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기사/뉴스 '100년 된 경복궁 현판'은 일본 시골 창고 천장에 매달려 있었다
8,311 10
2025.02.08 11:40
8,311 10



자료 더미에서 찾은 운명적 만남

김성연 관장이 소장자의 집에서 마주한 현판. 본인 제공

김성연 관장이 소장자의 집에서 마주한 현판. 본인 제공

시작은 우연이었다. 문학 전공자인 김 관장은 2016년 2월 연구차 찾은 일본 야마구치현의 도서관에서 '조선총독부' 자료를 무더기로 발견했다. "다른 도서관에서 검색할 때 나오던 양보다 월등하게 많았어요. 반복해서 나오는 이름 중 하나가 조선총독부 초대 총독인 '데라우치 마사타케'였고요. 뭔가가 있구나 싶었죠." 

야마구치 출신인 데라우치와 관련된 자료를 살피다 집어든 책의 뒷표지가 눈길을 사로잡았다. '조선관 앞에서 미야노 지역 사람들과 찍은 집합 사진'이라는 제목의 사진 속 표지판에는 '경복궁의 일부를 철거해서 이건했다'는 문구가 선명했다. 건물은 1951년 폭풍우에 무너져 흔적도 없이 사라진 상태. 

"조선관의 역사를 유추할 수 있는 자료를 찾아 몇 달을 헤매다가 포기하려던 찰나 당시 현장을 수습한 건설업체를 찾아보자는 생각이 스쳤어요. 전화번호 100개를 들고 수소문해서 어렵게 찾아낸 지역의 한 업체 창고에서 마주한 건 뜻밖에도 '선원전'이라는 금색 한자가 쓰인 거대한 현판이었죠. 그때 충격이 아직도 생생합니다."

책은 경복궁의 가장 상징적인 전각의 현판이 일본 시골집의 어두컴컴한 창고 천장에 매달리게 된 사연을 상세히 다룬다. 그에 따르면 당시 조선관의 잔해에서 소장자의 증조할아버지와 할아버지가 현판을 수거했고 대를 이어 보관해왔다. 폭풍이나 홍수로부터 현판을 보존하기 위한 고육지책으로 창고의 대들보에 매달아 놓은 덕분에 현판이 반세기 동안 훼손 없이 보존될 수 있었다. "조선 왕의 어진을 보관하고 제사를 지내던 진전(眞殿)의 현판이 이렇게 살아 돌아왔다는 것이 슬프고 감격스러웠어요. 두 달 뒤 한번 더 볼 기회가 있었는데 온전한 모습에 마냥 좋아서 웃음이 나더군요."

김 관장은 현판을 옮겨온 데라우치에 대해 파고들다 태생에 대해 새로운 사실을 알게 됐다고 한다. 그는 "놀랍게도 데라우치는 백제에서 야마구치로 망명한 임성태자를 섬기는 절에 같이 살던 부하의 후손이었다"며 "조선 왕실의 근원을 상징하는 선원전의 현판을 몰래 고향으로 옮겨온 이유도 데라우치 본인의 뿌리를 조선에서 찾았던 데 기인한 것이 아닐까 싶다"고 추측했다.

7년 만에 日 경매장 등장

김성연 관장이 일본인 소장자가 현판과 함께 보관 중이던 이귀박을 들고 있다. 본인 제공

김성연 관장이 일본인 소장자가 현판과 함께 보관 중이던 이귀박을 들고 있다. 본인 제공

김 관장은 다시 소장자를 찾았지만 만날 수 없었다. 건물이 철거돼 현판의 행방을 더 이상 알 수 없게 됐다. 200일간 뭔가에 홀린 듯 현판을 추적한 기록을 남겨야겠다는 결심이 섰다. 일제강점기 조국의 아픈 역사가 눈앞에서 역사의 톱니바퀴와 맞물리는 모습을 본 여운이 쉽게 사그라들지 않았기 때문. "선원전이 어디서 어떻게 뜯기고 숨겨지고 사라졌는지 더 많은 사람들에게 알려야겠다는 마음이었어요. 언젠가 선원전 현판이 세상에 나오면 100년 동안 잊혀 있던 자취를 고증하는 사료가 될 것이라고 생각했죠." 그가 자비를 털어 책을 낸 이유다. 

선원전 현판은 그로부터 7년 뒤인 2023년 12월 일본 후쿠오카 경매에 나왔다. 김 관장이 경매 전 미리 배포하는 인쇄물에 경복궁 현판이 실려 있다는 연락을 받고 경매장으로 달려갔을 때는 이미 한국 정부가 환수해간 후였다. "그 소식을 듣고 무릎에 힘이 풀렸어요. 지난 몇 년간 갈증과 애달픔이 가라앉는 느낌이었죠. 이렇게 신속하게 문화재를 찾아 환수해간 국력이 자랑스러웠습니다." 여기까지가 그가 전한 '옥의 뿌리(璿源)' 선원전 현판의 과거이자 현재다.  

