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가수였던 이수만 전 총괄 프로듀서는 1990년대 중반 직접 가수를 키워내는 제작자로 변신했고, 자본금 5천만 원으로 시작한 SM엔터테인먼트(이하 SM)는 그 초석이 됐다. 1995년 2월 14일 설립된 SM은 일찌감치 '엔터 산업'에 뛰어들어 '기획형' 아이돌을 선보여 성공을 거뒀다. SM의 첫 아이돌 그룹으로 1세대를 연 에이치오티(H.O.T.)부터, 지난해 데뷔해 5세대로 분류되는 엔시티 위시(NCT WISH)까지 K팝 아이돌이 만들어 온 많은 장면에 SM이 함께했다.
현재의 SM은 대표적인 '레거시'(Legacy, '유산'이라는 뜻으로 여기서는 '전통적인'의 의미에 가깝다) 기업으로 평가받지만, 지난 30년 안에는 무수한 '처음'에 도전한 과거가 있다. 업계 최초로 캐스팅-트레이닝-프로듀싱-매니지먼트를 아우르는 아티스트 육성 시스템을 도입했고, 코스닥 시장에 상장됐다. 온라인·모바일 콘텐츠 서비스를 제공하고, 유튜브 공식 채널을 개설한 것 역시 엔터사로서는 SM이 처음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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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O.T., 에스이에스(S.E.S.), 신화(SHINHWA), 플라이 투 더 스카이(Fly To The Sky), 보아, 동방신기(TVXQ!), 슈퍼주니어(SUPER JUNIOR), 소녀시대(GIRLS' GENERATION), 샤이니(SHINee), 엑소(EXO), 레드벨벳(Red Velvet), 엔시티(NCT), 에스파(aespa), 라이즈(RIIZE) 등 수많은 아티스트를 배출한 SM.
이 전 프로듀서가 창안한 '문화 기술'(Culture Technology)을 바탕으로 한 고유한 세계관인 'SM 컬처 유니버스'(SM Culture Universe)를 실현하며, '글로벌 1등 기업'을 목표로 나아가겠다는 게 SM의 포부다.
CBS노컷뉴스는 음악평론가들에게 SM이 이룬 혁신과 보완해야 할 과제 두 가지를 물었다. 우선 SM이 '잘한 것'으로 가장 많이 거론된 것은 역시 '음악'이었다. SM은 아이돌 그룹을 대거 보유한 기획사인 동시에, 댄스뮤직(스크림 레코즈), 컨템퍼러리 알앤비(크루셜라이즈), 클래식(SM 클래식스) 등 장르 특화 레이블을 만들어 여러 실험을 하고 있다.
정민재 음악평론가는 "SM 30년 레거시의 힘은 단연 음악"이라며 "K팝과 팬덤 문화를 만들고 산업의 매커니즘을 세우면서 이룬 여러 가지 공도 있지만, 그 모든 게 가능했던 가장 큰 요인은 음악적 완성도를 놓치지 않았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음악적 완성도와 개성을 챙기기 위해 했던 송 캠프를 비롯한 모든 시도가 음악 회사 SM의 혁신이었고, 그들이 가장 잘하는 것이자 가장 잘한 일"이라고 평가했다.
황선업 음악평론가는 "마냥 트렌드를 좇기다는, 특유의 음악적 일관성과 개성을 기반으로 SMP라는 카테고리를 정립해 K팝 신에서는 드물게 회사 자체를 대표하는 장르를 구축했다는 점도 높게 평가할 수 있을 것 같다"라고 바라봤다.
박희아 대중문화 저널리스트는 "SMP라는 장르를 만들어내고, 이외에도 유행하는 음악 스타일에 타협하기 보다 자신들만의 색깔이 담긴 기획을 통해 끊임없이 새로운 아티스트를 선보인 점이 SM의 역사와 성취를 이야기할 때 가장 중요한 부분"이라고 짚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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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면 SM이 보완하고 개선해야 할 지점은 무엇일까. '아티스트 보호'에 무게가 실렸다. 서 대중음악의견가는 "예술가를 보호하고 오래 활동할 수 있게 하기 위해서는 더 치열하게 싸우고 더 다정하게 살폈어야 하지 않았을까. 지금 세상에 없는 SM 출신 음악가들의 면면은 SM이 오래도록 짊어져야 할 십자가라는 생각을 지울 수 없다"라고 답했다.
황 평론가는 "비단 SM만의 문제는 아니겠지만, 연습생과 아티스트 전반의 인권과 자율성이 보장되는 환경을 만들어가야 하는 것이 중요하지 않나 싶다"라고 말했다. 정 평론가도 "아티스트를 보호할 수 있는 장치가 좀 더 마련되어야 할 것 같다. '광야 119'를 운영하고 있긴 하지만, 좀 더 적극적이고 효과적인 대응이 필요하다고 본다. 아티스트와 제작진의 휴식 여건도 좀 더 보장되면 좋지 않을까"라고 지적했다.
30년 동안 이 모든 것을 가능하게 한 가장 든든한 밑바탕인 '팬'을 더 사려깊게 대하고 위하는 '소통 방식의 개선' 주문도 나왔다.
마노 필자는 "특히 팬들의 피드백에 무심하다는 게 팬덤 불만을 자아내는 요소다. 팬들을 비롯한 소비자에 대한 배려가 없다고 느낀다는 반응도 많다"라며 "최근까지 체계적인 팬덤 관리 시스템이 부재했다는 점도 대형 기획사 명성에 걸맞지 앉는 부분"이라고 지적했다. 황 평론가는 "보다 원활한 회사-아티스트 간 소통을 통해 팬들을 좀 더 배려할 수 있는 운영으로 나아갔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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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 SM 30주년 ① - SM이 이룬 혁신, 해결할 과제
CBS노컷뉴스 김수정 기자 eyesonyou@c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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