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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 국내 최대 로펌인 김앤장 법률사무소가 노동법을 위반한 사실이 확인됐다. 로펌 업계 최초로 진행된 근로감독으로 알려졌다. 김앤장의 직원이었던 미국 변호사가 노동청에 청원을 넣은 결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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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02.05 2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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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최대 로펌인 김앤장 법률사무소가 노동법을 위반한 사실이 확인됐다. 서울고용노동청 광역근로감독과는 지난해 5월부터 12월까지 김앤장에 대한 근로감독을 진행했다. 로펌 업계 최초로 진행된 근로감독으로 알려졌다. 김앤장의 직원이었던 미국 변호사가 노동청에 청원을 넣은 결과다. 서울고용노동청은 7개월 간의 조사 끝에 김앤장이 근로기준법 제17조와 제93조를 위반했다고 판단했다.

김앤장이 위반한 내용은 노동법 중 기본적인 부분이다. 근로조건을 근로계약서에 명시하고 근로자에게 나눠주는 것(제17조), 근로조건이 적힌 취업규칙을 작성해서 노동관서에 신고하는 것(제93조)이다. 근로계약서에 임금이나 근로시간 등 핵심적인 근로조건을 써서 나눠주는 건 편의점이나 중국집 등 5인 미만 사업장도 해야 하는 의무다. 취업규칙을 써서 게시하는 건 10인 이상 사업장이면 지켜야 할 의무다.

다른 대형로펌들은 어쏘 변호사들의 동의를 받는 절차를 거쳐 재량근로제를 도입하는 방식으로 주52시간제에 대처해왔는데, 김앤장은 이런 절차 없이 주52시간제 자체를 무시하고 어쏘 변호사들이 연장, 야간 근로를 하도록 해온 것이다.

 

밤샘 근무하는 어쏘 변호사들

김앤장의 어쏘 변호사는 사람마다 다르지만 주 60시간에서 70시간 가까이 일하는 경우가 많다. 오전 10시에 출근해 매일 자정을 넘겨 퇴근하는 경우가 부지기수다. 일요일 오후에 출근해 잔업을 하느라 주말 이틀을 쉰 적은 거의 없다.

 

어쏘 변호사들이 심한 업무 강도 탓에 법정근로시간인 주52시간을 훌쩍 넘겨 일하는 구조에서, 다른 대형로펌은 형식적이나마 어쏘 변호사들의 동의를 받아 재량근로제를 도입해 법 테두리 내에서 일을 시켜 왔다. 하지만 김앤장은 주52시간제 도입 이후 5년 동안 법 밖에서 어쏘 변호사에게 일을 시켜온 사실이 이번 근로감독을 통해 드러난 것이다.

5년 혹은 50년 간의 침묵

주52시간제가 도입된 지 5년이 지났는데 김앤장은 어떻게 이 제도와 무관하게 일을 시킬 수 있었을까. 또한 김앤장 법률사무소가 만들어진 지 50년이 지났는데, 현재까지 노동법에서 규정한 근로계약서나 취업규칙을 제대로 갖추지 않고 운영될 수 있었을까. 이번 근로감독이 이례적으로 로펌업계에 대해 이뤄진 만큼, 김앤장의 근무 환경에 대해 외부에서 감시를 받는 경우는 거의 없었다. 짧게는 5년, 길게는 50년간 이번 노동청 청원이 있기 전까지는 내부 고발도 존재하지 않았다는 뜻이다.

 

일반적인 기업이라면 노조가 목소리를 내어 회사에 근로조건 개선을 요구하는 역할을 한다. 하지만 대형로펌 변호사들에게 기업별 노조가 없을 뿐 아니라 어쏘 변호사들의 협회 같은 곳은 존재하지 않았다. 어쏘 변호사들이 파편화되어 있어 뭉쳐서 소통하고 목소리를 낼 공간이나 조직은 없었기 때문에, 주 60시간이 넘는 과도한 근로시간에도 어쏘 변호사들은 회사와 교섭할 힘이 존재하지 않는다. 스트레스와 과로로 육체적, 정신적 건강을 해쳐 더 이상 버티지 못할 경우, 단지 개인적으로 퇴사하는 길을 선택해온 것이다.

법조계 변화와 터져 나온 목소리

최근 들어 긴 침묵이 깨졌다. 대형로펌들은 지난 2019년을 전후해 재량근로제를 도입했다. 5년 기한으로 도입한 경우가 많아 올해 초 다시 어쏘 변호사들을 대상으로 재량근로제에 동의하는지 합의가 시작됐다. 재량근로제 동의 투표를 시행한 광장과 율촌에서는 반대표가 과반을 넘는 결과가 한 차례씩 나왔다. 어쏘 변호사들 중 다수가 주52시간제를 넘어서는 업무를 시키기 위해서는 처우를 더 개선해달라고 요구하고 나선 것이다.

 

O냐 X냐…'오징어게임' 같은 투표

다른 빅펌들과 달리 지난 5년간 재량근로제 도입 없이 주52시간제를 지키지 않은 김앤장도 근로감독이 진행된 이상 가만히 있을 수는 없었다. 근로감독 결과가 통보된 뒤 지난 1월 초쯤, 김앤장은 어쏘 변호사들에게 재량근로제에 대해 동의 여부를 묻는 절차를 진행했다. 그런데 그 방식이 불투명하고 일방적이었다는 지적이 나온다. 