연관기사

• 일본서 돌아온 경복궁 선원전 현판... 2030년 제자리 찾는다
(www.hankookilbo.com/News/Read/A2025020314320001753)


손효숙 기자 (shs@hankookilbo.com)

https://naver.me/FXwbCnyF

목록 스크랩 (0)
댓글 10
댓글 더 보기
새 댓글 확인하기

번호 카테고리 제목 날짜 조회
이벤트 공지 [아도르X더쿠] 올영 화제의 품절템🔥💛 이런 향기 처음이야.. 아도르 #퍼퓸헤어오일 체험단 360 01.08 40,081
공지 [공지] 언금 공지 해제 24.12.06 4,424,548
공지 📢📢【매우중요】 비밀번호❗❗❗❗ 변경❗❗❗ 권장 (현재 팝업 알림중) 24.04.09 11,205,316
공지 공지가 길다면 한번씩 눌러서 읽어주시면 됩니다. 23.11.01 12,457,294
공지 ◤더쿠 이용 규칙◢ [스퀘어 정치글은 정치 카테고리에] 20.04.29 34,514,704
공지 정치 [스퀘어게시판 정치 카테고리 추가 및 정치 제외 기능 추가] 25.07.22 1,025,954
공지 정보 더쿠 모바일에서 유튜브 링크 올릴때 주의할 점 782 21.08.23 8,474,001
공지 정보 나는 더쿠에서 움짤을 한 번이라도 올려본 적이 있다 🙋‍♀️ 267 20.09.29 7,390,959
공지 팁/유용/추천 더쿠에 쉽게 동영상을 올려보자 ! 3593 20.05.17 8,594,420
공지 팁/유용/추천 슬기로운 더쿠생활 : 더쿠 이용팁 4014 20.04.30 8,474,814
공지 팁/유용/추천 ◤스퀘어 공지◢ [9. 스퀘어 저격판 사용 금지(무통보 차단임)] 1236 18.08.31 14,315,016
모든 공지 확인하기()
2958154 유머 스님한테 "벌레가 좀 죽어도 되는거 아닌가요?" 말하는 놈 첨봄개웃챙ㅜㅜㅜㅜ모기 물릴 때 우짜냐는 초딩 질문 뭐옄ㅋㅋㅋㅋㅋㅋ 18:18 56
2958153 이슈 [제40회 골든디스크 어워즈] 엔시티 위시 레드카펫 18:18 36
2958152 정치 밴스 부통령 "ICE 총격으로 사망한 여성은 좌파여서 총 맞은거야" 2 18:18 34
2958151 이슈 아이돌마스터에 한복 나온 와중에 또다른 아이마스 성우 근황...jpg 1 18:17 71
2958150 유머 안성재 두쫀쿠로 속세에서 얻어맞고 스님한테가서 이르기 1 18:17 166
2958149 이슈 4세대~5세대 아이돌그룹 멜론 연간 순위.txt 18:17 73
2958148 이슈 러시아 황실 행사에 참석했던 통역관이 일기로 쓴 타국가들의 무시, 약소국의 서러운 감정, 일본과 청나라의 비아냥 등 1 18:15 286
2958147 이슈 [핑계고 특집 예고캠] 풍향고2 사전모임|1/17(토) 오전 9시 공개 19 18:12 954
2958146 이슈 유행어 제대로 만든 듯한 씨엔블루 새해 덕담ㅋㅋㅋㅋㅋㅋ 1 18:11 458
2958145 이슈 이거 내가 세상에서 제일좋아하는 한국로코영화의 세상에서 제일좋아하는 키스신, 엔딩임 2 18:09 1,595
2958144 이슈 오늘 시작된 트와이스 북미투어에서 정식으로 셋리 추가된 Takedown 8 18:07 928
2958143 이슈 2026 골든디스크 어워즈 블랙핑크 제니 레드카펫 22 18:05 2,646
2958142 유머 유사연애 남타쿠들 엄청 긁혔다는 일본성우 결혼.jpg 16 18:04 2,120
2958141 이슈 선재스님한테 숨도 안쉬고 이르기 8 18:04 1,320
2958140 이슈 김 책갈피 옴!!!!! 이건 진짜 김이잖아…🤨 5 18:04 1,264
2958139 유머 주방장님 출근하셨네요... 3 18:03 912
2958138 이슈 씨엔블루 킬러조이 라이브 챌린지 | 엑스디너리 히어로즈 정수🎸🤘 4 18:02 111
2958137 이슈 너무 귀엽고 훈훈한 여성전용스카 12 18:01 1,288
2958136 이슈 핌릿 special 🎁 연말 맞이 선물 교환식 | ILLIT (아일릿) 5 18:01 209
2958135 이슈 [나는 SOLO] ※미방분※ 29기 두 남자가 있어~♬ 널 많이 사랑한~♪ 2 17:58 34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