사를 통해 인사 청탁을 7번 했다’고 말했을 때부터 고려했고, 계엄 해제 후 4일 홍 전 차장이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에게 전화해야 한다’고 말한 것 등을 합쳐 정치적 중립 의무 위반이라 생각해 조치했다”고 밝혔다. 홍 전 차장은 “박 의원이 2020년 7월 말 국정원장이 됐을 때 저는 같은 해 12월 퇴직이 예정돼 6개월간 공로 연수 중일 때인데 퇴직을 준비하고 있던 사람이 인사 청탁을 왜 하겠느냐”고 말했다. 그러면서 “100번 양보해 청탁했다고 쳐도 이번 계엄과 어떤 관련이 있는 것이냐”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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