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기사/뉴스 앨범 중복 구매 조장 K팝 상술에 상처받는 팬심
12,345 11
2025.01.25 10:06
12,345 11
jzsovr

K팝 팬들이 업계의 친환경적 변화를 요구하며 결성한 단체 ‘케이팝포플래닛’ 창고에 주인 없는 음반들이 쌓여 있다. 단체 관계자는 “팬들이 구매한 뒤 듣지 않는 앨범을 보내온 것”이라고 말했다. 케이팝포플래닛 제공






앨범 중복 구매 유도 마케팅은 크게 3가지 방식으로 나눠 설명할 수 있다. 전체 멤버 사진을 각각 개인 카드 형태로 만든 뒤 일부 카드만 무작위로 삽입해 놓는 ‘랜덤 포토카드’(이하 랜덤 포카), 가수와 직접 대화할 수 있는 ‘팬싸 응모권’, 앨범 표지만 다르게 하는 ‘앨범 종수 늘리기’다.


랜덤 포카는 앨범마다 2~3개씩 들어 있는 게 일반적이다. 그러나 각 앨범에 어떤 멤버의 사진이 들어 있는지 알 수 없어 팬들은 음반을 많이 구매한 뒤 확인하는 방식으로 포카를 모아야 한다. 자신이 좋아하는 멤버의 포카가 나올 때까지, 혹은 모든 멤버의 포카를 수집할 때까지 반복적으로 앨범을 사들이는 것이다.


표지만 다르게 한 앨범을 여러 장 발매하는 것도 팬들의 소장 욕구를 공략하는 K팝 업계의 일반적인 상술이다. 팬싸의 경우 기획사마다 당첨 방식과 기준을 공개하지 않아 팬들은 음반을 많이 구매하는 방식으로 ‘당첨 확률’을 높이려고 한다.


특히 해외 팬들은 영상통화로 진행되는 팬싸에도 몰려드는데, K팝 팬들이 모여 결성된 환경단체 ‘케이팝포플래닛’에 소속된 인도네시아 활동가 누하 이자투니사(28)씨는 “영상통화 팬싸에 참여하려고 앨범을 150장 구매한 사례도 있다”고 전했다. 그는 “앨범을 150장 사면 약 285만원”이라며 “인도네시아 사회 초년생이 이 돈을 마련하려면 최저임금을 기준으로 계산했을 때 하루 8시간씩 10개월 넘게 일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엑스(X·옛 트위터)에는 수백장의 앨범을 구매했다는 해외 팬의 게시물이 수시로 올라온다. 심지어 한 중국 팬은 “8377장을 구매했다”며 음반 유통 사이트에 구매 확인서와 앨범 상자가 쌓인 사진을 공개하기도 했다.


이처럼 앨범 중복 구매를 조장하는 상술 탓에 해외 팬들을 타깃으로 하는 ‘중간업자’까지 활개치고 있다. 이들은 해외 팬들의 주문을 받아 앨범을 대신 구매한 뒤 랜덤 포카만 모아 따로 배송해주고 실물 앨범은 폐기한다.


이다연 케이팝포플래닛 활동가는 “해외 팬들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서 믿을 만한 중간상을 찾은 뒤 소정의 수고비를 지불하고 대리 구매와 폐기를 맡긴다”며 “얼마나 많은 앨범을 구매해야 팬싸에 당첨되는지에 대한 정보를 팬들끼리 돈을 주고 사고팔 때도 있다”고 전했다.


가요계에서 음반이 과잉 생산·판매되고 결국엔 상당수가 폐기물로 전락하는 행태가 나타난 것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같은 음반을 여러 장 구매하는 사람이 늘면서 K팝 음반 판매량은 상승세가 뚜렷하다. 써클차트 상위 400위권 내 K팝 앨범의 지난해 1~11월 판매량도 약 1억1600만장에 달한다. 이 활동가는 “대부분 스트리밍으로 음악을 듣는 상황에서 음반 판매량이 증가하는 것은 이해할 수 없는 현상”이라고 꼬집었다.


해외 매체도 K팝 음반 시장의 기형적 행태에 주목하고 있다. 가령 미국 빌보드는 지난 6월 한 기사에서 “한국에서는 많은 팬이 CD 플레이어를 갖고 있지 않음에도 ‘복권 스타일’의 마케팅 전략 탓에 CD를 구매한다”고 비판하기도 했다.


눈여겨봄 직한 부분은 이 같은 K팝 마케팅이 해외로도 확산될 조짐을 보인다는 것이다. 이 활동가는 “최근 미국 유명 래퍼 ‘메건 더 스탤리언’이 한국 걸그룹과 협업한 뒤 자신의 신보에 랜덤 포카를 선보여 ‘K팝 상술이 해외로 수출됐다’는 팬들의 자조 섞인 비판이 나오기도 했다”고 말했다. 음악 관련 단체인 ‘뮤직 서스테이너빌리티 얼라이언스’의 커트 랭어 상임이사는 지난해 11월 국회에서 열린 포럼에서 “올해 상반기 빌보드 차트 ‘톱10’ 앨범은 평균 22가지 버전으로 출시됐는데 이는 2010년대 K팝에서 시작된 관행”이라며 “K팝의 마케팅 관행이 상업적으로 성공하면서 음악산업이 완전히 잘못된 방향으로 가고 있다”고 지적했다.


