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12월 3일 밤부터 벌어진 일을 두고 누군가 그랬다. 애국가의 한 소절 '하느님이 보우하사'가 맞다는 것을 증명했다고. 그날 하늘이 우리 국민들을 돕지 않았으면 지금쯤 계엄군의 통제 아래서 공포에 떨고 있을 것이라는, 성숙한 시민이 내란을 막았다는 이야기다.
12.3 내란사태가 암울했던 과거를 떠오르게 한다. 기자도 학창시절 군인에게 맞았던 악몽이 있다. 1979년 9월 부마항쟁으로 부산 지역에 위수령이 내려졌다. 기자가 거주하던 부산 대신동에도 계엄군이 깔렸다. 게엄포고령에 있는 '저녁 10시 통행금지'를 어기고 친구들과 집에 가다가 군홧발에 맞았었다.
'계엄' 하면 떠 오르는 악몽이 아직도 눈에 선하다. 비단 나만 그런 걸까. 그런데 주변에 12.3 내란 사태를 대수롭지 않게 여기는 사람이 한둘이 아니라는 점이 무척 당혹스럽다.
기승전 "이재명이 더 나빠"... '동의 않으면 나가라' 분위기
얼마 전 <오마이뉴스>의 요청으로 김상욱 국민의힘 의원(울산 남구갑)의 지역구 주민 여론을 살펴봤었다. '김 의원이 12.3 내란을 비판하고 있는 데 주민들은 어떻게 생각할까'라는 취지였다.
여러 주민들의 의견을 들었다. 70·80대 연령층 상당수가 계엄 선포 내란 우두머리에 동정심을 펴는 모습을 보였다. 한 주민은 지난 1월 15일 윤석열 체포영장 집행을 두고 "체포되기 전 아내와 강아지를 보고 간다는 말에 눈물이 핑돌았다. 대통령이 뭘 그리 잘못했나"라면서 피의자는 제쳐두고 법집행을 하는 사람들을 나무라기도 했다. '위헌적 비상계엄 선포는 문제 아닌가'라는 질문에 그 주민은 "그보다도 야당 대표가 더 나쁘다"고 답했다. 계엄과 야당은 동일선상에 놓고 보기 어려운 대상임에도 말이다.
당혹감과 함께 안타까운 마음까지 든다. 공동체 안에서 '이것은 잘못'이라고 이야기하는 것조차 할 수 없는 분위기이기 때문이다. 최근엔 비상계엄을 비판하고 대통령 탄핵의 정당성을 언급한 김상욱 국민의힘 의원을 향해 기초·광역의원들은 '시당위원장 직 사퇴, 탈당 촉구' 목소리를 냈다. '동의하지 않으면 나가라'는 소리와 다르지 않다.
더군다나 최근 여당 지지율이 계엄 전 수준으로 돌아갔다는 여론조사 결과 영향인지 '내란 정당화'의 기류마저 읽힌다.
정치와 사회를 배워가는 청소년들이 뭘 보고 배우겠나
내란 정국 속 여당의 행태를 두고 많은 이들이 지역정서를 말한다. 지난 1월 6일과 15일, 서울 한남동 대통령 관저에 달려간 국민의힘 의원들 거의 대부분은 대구·경북과 부산·울산·경남 의원들이었다. 그 앞줄에는 울산을 대표하는 정치인 중 하나인 김기현 의원이 서 있었다.
"민주당의 내란 선동에 대한민국이 무너지고 있습니다."
김기현 의원이 지역에 걸어놓은 현수막 문구다. 군병력이 움직인 비상계엄은 정작 대통령이 선포했고, 그 대통령에 대한 체포영장 집행을 막기 위해 관저 앞으로 달려간 의원들은 국민의힘 소속이다. 대통령 구속영장 발부에 서울서부지법에 몰려가 법원을 부순 사람들은 윤석열 지지자들인데 '민주당이 내란선동을 했다'고 뒤집어 씌우는 모양새다.
이런 정치 선전 문구는 결국 지역구 주민들에게 잘못된 인식을 심어주는 데 일조하게 된다. 민주적인 절차를 거쳐 시민들에게 권한을 위임 받은 선출직 공무원이 '비민주적인 행태는 잘못'이라고 지적해도 모자랄 판에 내란을 옹호하고 내란범에 면죄부를 주려고 한다. 사회 법질서를 배울 지역 청소년들은 대체 뭘 보고 배워야 하나.
