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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뉴스 계엄과 탄핵에 왜 미국을 끌어들이나... 여야가 자초한 '구걸외교' [문지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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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02.01 1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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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당이 '가치외교'를 윤석열 대통령의 1차 탄핵소추안에 반영한 것에 깊은 유감을 표합니다. 야당이 한미동맹을 저버리고 중국 편에 서지 않기를 바랍니다."




영 김 미국 하원 의원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취임식 참석차 방미한 한국 의원들에게 이런 취지로 말했다고 합니다. 국회를 통과한 윤석열 대통령 탄핵소추안 초안에 당초 '외교'가 들어간 것에 대해 유감을 표명한 것이죠.

눈에 띄는 것은 영 김 의원이 더불어민주당을 향해 '친중 성향'이 강하다고 언급한 점입니다. 그래서 당시 면담에 참석한 민주당 의원들은 "야당은 한미동맹을 중시하며, 중국에 편향돼 있지 않다"고 설명하는 데에 주력했다고 합니다.


그런데, 이 와중에 여당인 국민의힘 의원들은 미국 의원들에게 이같이 물어봤다고 하네요.

"대통령을 가택연금하지 않고 구속 수사를 벌이고 있는 수사기관의 행태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요?"



한국과 미국 모두 민주주의 국가라고 해도, 각국의 사법제도와 절차는 다릅니다. 그런데 사법 절차에 대한 차이점을 건너뛰고 윤 대통령의 구속 상황에 대해 의견을 물어본 것입니다. 관련 내용에 대해 잘 알고 있는 미국 싱크탱크의 한 인사는 "미국은 한국의 사법절차에 대해 잘 알지 못하기 때문에 의원들이 설명하는 절차를 신뢰할 수밖에 없다"며 "탄핵 과정이 부당하다는 미국 내 정치권의 발언은 한국 정치권이 그렇게 설명하니까 나오는 발언인 경우가 많다"고 말했습니다. '미국 내 정치권은 대한민국 국회에서 진행 중인 대통령 탄핵 절차와 관련해 의구심을 표명했다'는 윤상현 국민의힘 의원 주장에 대한 해명이었습니다.

미국 발언 정치적으로 이용하는 정치권과 역풍



1987년 체제 이후 한국이 미국의 정치 발언에 이렇게 의존한 적이 있었나 싶습니다. '12·3 비상계엄' 사태와 이후 불거진 문제를 풀어나가는 과정에서 여야가 앞다퉈 미국의 바짓가랑이를 붙드는 모습입니다. 민주당은 "계엄은 심각한 오판"이었다는 조 바이든 전 행정부 인사들의 발언을, 국민의힘은 야당의 이른바 '친중 성향'을 우려하는 미 공화당과 정계의 지적을 강조합니다. 이 과정에서 허위 정보가 확산되는 경우도 있습니다.




문제는 런 행태가 한국을 바라보는 워싱턴의 시각에 엄청난 영향을 끼치고 있다는 점입니다. 한 보수성향의 워싱턴 소재 싱크탱크 인사는 본보에 익명을 전제로 "1차 탄핵소추안에 '가치외교'를 담은 야당은 그 어느 때보다 미국을 이용하려고 하고, 한미동맹과 가치외교를 한순간에 무너뜨린 윤 대통령을 비호하는 여당은 미국이 부당한 계엄에 편을 들어주기를 호소하고 있다"며 불편함을 내비쳤습니다.

이재명 민주당 대표의 '셰셰' 발언과 1차 탄핵소추안에 '가치외교'를 탄핵 사유로 담은 야당의 행보는 분명 미 워싱턴에 경종을 울렸습니다. 당장 워싱턴 정계에는 반중 정서가 강해진 상황입니다. 바이든 행정부조차 트럼프 1기 행정부가 취한 대중 강경정책을 하나도 철회하지 않았죠. 그런 상황에서 동맹국이라 할 수 있는 한국에서 나온 이른바 '반미친중' 성향의 발언은 세계 지정학적 구도를 재편하려는 미국에 여러 가지 함의를 던져줬다고 합니다. 트럼프 행정부의 국방정책 차관으로 발탁된 엘브리지 콜비는 2023년 본보와의 화상인터뷰에서 "미국은 한국에 대한 방위공약을 지킬 것이지만, 그렇다고 한국이 주한미군을 당연하게 여기고 평가절하해도 된다는 건 아니다"라고 불쾌감을 내비치기도 했습니다.

비상계엄에 미국 끌어들인 여야, 정치혼란 자초


하지만 심각한 문제는 따로 있습니다. 바로 탄핵정국으로 겪고 있는 혼란을 우리 스스로 극복하지 못하고, 외국이 내정간섭할 수 있는 공간을 넓히고 있다는 사실입니다. 그리고 정권교체기에 있는 미국에 발언권을 과도하게 준 결과, 대한민국은 그 어느 때보다도 심각한 정치혼란에 빠졌습니다.

순서대로 볼까요. 바이든 행정부가 이례적으로 내정간섭 논란을 감수하면서도 윤 대통령의 비상계엄에 비판적인 발언을 한 이유는 간단합니다. '자유민주주의 가치연대'는 바이든 행정부의 유산(legacy)이자 외교 전략을 상징하는 핵심 단어이기 때문입니다. 윤 대통령은 평시 비상계엄을 선포해 국민의 자유를 억압하는 극단의 조치를 택했죠. 바이든 행정부의 외교자산을 무너뜨리는 일이었습니다. 그래서 시 그 어떤 상황에서도 민주시민 위에 대통령이 군림하게 해선 안 된다는 메시지를 냈죠. 이 메시지를 내는 데에는 필립 골드버그 주한미국대사의 의견도 한몫을 했다고 합니다.


