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자발적 퇴직자 137만명]
지난 4일 오후 서울 광진구 화양동 '건대 맛의 거리'는 한적했다. 일부 점포를 제외하고는 옷 가게와 식당 등에서 사람을 찾아보기 힘들었다. 늦은 점심을 먹을 법도 한데 한 분식집에는 손님이 없었다. 건대입구역 2번 출구 부근 도로변 상가 1층 곳곳에는 불경기를 한눈에 보여주듯 공실이 즐비해 있었다./사진=민수정 기자.
지난 4일 오후 기자가 찾은 서울 광진구 화양동 '건대 맛의 거리'는 한적하다 못해 고요했다. 도로변 상가 1층 곳곳은 폐업에 따른 공실이 즐비했다.
이옥희씨가 운영하는 식당에도 정적만 흘렀다. 지난해 11월 말 식당을 열었지만, 탄핵 정국이 겹치면서 2개월 연속 적자를 냈다. 직원을 줄일 수밖에 없는 상황에 내몰렸다.
그는 "오픈할 때 직원이 6명이었는데 지금은 4명으로 줄었다. (함께 운영 중인) 다른 주점은 예전엔 30명이었는데 지금은 9명이다. 사람이 부족하면 주말에 아르바이트를 고용한다"며 "재료비와 인건비 등이 올라가니까 (코로나 때보다) 지금이 더 어렵다"고 말했다.
지난 4일 오후 서울 광진구 화양동 건대입구역 2번 출구 상가 건물 1층 공실의 모습./사진=민수정 기자.
건대 골목에서 수십 년째 고깃집을 운영한 안모씨(70대)는 손님 없는 식당에서 부인과 식사 중이었다. 2023년에는 홀에 직원 4~5명을 둘 정도로 여유가 있었지만, 지금은 저녁 시간대 주방과 홀 직원 1명씩만 남겨뒀다.
부부는 "매출이라고 할 수가 없는 상황이다. 매출이 80% 이상 준 것 같다"며 "지금은 (직원을) 3~4시간만 쓰고 보낸다. 재룟값은 밀리더라도 인건비는 줘야 하므로 계속 빚지고 있다"고 했다.
동대문 패션타운의 사정도 마찬가지였다. 같은 날 동대문구 평화시장에서 지갑을 여는 손님은 많지 않았다. 아이와 함께 형형색색의 모자와 장갑을 구경하는 가족 단위의 외국인 손님들이 눈의 띄었으나 실제 구매로 이어지는 모습은 적었다.
김민 평화시장주식회사 총무과 과장은 "(시장에서) 인건비를 줄이려는 모습이 보인다. 시장 1층에 위치한 큰 매장도 아르바이트생을 줄였다"며 "대부분 친인척 관계자가 함께 영업하고 있다. 모자 가게 큰 곳들은 다 가족으로 보면 된다"고 했다.
지난 4일 오후 4시 서울 동대문구 평화시장 내부 모습. 형형색색의 모자와 양말 등을 판매하는 매장들이 눈에 띈다. /사진=박진호 기자.
초단시간 근로자 '역대 최대'…전문가 의견 들어보니
전문가들은 높은 최저임금 등으로 인건비 부담을 느끼고 있는 자영업자의 상황이 비자발적 실업자 및 초단시간 취업자 증가로 이어질 수 있다고 평가했다. 사정이 어려운 자영업자들이 직원을 자르거나 스스로 가게를 접으며 실업자가 발생하고, 주휴수당과 퇴직금 등을 따로 주지 않아도 되는 초단기 노동자를 고용하고 있는 모양새다.
통계청 고용동향 마이크로데이터에 따르면 주당 1~17시간만 일하는 '초단시간 취업자'는 지난해 250만명으로 2023년 226만8000명에 비해 10.2% 늘어났다. 관련 통계가 작성된 1980년 이래로 최대 규모를 기록했다.
지난해 비자발적 퇴직자는 137만 2954명이었다. 이는 2023년과 비교하면 10만6761명, 9% 가까이 늘어난 수치다.
이병훈 중앙대 사회학과 명예교수는 "민생경기가 계속 어려웠고 연말특수가 있어야 하는 시점에 12·3 계엄 사태가 벌어지면서 소비 심리가 꽁꽁 얼어붙었다"며 "더불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취임으로 우리 기업이 더 힘든 상황에 놓이게 될 것이란 전망이 나오면서 자영업 내수 경기가 더 심각해졌다"고 말했다. 이어 "쪼개기식 일자리가 계속 많아진다면 노동 환경의 질이 악화할 수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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