전문가들은 차트 집계 방식을 바꾸는 등 근본적인 대책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예컨대 공신력 있는 차트들은 순위를 매길 때 이른바 ‘랜덤 구성물’이 있는 앨범은 불이익을 받도록 해야 한다는 것이다.


아울러 일부 기획사가 선보이는 ‘친환경 패키지’나 실물 음반이 없는 ‘디지털 앨범’에 대해서도 비판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문제의 본질을 흐리는 그린워싱(친환경적인 방법인 것처럼 위장하는 것)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랜덤 포카나 팬싸 응모권 같은 방식부터 사라지지 않는다면 문제 해결은 난망하다고 말한다. 하재근 대중문화평론가는 “꼼수 마케팅은 결국 K팝에 해로 돌아올 것”이라며 “기업들의 자정 노력이 필요하다”고 당부했다.





박은주 기자 박상희 박주원 인턴기자




https://v.daum.net/v/20250125000211709


목록 스크랩 (0)
댓글 11
댓글 더 보기
새 댓글 확인하기

번호 카테고리 제목 날짜 조회
이벤트 공지 [💚한율X더쿠💚] 쫀득한 텍스처로 모공 속 피지 강력하게 흡착 ✨한율 #쑥떡팩폼 체험단 (100인) 505 12.23 24,450
공지 [공지] 언금 공지 해제 24.12.06 4,363,814
공지 📢📢【매우중요】 비밀번호❗❗❗❗ 변경❗❗❗ 권장 (현재 팝업 알림중) 24.04.09 11,073,598
공지 공지가 길다면 한번씩 눌러서 읽어주시면 됩니다. 23.11.01 12,404,105
공지 ◤더쿠 이용 규칙◢ [스퀘어 정치글은 정치 카테고리에] 20.04.29 34,390,006
공지 정치 [스퀘어게시판 정치 카테고리 추가 및 정치 제외 기능 추가] 07.22 1,013,081
공지 정보 더쿠 모바일에서 유튜브 링크 올릴때 주의할 점 781 21.08.23 8,454,380
공지 정보 나는 더쿠에서 움짤을 한 번이라도 올려본 적이 있다 🙋‍♀️ 266 20.09.29 7,382,360
공지 팁/유용/추천 더쿠에 쉽게 동영상을 올려보자 ! 3590 20.05.17 8,579,020
공지 팁/유용/추천 슬기로운 더쿠생활 : 더쿠 이용팁 4012 20.04.30 8,469,417
공지 팁/유용/추천 ◤스퀘어 공지◢ [9. 스퀘어 저격판 사용 금지(무통보 차단임)] 1236 18.08.31 14,287,610
모든 공지 확인하기()
2942774 이슈 2025년 일본 남성 아티스트 인기도TOP5(12개국가와 지역) 1 03:53 221
2942773 이슈 전성기에 돌연 증발한 할리우드의 전설 1 03:51 539
2942772 유머 나 초밥 알러지 있어.X 5 03:43 504
2942771 이슈 [흑백요리사 2] 말솜씨 여전한 최강록 6 03:42 744
2942770 이슈 신인 아이돌 롱샷 자작곡 제목이 '좋은 마음으로'인 이유 2 03:26 231
2942769 정보 단돈 1.5만엔으로 최애보며 식사하는 일본의 크리스마스 파티.jpg 12 03:25 1,274
2942768 이슈 4년전 오늘 공개된, 전소미 "Anymore" 뮤직비디오 03:07 96
2942767 이슈 수서행 srt나 동서울 버스터미널행 버스에 어린 아기가 안달래지게 울면 한번만 더 참아보세요.. 26 02:59 2,375
2942766 유머 중국애들은 신상정보같은거 유출 안되나? 싶어서 검색해봤는데 23 02:56 3,477
2942765 유머 다이소의 자신감 38 02:44 4,241
2942764 이슈 내가 여태까지 봤던 아이돌 훈련소사진중 제일 밝음.X 13 02:35 3,482
2942763 이슈 7년전 오늘 개봉한, 영화 “범블비” 5 02:27 408
2942762 이슈 아스트로 막내 윤산하 근황 2 02:26 1,400
2942761 이슈 라잇썸 공식 개인 인스타그램 개설 안내 4 02:22 535
2942760 이슈 윤계상과 손호영이 99년과 25년 지금의 서로에게 보내는 메시지.jpg 38 02:18 1,832
2942759 이슈 8•90년대생은 익숙한 장난감 한립토이스가 문을 닫습니다 112 02:16 9,082
2942758 이슈 미니어처 크리스마스 만찬 3 02:14 964
2942757 이슈 송강 로에베 화보 비하인드.jpg 02:13 710
2942756 유머 기린끼리 붙어서 싸우는데 옆에서 구경하는 마멋이 한마디함.. 1 02:12 1,084
2942755 이슈 13년전 오늘 개봉한, 영화 “타워” 02:12 19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