그런데, 야당은 바이든 행정부 인사들이 하지 않은 발언을 했다고 주장하거나 정치적으로 과대해석하면서 혼란을 초래했습니다. 그래서 골드버그 대사가 직접 나서서 '완전한 거짓(utterly false)'이라고 정정해주기까지 했죠.

문제는 그다음입니다. 트럼프 2기 정부가 들어서자 국민의힘 움직임이 심상치 않습니다. 여권 관계자는 맷 슐랩 미국보수주의연합(ACU) 의장이 방한해 윤 대통령을 만난 사실을 공개했죠. 그를 '트럼프 대통령의 측근'이라고만 소개했습니다.

하지만 슐랩 회장은 미국 부정선거론의 대표주자로 꼽힙니다. 윤 대통령과 슐랩 회장이 나눴을 대화 내용은 불 보듯 뻔합니다. 참고로 미 최대 보수단체라고 불리는 보수정치행동회의(CPAC)의 회장이기도 한 그는 2020년 자매단체인 한국의 KCPAC과 '미국 부정선거와 4·15 총선 부정선거 의혹'을 주제로 한 공동 콘퍼런스를 개최하기도 했습니다.


1·6 의회습격 사태와 부정선거론에 힘을 실은 트럼프 대통령이 취임하면 '윤 대통령을 지지할 것'이라는 기대감이 일부 언론과 정치권에서 나오고 있는 이유기도 하죠. 그러니 방미 의원단에 포함된 국민의힘 의원들은 "윤 대통령의 구속이 정당했다고 생각하냐"는 질문을 미국 인사들에게 던진 것이겠죠.

G7+ 외치던 한국, 비상계엄 후폭풍도 스스로 해결 못 하나




미국의 속내는 다릅니다. 일단 여러분이 '트럼프의 측근'이라 강조하는 프레드 플라이츠 미우선정책연구소(AFPI) 부소장이 최근 본보와 진행한 화상회의에서 한 발언을 인용하겠습니다.

"미국은 어떤 정부가 들어서든 한국과 좋은 관계를 유지할것이고, 친구가 될 것입니다. "



로버트 피터스 헤리티지연구원 연구위원도 패트릭 크로닌 허드슨연구소 아시아태평양 안보석좌도, 본보에 위와 같은 취지로 발언했습니다. 미국은 이미 다음 정부와의 협력을 계획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말입니다. 질문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미국이 성숙한 민주주의를 택하지 않으면, 대한민국도 그 길을 따라야 하나요? 트럼프 대통령이 윤 대통령의 탄핵 결정이 부당하다고 하면 민주적 사법절차에 따라 대통령 탄핵 결정을 뒤집어야 할 만큼, 대한민국은 주권이 없는 국가인 것일까요? 주요7개국(G7) 플러스를 노린다는 대한민국은, 비상계엄의 후폭풍 하나도 민주주의와 사법절차에 따라 해결하지 못하는 것일까요? 그렇다면 보수는 대체 왜 '자유민주주의'를 외치고 있는 것이며, 진보는 워싱턴에 '친중 세력'이라 찍힐 때까지 외교적 편향된 발언을 반복해온 것일까요?

"지금 이 국난에서 우리 스스로 해결하지 못하고 외국의 힘을 빌리는 건 최악의 선택입니다. 우리 스스로 민주질서와 사법절차를 지켜내야 국제사회에 좋은 규칙을 만들 수 있는 힘도 생길 수 있습니다."



지난해 12월 본보와 통화한 박종희 서울대 정치외교학부 교수는 이같이 강조했습니다. 그는 저서 '힘과 규칙: 국제질서에 대한 두 가지 관점'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귀환으로 자유주의 국제질서가 무너지고 세력권 국가들이 경쟁하는 다극 질서가 올 것이라고 경고한 바 있습니다. 그는 한국이 사회 성숙과 발전을 계속 영위하기 위해서라도 오히려 트럼프 대통령의 귀환으로 자유주의 국제질서에서 이탈하려는 미국을 억제하는 역할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서부지법 사태를 보면서, 이건 모두 '1·6 의회습격 사태'를 극복하지 못한 미국의 책임이라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민주주의의 대표국가라고 할 수 있는 미국이, 제국주의를 지향하는 지도자를 다시 택했으니 그 여파는 더 크겠죠."



미국 워싱턴의 한 인사는 본보 기자에게 이렇게 말했습니다. 트럼프 2.0 시대를 막지 못한 후과로 대한민국 정치가 혼란스러워져 미안하다는 것이죠. 하지만 이제 한국도 미국의 영향을 받는 의존적 사고에서 벗어나, 성숙한 민주국가로서 미국에 오히려 정치혼란을 극복하는 방법론을 제시하는, 선진국의 자세를 보여줬으면 좋겠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이제 여야는 국내 혼란을 미국의 힘으로 극복하려는 촌극을 중단해주시기 바랍니다. 여러분의 '깜짝 방미'를 위해 주미대사관은 로비업체를 동원해 면담 자리를 마련해야 했습니다. 관련 기록은 미 외국대리인 등록(FARA) 자료에서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막대한 세금이 여러분의 촌극을 위해 쓰였습니다. 모두 기억하겠지요. 전략적 분석과 자기중심 없이 외세를 끌어들여 외침을 막으려고 한 조선은 주권침탈과 식민지배라는 비참한 결말을 맞이했습니다.








https://n.news.naver.com/mnews/article/469/0000846622?sid=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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