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올해 설 연휴에는 '옥씨부인전'을 가족들과 다 같이 볼 거 같아요. 최고의 명절이 될 거 같아요."
소혜 아씨와는 전혀 다른 순한 미소를 지으며 배우 하율리가 말했다.
하율리는 지난 26일 종영한 JTBC 주말드라마 '옥씨부인전'에서 주인공 구덕이(임지연 분)를 괴롭히던 아씨 김소혜 역을 맡았다. '옥씨부인전'은 소혜와 그의 아버지 김낙수(이서환 분)의 괴롭힘을 피해 도망친 구덕이가 옥태영이라는 인물로 살아가게 되면서 펼쳐지는 이야기를 담은 작품. 소혜는 극 중 구덕이의 참혹한 삶을 보여주고, 극 중반부 이후 구덕이의 정체를 밝히려 하면서 긴장감을 고조시켰다.
특히 12회 엔딩에서 소혜가 구덕이를 알아보는 모습은 '옥씨부인전' 최고의 명장면으로 꼽히며 "단숨에 장르를 스릴러로 만들었다"는 평을 받으며 화제를 모았다.
캐릭터 설명에 '머리가 나쁘고 흉포하다'고 쓰여 있을 만큼 나쁜 성품에 항상 미간을 찌푸리며 성을 내는 소혜지만 실제로 마주한 하율리는 수줍음 많고 미소가 많은 배우였다. 설을 맞아 고운 한복을 입고 등장했지만, 소혜와는 전혀 다른 분위기를 풍기며 이목을 집중시켰다.
"('옥씨부인전' 연출을 맡은) 진혁 감독님과 제 드라마 데뷔작 JTBC '시지프스:the myth'를 같이 했어요. '옥씨부인전'에는 백이 역할로 오디션을 보러 갔는데, '시지프스'를 할 땐 제가 20대 초반이라 아기 같아 보이셨나봐요. 그래서 제 모습을 보시곤 소혜 대본을 주셨어요. 정반대의 캐릭터라 '잘 할 수 있을까' 걱정도 됐는데, 작가님과 감독님이 많이 응원해주시고, 하고 싶은 거 다 해도 된다고 해 주셨어요. 덕분이 기운을 얻었죠."
소혜는 구덕이를 위기로 몰아넣으며 '옥씨부인전'의 처음과 끝을 이끌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하율리는 "드라마를 보며 그렇게 미치게 빛날 줄 몰랐다"며 웃으며 "말투로 사람을 공격하는 연습을 많이 하고, 순수 악에 가까운 연기는 무엇인지 고민을 많이 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유튜브에서 '사극 악역', '악녀 모음집' 이런 것도 찾아봤다"고 귀엽게 고백해 미소 짓게 했다.
'옥씨부인전'은 구덕이를 괴롭히던 소혜가 그동안의 악행에 대한 대가로 노비가 되는 것으로 막을 내린다. 하율리는 "소혜로서 가장 하고 싶지 않은 결말이 된 거라 속상하지만, 시청자 입장에서는 정말 잘됐다 싶다"면서 결말에 대해 전했다. 그러면서 "벌을 받아 다행"이라고 덧붙였다.
소혜는 평생 구덕이를 괴롭혀왔지만, 하율리는 "구덕이를 괴롭히는 장면을 연기할 때마다 걱정이 많았다"며 "그때마다 임지연 선배님이 잘 챙겨주셨다"면서 고마움을 전했다. 특히 구덕이를 멍석에 말고 몽둥이로 내려치는 장면은 "4시간 동안 찍었다"며 "끝나고 나서 팔을 못 들 정도였다"고.
"저와 소혜는 완전 스타일이 달라요. 상처받는 일이 있어도 얘길 안 하고 쌓아두는 편이고, 나서는 것보다 집에 있는 걸 좋아하는 집순이고, 소심해서 연기할 때 어려웠어요. 그래도 제가 겁먹고 불편해하면 드라마에 피해가 될 수 있잖아요. 차라리 즐기자고 마음먹고, 고함지르고 하다 보니 스트레스가 풀리더라고요. 재밌게 했어요."임지연에 대해서는 "머리채를 잡기 전엔 먼저 '죄송하다'며 '한 번에 가겠다'고 사과부터 했는데, 선배는 '괜찮아' 하고 넘어갔다"며 "넷플릭스 '더글로리' 박연진, ENA '마당이 있는 집' 짜장면 장면을 보고 간 터라 살짝 걱정했는데, 애교도 웃음도, 장난도 많은 분이셨다"며 거듭 치켜세웠다.
'옥씨부인전'은 2023년 12월 첫 촬영을 시작해 지난해 9월 마무리됐다. 이후 방송까지 2024년을 꽉 채웠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지난해 가장 더울 때와 가장 추울 때를 모두 촬영장에서 보낸 거 같다"는 하율리는 "새해가 돼도 '옥씨부인전'을 보내지 못할 거 같다"며 애정을 드러냈다.
이어 "이렇게 크게 사랑받을 줄 몰랐고, 연기력으로 칭찬받을 줄 몰랐다"며 "차기작을 좀 더 신중하게 알아보고 있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티빙 '피라미드게임'부터 '옥씨부인전'까지 강한 역할을 연이어 하다 보니 저도 모르는 사이에 '틱틱' 거리는 말투가 나왔다"며 "좋은 거, 귀여운 걸 자주 보고 요즘은 디즈니 애니메이션을 즐겨 보고 있다"고 전해 웃음을 자아냈다.
"요즘 운동에 재미를 붙여 열심히 하고 있어요. '옥씨부인전'을 촬영하면서 현장에서 액션 감독님께 무기로 때리는 거, 휘두르는 걸 배웠는데 처음이라 그런지 너무 재밌더라고요. 그런 것들도 제대로 해보고 싶고요. 아직 부족한 부분도 많고 성장해야 하지만, 제 자신도 잘하는 게 뭔지, 어떤 매력이 있는지 들여다보며 차기작에서 다른 이미지를 보여드리며 많은 분이 저를 알아보는 시간을 가졌으면 좋겠어요."
김소연 한경닷컴 기자 sue123@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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