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이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탄핵 심판 사건을 심리 중인 일부 헌법재판관들의 정치 성향을 문제 삼고 나섰다. 권영세 비상대책위원장은 “헌법재판소가 아니라 ‘우리법재판소’라는 비판까지 나오고 있다”고 말했고, 권성동 원내대표는 “더불어민주당과 우리법연구회 출신 법관들의 정치·사법 카르텔이 있다”고 주장했다. 진보 성향 판사 모임인 우리법연구회나 국제인권법연구회 출신인 문형배 헌재소장 권한대행과 이미선·정계선 재판관이 탄핵 심판에서 손을 떼야 한다는 취지다.
헌법이 대통령과 대법원장, 국회에 각각 3명의 재판관을 임명·지명·선출할 권한을 준 것은 헌재의 정치적 다양성을 위해서다. 탄핵, 정당 해산 등 정치적 사건들을 담당하는 헌재의 특성상 재판관 구성이 한쪽으로 치우치지 않게 설계한 것이다. 그래서 헌재에는 보수-중도-진보 성향의 재판관이 늘 혼재돼 있었고 이는 자연스러운 일이다. 진보 성향 재판관 3명을 심판에서 배제하자는 것은 헌법 취지에 부합하지 않을 뿐 아니라 이런 논리라면 윤 대통령이 임명했거나 여당이 추천한 재판관도 제척·기피 대상이 될 수밖에 없다. 이는 6명 이상의 재판관이 참여해야 하는 탄핵 심판을 하지 말자는 말이나 마찬가지다.
여당에서 주장하는 진보 성향 재판관들의 신상 문제도 심판에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보기엔 무리다. 문 권한대행에 대해선 민주당 이재명 대표와 사법연수원 동기라는 점을 지적하지만 30여 년 전 일이다. 법적 판단에 장애가 될 만큼 두 사람이 가까운 관계라는 점은 확인된 바 없다. 정 재판관의 남편이 국회 측 대리인 중 한 명이 이사장을 맡은 재단 소속이라는 등 이유로 윤 대통령 측이 낸 기피 신청은 이미 기각됐다. 이 재판관의 동생이 민변 산하 윤석열퇴진특위 부위원장이라는 점도 제척이나 기피 사유에 해당하지 않는다.
헌재가 “탄핵 심판은 재판관 개인 성향에 좌우되는 것이 아니다”라고 밝혔듯이 결국 중요한 것은 윤 대통령이 헌법이나 법률을 얼마나 심각하게 위반했느냐이다. 그럼에도 여당이 재판관들에 대해 도를 넘은 공격을 쏟아내는 것은 탄핵 심판 보이콧이나 불복까지 염두에 둔 여론전으로 비칠 뿐이다. 헌재에 대한 불신을 자극해 혼란과 분열이 더욱 가중된다면 그 책임은 여당 몫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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