12.3 내란사태가 암울했던 과거를 떠오르게 한다. 기자도 학창시절 군인에게 맞았던 악몽이 있다. 1979년 9월 부마항쟁으로 부산 지역에 위수령이 내려졌다. 기자가 거주하던 부산 대신동에도 계엄군이 깔렸다. 게엄포고령에 있는 '저녁 10시 통행금지'를 어기고 친구들과 집에 가다가 군홧발에 맞았었다.
'계엄' 하면 떠 오르는 악몽이 아직도 눈에 선하다. 비단 나만 그런 걸까. 그런데 주변에 12.3 내란 사태를 대수롭지 않게 여기는 사람이 한둘이 아니라는 점이 무척 당혹스럽다.
기승전 "이재명이 더 나빠"... '동의 않으면 나가라' 분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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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국민의힘 울산 지역 광역·기초의원들이 20일 울산시의회 프레스센터에서 김상욱 국회의원의 시당위원장직 사퇴 등을 요구하고 있다. |
| ⓒ 박석철 |
얼마 전 <오마이뉴스>의 요청으로 김상욱 국민의힘 의원(울산 남구갑)의 지역구 주민 여론을 살펴봤었다. '김 의원이 12.3 내란을 비판하고 있는 데 주민들은 어떻게 생각할까'라는 취지였다.
여러 주민들의 의견을 들었다. 70·80대 연령층 상당수가 계엄 선포 내란 우두머리에 동정심을 펴는 모습을 보였다. 한 주민은 지난 1월 15일 윤석열 체포영장 집행을 두고 "체포되기 전 아내와 강아지를 보고 간다는 말에 눈물이 핑돌았다. 대통령이 뭘 그리 잘못했나"라면서 피의자는 제쳐두고 법집행을 하는 사람들을 나무라기도 했다. '위헌적 비상계엄 선포는 문제 아닌가'라는 질문에 그 주민은 "그보다도 야당 대표가 더 나쁘다"고 답했다. 계엄과 야당은 동일선상에 놓고 보기 어려운 대상임에도 말이다.
당혹감과 함께 안타까운 마음까지 든다. 공동체 안에서 '이것은 잘못'이라고 이야기하는 것조차 할 수 없는 분위기이기 때문이다. 최근엔 비상계엄을 비판하고 대통령 탄핵의 정당성을 언급한 김상욱 국민의힘 의원을 향해 기초·광역의원들은 '시당위원장 직 사퇴, 탈당 촉구' 목소리를 냈다. '동의하지 않으면 나가라'는 소리와 다르지 않다.
더군다나 최근 여당 지지율이 계엄 전 수준으로 돌아갔다는 여론조사 결과 영향인지 '내란 정당화'의 기류마저 읽힌다.
정치와 사회를 배워가는 청소년들이 뭘 보고 배우겠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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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울산 남구에 국민의힘 김기현 의원이 현수막을 걸리자 진보당 울산시당이 이에 반박하는 현수막을 붙였다 |
| ⓒ 박석철 |
내란 정국 속 여당의 행태를 두고 많은 이들이 지역정서를 말한다. 지난 1월 6일과 15일, 서울 한남동 대통령 관저에 달려간 국민의힘 의원들 거의 대부분은 대구·경북과 부산·울산·경남 의원들이었다. 그 앞줄에는 울산을 대표하는 정치인 중 하나인 김기현 의원이 서 있었다.
"민주당의 내란 선동에 대한민국이 무너지고 있습니다."
김기현 의원이 지역에 걸어놓은 현수막 문구다. 군병력이 움직인 비상계엄은 정작 대통령이 선포했고, 그 대통령에 대한 체포영장 집행을 막기 위해 관저 앞으로 달려간 의원들은 국민의힘 소속이다. 대통령 구속영장 발부에 서울서부지법에 몰려가 법원을 부순 사람들은 윤석열 지지자들인데 '민주당이 내란선동을 했다'고 뒤집어 씌우는 모양새다.
이런 정치 선전 문구는 결국 지역구 주민들에게 잘못된 인식을 심어주는 데 일조하게 된다. 민주적인 절차를 거쳐 시민들에게 권한을 위임 받은 선출직 공무원이 '비민주적인 행태는 잘못'이라고 지적해도 모자랄 판에 내란을 옹호하고 내란범에 면죄부를 주려고 한다. 사회 법질서를 배울 지역 청소년들은 대체 뭘 보고 배워야 하나.
https://n.news.naver.com/mnews/article/047/0002460827?sid=10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