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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뉴스 옥씨부인전 진혁 감독, 긴 기다림 끝에 마침내 만난 ‘좋은 드라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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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02.05 13: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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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ktrwawebzine.kr/page/vol227/09.html

 

진혁 JTBC PD

SBS <온에어>, <바람의 화원>, <추적자 The CHASER> 공동 연출
SBS <찬란한 유산>, <검사 프린세스>, <시티헌터>, <주군의 태양>,<닥터 이방인>, <푸른 바다의 전설>, 중국 드라마 <남인방 2>,
JTBC <시지프스: the myth>, <옥씨부인전> 메인 연출
중국 드라마 <비취연인>, 티빙 <빌런즈> 예정

 

 

긴 기다림 끝에 마침내 만난 ‘좋은 드라마’

사람 냄새 나는 드라마, 훈훈한 드라마를 하고 싶었다. 가차 없이 타인을 찍어 누르고 상생의 가치가 사라지고 나 아니면 적만 남는 세태를 거스르는 그런 드라마를 찾느라 숱한 대본들을 흘려보냈고, 작품을 할 생각이 있냐는 말까지 듣던 끝에 만난 것이 <옥씨부인전>이다. 

솔직히 <옥씨부인전>의 가장 큰 팬은 바로 나였다. 멋진 대사에 매료되어 대본에 나오는 주요 대사를 달달 외운 것도 나였고 아끼는 대사가 나올 때마다 배우들에게 그 부분을 강조해달라고 조르던 것도 나였다. 2001년 드라마 일을 시작한 나와 비슷한 시기에 작가님도 드라마를 시작했고 소위 이 판에서 구르던 과정은 달랐어도 생각과 감성이 비슷해 통하는 것이 많았다. 조금 결과가 아쉽더라도 좋은 드라마를 하고 싶다는 의지도 비슷했다. 너무 호흡이 잘 맞아 혹시 우리만 좋아하는 드라마를 하는 게 아닐까 하는 걱정이 들기도 했다. 나는 작가님을 믿고 작가님도 나를 믿었기에 정말 행복하게 작업했다.

나와 아내는 가능하면 <옥씨부인전> 방송을 함께 본다. 우리 부부가 함께 살아온 세월이 이 드라마 안에 녹아있어 어떤 부분에선 대사를 내가 만들었다고 아내가 착각하기도 하고 슬며시 서로의 손을 잡기도 한다. 그만큼 박지숙 작가님은 우리네 보통 사람들을 위로하는 미친 대본을 만들어 냈다. 실제 성격도 정이 많고 세상을 바라보는 시선도 따듯한 천재, 우리 박지숙 작가님!

확신과 욕심으로 일구어낸 캐스팅
노비와 양반, 변호사까지 오가며 진실과 거짓 사이에서 줄타기해야 하는 여주인공 캐릭터는 역대급으로 연기하기 어려운 캐릭터이다. 그러기에 임지연 배우가 대본을 보내자마자 승낙해 준 건 우리 드라마엔 가장 큰 복이었다. 임지연 배우의 완벽한 캐릭터 소화에 극장 제일 앞 열에 자리 잡은 연극 관객처럼 감탄하며 모니터에 머리를 박고 있던 나날들!!! 임지연 배우 본인도 이 연기는 한 번 더 찍어줬으면 생각할 때마다 내가 꼭 한 번 더 다르게 촬영해 호흡이 잘 맞는다고 느꼈다고 한다. 호흡보다는 그만큼 캐릭터와 드라마에 대한 사랑이 우리 둘 모두 매우 컸던 것 같다. <옥씨부인전>은 사실 임지연 배우가 다 했다고 해도 부족하지 않다고 느낀다.

황보상미 CP가 추천한 라이징 배우들을 검색하다 추영우 배우의 SNS에서 남자주인공 캐릭터와 실제 성격이 비슷하다 느낀 건 어쩌면 설명할 수 없는 감 같은 것이었다. 미팅을 해보니 사극에서 중요한 발성과 음색이 너무 좋아 큰 배역임에도 주저 없이 과감하게 결정했다. 큰 작품이다 보니 플랫폼에서 결정이 너무 급한 것 아니냐며 우려하기도 했다. 플랫폼 관계자와 배우의 미팅 후 감사하게도 감독님이 왜 이 배우로 결정했는지 알 것 같다는 말을 들었다. 1인 2역에 춤과 무술, 심지어 코믹, 멜로를 모두 소화해야 했음에도 신인답지 않게 너무 잘해주었다.


Back to the Basic, Back to the Classic!
내가 스태프 회의에서 강조한 구절이다. 깃털처럼 가볍고 트렌디하게 ‘뽀샵’ 처리한 것 같은 화면이 아닌 고전적이고 깊이 있는 화면을 만들고 싶었다. 그것이 파란만장한 한 노비의 감동 서사에 어울린다고 생각했다. 삶이란 누구의 것이든 모두 가치 있고 그에 따른 깊은 색이 있는 법이다. 

스태프들을 다 모아 놓고 고급스러운 색감을 가졌던 고전 영화들을 언급하며 원하는 콘티와 구도 등 내가 원하는 비전을 프레젠테이션했고 이를 바탕으로 모든 스태프들의 아이디어들을 겹겹이 쌓아갔다. 화제가 된 2부의 공연 장면도 내가 너무 좋아하는 오페라 축제 무대를 찍은 한 장의 사진에서 시작해 이 과정을 통해 완전히 새로운 무대로 진화한 것이다.

