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노래에 “애닳다”라는 가사가 종종 나오잖아요. 이 단어가 윤하 씨의 정서를 대변하는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했습니다.
절망적이고 외롭고 슬픈 상황에서도 종국에는 밝은 곳으로 나아가더군요.
“잔혹한 동화의 주인공은 그대 하난 아니니”(라이프리뷰), “별일 아닐 거라 했지. 반짝여 세상을 비추”라고 하고(태양물고기), 가장 외로운 장소에서 “사라지는 모든 것들에 대한 사랑”을 말합니다(포인트 니모).
저는 영화 〈인사이드 아웃〉으로 보자면, 슬픔이가 키를 잡고 있는 사람이에요.
대부분의 순간이 슬퍼요. 생각이 부정적인 쪽으로 가 있고. 가끔 우리가 사는 세상이 지옥이 아닐까,라는 생각도 합니다.
저 같은 사람이 많더라고요. 그래서 그런 메시지가 너무 필요해요. 제가 듣고 싶은 메시지를 노래하는 거죠.
한때는 긍정의 엔딩이 정신 승리로 포장되는 게 아닐까, 아무 짝에도 쓸모없는 자기 최면 아닐까, 하는 생각도 했어요.
살수록 그게 아니라는 생각이 들어요. 이런 말을 진심으로 듣고 싶고, 나에게 해주고 싶다는 열망이 강한데, 그 열망이 기록되는 순간에 하나의 에너지로 저장되는 것 같거든요.
그 음파의 파형 안에. 그 에너지가 계속 전파되면서 더 커지고 선순환의 작용을 한다고 믿어요.
슬픔을 한없이 슬프게 노래하고 싶진 않아요? 마치 ‘글루미 선데이(Gloomy Sunday)’처럼 듣기만 해도 슬픔으로 뒤덮이게 되는 노래.
그런 노래를 하면 잘할 자신이 있어요. 한 번 깊게 슬픈 것도 좋을 것 같고.
그런데 일단 제가 그 슬픔 속에 잠겨 있을 자신이 없고, 사람들에게도 안 좋은 영향을 줄 것 같아요.
30대에 들어서면서 사명감 내지 책임감 같은 게 생겼거든요. 내가 무언가를 세상에 내놓을 때 이것이 끼칠 영향을 생각하게 돼요.
20대에 부른 노래는 배설에 가까웠어요. ‘내가 이랬어, 저랬어’ 하는 노래들. 일기장에 배설하듯이요.
내 안에 있는 것을 꺼내서 쓰는 배설을 예쁘게 했던 것 같아요.
그것도 소중한 자산이고 필요하지만, 지금은 정말 귀한 것들을 들려드리고 싶어요.
그렇다고 제 작품이 완벽하진 않겠지만 적어도 일기보다는 편지가 되면 좋겠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들었을 때 ‘이 사람이 나를 이렇게 생각하면서 썼구나’ 하는 느낌을 받으면 좋겠어요.
윤하는 이번 앨범의 테마인 ‘성장 이론’을 세상에 내놓기 위해 성장의 의미를 치열하게 물었다. 마치 ‘세상에 기여하기 위한 노래로서 성장에 대한 의미 연구’라는 제목의 논문을 쓰듯 말이다. 윤하의 유튜브 채널 〈YOUNHA OFFICIAL〉에는 이번 앨범의 제작 비하인드 스토리가 나오는데, PPT 자료에 성장 이론을 이렇게 정의한 장표가 보인다.
인간은 타인에게 정체성을 반영하면서 성장한다.(Growth)
성장은 타인을 이해하고 복제하는 과정에서 생겨나는 진화이다.(Evolution)
성장은 서로 다름을 조건으로 시너지를 생성한다.(Difference)
무한한 성장은 다름을 발견하고 동경하고 이해해 가는 길 위에 있다.(Understanding)
요즘 윤하 씨가 천착하고 있는 화두가 궁금합니다.
‘화합’ ‘하모니’가 요즘 저의 지배적인 키워드예요. 어떻게 해야 조화를 이루고 서로 화합할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을 많이 해요.
이번에 성장 이론 시리즈를 하면서 갈등이 성장에 굉장히 중요한 요소라는 걸 알게 됐거든요. 그런데 저도 그렇고, 많은 사람들은 갈등을 회피하고 싶어 하죠.
필연적으로 생길 수밖에 없는 갈등을 잘 풀어가려면 쌍방 소통이 잘되어야 하는데, 어떻게 하면 화합해서 성장할 수 있을까 고민을 많이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