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상외과 A 교수, 아내에 식칼 휘두른 보호자에게 폭행
가해자 병원에 두고 떠난 경찰…미흡한 조사, 부족한 처벌
"응급의료법 따라 엄벌해야 재발 방지…보호해 달라"

아주대병원 경기남부권역외상센터 외상외과 전문의인 A 교수는 지난달 15일 새벽 벌어진 일이 "아직도 눈앞에 펼쳐지듯 생생하다". 그래서 괴롭다. 이날은 A 교수가 외상외과 전문의로 일하면서 "처음으로 폭행당한 날"이다.
사건 하루 전인 1월 14일 밤 11시경 외상센터로 환자가 실려 왔다. 부부싸움 중 배우자가 휘두른 식칼에 팔을 다친 환자였다. 급하게 수술을 마치고 보호자를 찾은 A 교수는 경악했다. 아내에게 칼을 휘두른 바로 그 가해자가 보호자 대기실에 있었다. 가해자를 병원으로 데려온 경찰은 보이지 않았다. 간호사와 보안요원은 경찰이 가해자의 형제가 도착하자 떠났다고 전했다.
11일 청년의사 취재에 응한 A 교수는 "범죄 피해자를 치료할 때 보통 수사관이 대기하다가 의사와 환자에게 사정을 듣는다. 그런데 이 사건 경찰은 '사정 청취를 못 해 가해자를 경찰서에 데려갈 수 없다'며 병원에 두고 떠났다"며 "외상센터에 근무하면서 처음 겪는 일"이라고 설명했다.
의사로서 가정폭력 가해자에게 피해자 상태를 자세히 밝힐 수는 없었다. A 교수가 제한된 정보만 전달하자 가해자는 욕설을 내뱉었다. 그리고 신발이 날아왔다. 가해자가 던진 운동화를 맞은 A교수는 타박상을 입었지만 정신적인 충격이 더 컸다.
가해자는 보안요원 신고로 출동한 경찰에 연행됐다. A 교수는 '응급의료법'에 저촉되는 사건이며 "선처하지 않겠다, 엄벌을 원한다"는 의사를 강하게 표했다. 경찰 요청으로 현장에서 임시 조서도 작성했다.
그리고 진료실로 돌아왔다. 새로운 환자들이 오고 있었다. "저는 외상외과 전문의예요. 대체인력이 없어요. 내가 방금 폭행당했다고 쉴 수는 없어요." 동료들이 만류하자 "혼자 방에 있는 게 더 힘들다"고 계속 일했다. "가만 있으면 눈물이 나고 미칠 것 같았지만" 버텼다. A 교수는 같은 병원 정신건강의학과에서 진료받고 있다.
"이해할 수 없는 일"은 계속됐다. 경찰은 지난달 19일 가해자를 '폭행'죄로 송치했다. 사건 발생 나흘 만이다. 그간 A 교수는 "응급실에서 폭행당한 경험이 있는 선배들" 조언을 듣고 진단서와 가해자 욕설이 녹음된 파일을 준비했다. 하지만 피해자 조사는 없었다. 검찰은 가해자에게 폭행죄 벌금형으로 약식명령을 청구했다. '구약식 폭행 벌금 100만원'. 응급의료법으로 처벌해 달라는 A 교수 의사는 받아들이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