 

어쏘 변호사들은 회사에 잘 보여야 외국 유학을 갈 수 있고 이후 파트너 변호사가 될 수 있는 회사원의 입장이기도 하다. 이런 상황인데 상사가 보는 앞에서 본인의 투표 결과가 공개되는 O/X 선택지에서 반대표를 던지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투표 결과 330여 명의 어쏘 변호사 중 80%는 권한 위임에 찬성을 했고 20%는 반대에 투표한 것으로 전해졌다.

 

한 로스쿨 커뮤니티에는 김앤장의 이러한 동의 과정을 넷플릭스 드라마 <오징어게임2>에 빗댄 글도 나왔다. 오징어게임에서 O를 누르면 더 많은 돈을 얻지만 건강(목숨)을 잃을 수 있고, X를 누를 경우 건강을 지키되 돈은 적당히 얻는 데서 만족하는 선택이라는 점을 비유한 것으로 보인다. 드라마 오징어게임에서는 O나 X 어떤 선택을 하든 승자는 없었고, 주최 측이 짜놓은 구조 안에서 벗어날 수 없었다.

김앤장의 해명 "법이 현실을 반영하지 못 해"

취재 과정에서 김앤장 측의 요청에 따라 40분 가까이 해명을 들었다.  "법이 변호사의 프로페셔널한 업무 방식을 따라가지 못 하는 면이 있다"며 "변호사들은 고객의 의뢰에 따라 업무를 자율적으로 수행하다보니 출근과 퇴근 시간을 명시하기 어렵다. 때문에 근로계약서나 취업규칙에 소정근로시간을 명시하는 것이 맞지 않다"고 설명했다.

 

김앤장의 해명을 들어보았지만 다른 대형로펌 뿐 아니라 중소기업과 소상공인들마저 행여 법을 위반할까 신경 써서 관리해 온 내용을 김앤장만 사실상 무시해온 것에 대해 완전히 해소가 되지는 않았다. 바꿔서 생각해보면 간단하다. 만약 김앤장이 다른 기업에 노무 관련 자문을 한다고 생각해보자. 근로자 수백 명이 넘는 기업을 상대로 '근로기준법을 지키지 않아도 되고, 주52시간제도 지키지 않고 자체적인 노력을 하면 된다'고 법률 자문을 하는 게 가능할지 의문이 든다.

 

변호사는 근로자일까?

변호사의 업무방식과 주52시간제 관련해서 두 가지 반론이 나올 수 있다. 첫 번째는 변호사가 근로자가 맞느냐는 것이고, 두 번째는 주52시간제가 잘못된 정책이 아니냐는 반론이 나올 수 있다.

 

우선 변호사가 근로자인지 여부에 대해서는 판례가 있다. 2012년 대법원은 회사 지분을 소유하지 않은 파트너 변호사에 대해 근로기준법상 근로자로 인정(2012다77006)한 바 있다.

 

두 번째로 주52시간제에 대한 질문에 대해서는 법이 최장 근로시간을 규제하는 목적이 존재한다고 답할 수 있다. 국내 노동법이 근로시간을 규제하는 목적은 고용을 창출하고 건강권을 확보하는데 있다. 풀어서 설명하면, 한 사람이 오래 일할 것을 두 사람이 짧게 일하도록 해서 일자리를 나누도록 권장한다는 뜻이다.

 

두 가지 질문에 대한 답을 정리해보면, 어쏘 변호사는 근로자라고 법원이 판단하고 있으며 최장 근로시간 규제는 근로자의 건강을 보호하기 위해서 만들어진 법이다. 법원의 판단과 다르게 어쏘 변호사가 근로자가 아니어서 노동법의 보호 대상이 아니라는 주장을 인정한다면 법치주의는 흔들린다. 

 

누구도 법 위에 존재할 순 없다

다시 김앤장 얘기로 돌아와보자. 근로감독에서 김앤장이 위반했다고 밝혀진 내용은 동네 식당이나 중소기업도 지켜야 하는 것들이다. 근로계약서에 근무시간을 포함한 근로조건을 써서 근로자에게 나눠주는 것, 취업규칙에 근로조건을 써서 게시하는 것, 법정근로시간인 주52시간제를 준수하는 것 등이다.

다른 로펌도 지켜야 하는 주52시간제와 근로기준법을 홀로 지키지 않고 자율적으로 운영하게 되면 '규제 차익(regulatory arbitrage)'을 얻기 때문에 불공정한 경쟁이 된다. 또한 근로자(어쏘 변호사)의 건강권을 어떤 기업의 선의에만 맡기는 것은 기업의 경영 상황에 따라, 사업주의 결정에 따라 유동적이기 때문에 위험할 수 있다. 이러한 이유에서 김앤장이 아무리 효율적인 운영을 하고 있고, 업계 최고 연봉을 주더라도 법은 따라야 하는 것이다. 사실 국내 최고의 법률전문가 집단인 김앤장에 대한 기사를 쓰면서 법의 취지를 설명하고, 왜 법을 지켜야 하는지 장황하게 말한 것은 멋쩍은 일이다. 정계성 김앤장 대표변호사는 올해 신년사에서 '법치주의를 굳건히 하는데 앞장서자'고 구성원들에게 강조했다. 정계성 변호사는 김앤장 최초의 어쏘 변호사이기도 하다.

 

전문 https://n.news.naver.com/article/055/0001228210?sid=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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