한국의 사계를 아름답게 담겠다는 것이 또 다른 나의 목표였다. 이로 인해 배우와 스태프들이 매우 고생해 미안하다. 노비들의 가혹한 인생을 눈과 함께 담겠다는 나의 의지 때문에 설산과 눈보라 속으로 모두 내몰렸고 세트에서 찍다가도 어디에 꽃이 흐드러지게 피었네 하면 바로 달려 나갔다. 전국의 비경을 찾아 떠돌아다니던 7개월이었다.

내 나름대로의 비주얼 세계관을 구현하기 위해 세트도 야외에 실존하는 장소처럼 보이길 원했다. 특히 재판정의 경우 연극 무대처럼 활용하되 연극을 보는 사람은 그것이 현실의 장소처럼 느끼게 하고 싶었다. 이를 위해 세트의 소재부터 조명까지 치밀하게 계산해야 했다. 그림자극 형식을 요소요소 활용할 수 있도록 창호지 소재까지도 여러 종류 테스트해 고르고 감정의 깊이를 위해 사각형의 레이어를 겹으로 쌓았다. 하나하나 결코 쉽게 가지 않았다. 세트에 태양과 달을 만들기도 하고 노을을 구현하기도 했다. 애써 지었던 세트를 부순 후 주위를 다 암흑으로 만들어 시공간을 초월해 인물의 드라마에만 포커싱하기도 했다.

색감과 질감도 나에겐 매우 중요했다. 고급스러운 화면은 많은 스태프들의 노력의 결과이다. 1회 첫 장면부터 주인공의 옷과 밧줄만 붉은색으로 나머지는 무채색으로 대조시켰고 이러한 기준을 드라마 내내 유지했다. 노비 때의 구덕이는 무채색과 흰색에 묻혀 있지만 양반이 되고 난 후 태영이는 홀로 그 안에서 자신만의 색을 갖는다. 그리고, 캐릭터가 성장할수록 그것은 망설임을 벗어나 꽃과 같은 향과 색을 갖는다. 그 때문에 동원된 의상과 액세서리도 모두 우리만의 디자인으로 수제작해야만 했다.

주인공의 동선과 그에 따른 리액션이 중요한 드라마라 롱테이크도 많이 활용했다. 사실 롱테이크는 컷이 나누어지지 않아 루즈한 느낌을 줄 수도 있다. 하지만 촬영감독의 일사불란한 지휘 아래 포커스 이동, 카메라 패닝, 멀티 카메라의 효율적 활용으로 빠르게 바뀌는 느낌을 주어 시청자들이 마치 짧은 컷들을 경험하는 것 같은 스피드감을 유지했다. 12회 엔딩에서 태영이 악역인 소혜와 마주치는 장면은 이런 스타일의 롱 테이크를 보여주는 상징적인 신일 것이다. 이를 위해 스테디캠과 로닌, 드론 등 숱한 장비들을 섞어 썼다. 풀 샷 위주로 쓰이는 드론을 스테디캠처럼 쓰기도 하고 두 종류의 카메라를 한 컷처럼 연결하기도 했다. 역할을 바꾸어 카메라로 풀 샷을 찍고 드론으로 투 샷을 찍은 키스 신 같은 것이 카메라를 다르게 활용한 대표적인 예이다.

<옥씨부인전>을 너무 사랑한 음악감독을 부추겨 음악감독료를 오버하여 전국의 전통 타악기들을 다 수집하게 만들고 80개의 악기 레이어가 들어간 BGM들까지 만들게 했다. 내가 원하는 보이스를 위해 윈터와 에일리를 직접 섭외했고 남자주인공인 추영우에게 노래를 부르게 하기도 했다.
편집감독 두 분은 마침 부부여서 더 도움이 되었다. 태영이 노비 백이가 죽은 것을 알게 되는 2부 하이라이트 장면은 두 분의 의견에 따라 두 개의 버전이 편집되기도 했다. 스피디함과 극적인 서사의 자연스러운 흐름을 위해 어떤 회차는 구성 자체를 바꾸기도 하고 배우들의 연기가 조금이라도 어색한 부분은 내용 연결이 이상해지더라도 과감히 잘라내 버렸다.

이해와 사랑으로 닿는 희망의 판타지
돌이켜보면 작가님이 지어준 토대가 너무 튼튼하고 견고해 지붕만 잘 올려도 칭찬받을 수 있었지만 그 토대의 아름다움에 욕심이 나 그 위에 성까지 쌓고 싶었던 것 같다. 행간 구석구석까지 나의 상상력을 극한으로 구현하고 싶었다. 드라마는 혼자 만들 수 없기에 함께 하는 시너지가 모일 때 좋은 작품이 나온다. 오랫동안 함께 해온 스태프, 배우들이기에 요즘 보기 힘든 주인 의식이 나올 수 있었다. 난 운이 참 좋다. 이런 좋은 사람들과 일할 수 있었으니까.

항상 드라마를 마칠 때면 난 캐릭터들과 이별하느라 가슴앓이하곤 한다. 옥태영과 천승휘도 이제 꿈에서 계속 만나지겠지. 인생은 때때로 잔인하고 항상 사이다 같은 결말을 주진 않는다. 굴곡을 가진 우리 삶은 드라마와 다르게 마무리 없이 끊임없이 이어진다. 드라마는 가혹한 현실에서 도망치는 판타지이기도 하지만 때때로 그것을 첨예하게 들여다보는 역할도 해야 한다. 우리의 옥태영은 그런 우리 삶을 투영하는 거울 같은 주인공이다. 그리고, 어떤 고난에도 흔들리지 않고 올바른 길을 걸어가는 옥태영에게서 희망의 판타지를 보길 소원한다. 항상 행복할 수는 없지만 결과적으로 우리 모두 행복해지는 것은 이해와 사랑의 길일 것이다. 많은 사람들의 피땀이 어린 <옥씨부인전>이 좋은 드라마로 기억되기를 소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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