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FC와 국순당이 올해 KDA 브랜드 위너의 영예를 안았다. 이들이 선보인 백세주 리브랜딩 프로젝트는 실험적인 태도와 완성도가 균형 잡힌 브랜딩의 좋은 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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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방백세流芳百世. ‘100대에 걸쳐 흐르는 향기’를 뜻하는 말이다. 국순당의 명실상부 스테디셀러 백세주는 향후 100년간 이어갈 맛과 멋을 위해 대대적인 리브랜딩을 선언했다. 2020년에도 한 차례 리뉴얼했지만 이번에는 시작부터 달랐다. 32년간 이어온 전통주의 예스러운 향취를 걷어내고 완전히 새로운 옷으로 갈아입고자 한 의지가 강력했다. 변화에 목말랐던 국순당은 자타가 공인하는 리브랜딩 해결사, CFC와 손을 잡았다. CFC 전채리 대표는 “백세주를 한식 주점과 파인다이닝 레스토랑에 모두 잘 어울리는 술로 만들어달라”는 국순당 배상민 대표의 의뢰에 흥미를 느꼈다고 말했다. 기존의 시각적 자산을 내려놓고 제대로 달라질 각오를 마친 브랜드와 함께 새로운 도전을 해보기로 결심한 것.

한국 단색화에서 영감을 받아 백세주의 ‘백白’을 디자인했다. 레이어를 겹겹이 쌓아 농담을 표현했다.

CFC는 백세주라는 이름과 시그너처인 병 셰이프만 남기고 모든 것을 바꾸었다. 가장 시급한 건 브랜드의 고급화였다. 기존 제품에 담겨 있던 해학의 정서를 말끔히 지워내고 그 빈자리를 한국적 미감과 심상으로 채웠다. 라벨 전면을 장식한 백세주의 ‘백百’은 한국의 단색화에서 영감을 받아 디자인했다. 깊은 농담과 회화적인 표현 기법으로 백세주의 백년대계 정신을 표현했다. 반면 한자 밑에 작게 자리한 한글 로고는 직선적인 획의 조합으로 현대적 이미지를 강조했다. 타이포그래피를 통해 과거와 미래를 연결하겠다는 포부를 드러낸 것이다.
사실 제품 라벨에 한글보다 한자 로고를 크게 배치하는 건 생각보다 용기가 필요한 일이었다. 매대에 진열했을 때 제품명을 한눈에 읽기 어렵기 때문이다. 실제로 국순당과 CFC 역시 로고의 가독성과 추상성 사이를 오가며 수차례 디자인을 조율해야만 했다. 그러다 “디자인에 매료된 소비자라면 자연스레 제품명을 찾게 될 것”이라는 배상민 대표의 한마디가 CFC에게 힘을 실어주었다. 이렇듯 훌륭한 디자인이 탄생하기까지는 디자이너의 노력 못지않게 클라이언트의 결단도 큰 몫을 차지한다.

새로 바뀐 암갈색 병 컬러를 흙의 모티프와 연결해 브랜드 스토리를 완성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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