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는 전날 박현수 행정안전부 경찰국장(치안감)을 치안정감으로 승진 내정했다. 3명의 경무관(조정래 경찰청 치안정보국 치안정보심의관·국정상황실 남제현 경무관·국무조정실 박종섭 경무관)도 치안감으로 승진 내정했다. 최 권한대행이 이들의 승진을 승인했다.
최 권한대행은 이에 대해 소극적 권한 행사라고 밝혔다. 기획재정부 관계자는 6일 통화에서 전날 이뤄진 경찰 고위급 인사에 대해 “권한대행께서 앞선 국무회의에서 각 부처에서 장관들 책임 하에 할 수 있는 인사는 책임을 지고 장관들이 하는 게 좋다는 말씀을 하신 바가 있다”며 “(그런 연결선상에서) 보시면 될 것 같다”고 말했다. 정부 관계자도 통화에서 “서울경찰청장이 공석인 것이 괜찮으냐”고 반문한 뒤 “정무적인 인사 외에도 반드시 해야 하는 국장급 늘공(직업 공무원) 인사도 많다”고 말했다. 부처 장관들 지휘 하에 국정 안정을 위해 필요한 인사만 하고 있다는 취지다.
최 권한대행 측의 주장과 달리 경찰 인사 승인은 적극적 권한 행사의 사례다. 고위직 인사와 논란이 있는 인사를 강행했기 때문이다. 치안정감은 경찰 내 계급 서열 2위로 고위직 인사다. 또 남 경무관, 박 경무관 등은 대통령실과 정부에 파견된 인사다. 박찬대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는 이날 정책조정회의에서 “경찰청장 바로 아래 계급인 치안정감으로 승진하는 박현수 국장은 윤석열 정부 아래서 승승장구한 인물로 알려져 있다”며 “나머지 3명의 경무관도 보통 3년이 걸리는 치안정감 승진을 1년 만에 초고속 패스한 경우다. 대통령실과 최 대행이 경찰 고위급 인사를 ‘윤석열맨’으로 채우고 경찰 내란 수사를 방해할 속셈이 아닌지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고 비판했다.
최 권한대행은 지난해 12월27일 권한대행을 맡은 이후 일관성 없는 대통령 권한 행사를 해왔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대표적으로 그는 국회를 통과한 ‘윤석열 내란 특검법’에 대해 두 차례 거부권을 행사하는 등 총 7번의 거부권을 행사했다. 또 국회 추천 몫 3명의 헌법재판관 후보자 중 2명은 임명하고 마은혁 후보자에 대해서는 여야 합의를 요구하며 임명을 보류했다. 여야 합의를 명분으로 사실상 마 후보자 임명을 비토한 셈이다.
최 권한대행의 행보를 두고 여권 내에서도 비판의 목소리가 나온다. 한 여권 관계자는 기자에게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 여럿이 최 권한대행에게 헌법재판관 임명을 하지 말아달라고 설득했는데 듣지 않았다. 그랬다가 최근에는 윤 대통령 지지율이 오르니 여권 편에 선 것 아니냐”며 “최 권한대행이 스스로 대통령인줄 안다는 얘기가 돈다”고 말했다.
박순봉 기자 gabgu@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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