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기사/뉴스 [함께하는 미래] 외교 동물의 삶
27,669 4
2025.01.23 13:09
27,669 4
김나연 아태반추동물연구소 연구원·농학박사
1479년(성종 10년) 당시 백성들은 처음 보는 생명체에 눈이 휘둥그레졌다. 코끼리 두 마리. 이 거대하고 이국적인 동물은 명나라 황제의 선물이었다. 처음에 코끼리는 조선 백성들에게 신기한 구경거리였다.

그러나 인기도 잠시, 코끼리는 너무 많이 먹었고 풀, 곡류 같은 농작물 조달은 점차 비용 부담으로 다가왔다. 여기에 코끼리 탈출 사건과 코끼리로 인해 사람이 죽는 사고가 발생하면서 불만을 품는 백성들이 늘었다. 천덕꾸러기가 된 이들의 기록을 종합하면 오랜 귀양살이와 영양 부족, 추운 조선의 기후에 적응하지 못하고 고통받았을 것으로 추정한다.

국가 간 우호 관계를 과시하기 위한 상징, 정치적 목적이 담긴 동물, 이들의 이름은 외교 동물이다. 과거 이들은 생명체임에도 불구하고 물건으로서 거래의 대상이 됐다. 겉으로는 화려한 이목이 쏠렸으나 실제 그들의 삶은 매우 열악하고 비참한 것이 현실이었다. 19세기 문화적 연결을 상징하기 위해 영국으로 간 호주 캥거루는 부적절한 영양과 날씨로 질병에 시달렸고 비슷한 시기 유럽 왕실로 간 아라비아말은 역시 음식과 환경에 적응하지 못해 이른 나이에 폐사했다.

다행히 최근에는 사육정보를 통해 여러 건강 문제를 개선했다. 그러나 여전히 외교 동물의 삶을 바라보며 걱정하는 목소리는 존재한다.

중국의 외교 동물 판다는 임대 형식으로 고액을 받고 제공되며 기간이 종료되면 중국으로 되돌아가야 한다. 만일 타국에서 새끼가 태어나도 이들은 중국의 소유가 돼 번식 적령기가 오기 전에 자국으로 반환돼야 할 의무가 있다.

‘푸바오’는 대한민국에서 태어난 판다로 많은 이들의 사랑을 받았지만 결국 지난해 중국으로 돌아갔다. 푸바오는 태어나고 자란 한국을 떠나 낯선 환경에서 적응에 어려움을 겪었다. 이러한 이동은 단순한 환경 변화가 아니라 정서적 단절과 큰 스트레스를 유발한다. 이는 현재의 외교 동물이 여전히 정치·경제적 목적으로 이용되며 동물 자체의 행복과 복지는 후순위로 밀리고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외교 동물에 대한 충분치 못한 배려는 인류 사회와 정서에도 상당한 영향을 끼친다. 우리는 상업 논리와 화려한 외교 정치의 그늘에서 사회적 비용을 치르고 있으며 생명을 다루는 윤리적 문제와 정서적 상실감에 직면한다. 이러한 부작용은 결국 국가 간 신뢰를 강화하고자 했던 외교 본연의 목적에 반하는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

외교 동물의 삶에는 국격이 보인다. 이제는 푸바오의 이야기를 통해 외교 동물 문제를 더 깊이 고민해야 할 때다. 단순히 판다를 귀여운 동물로 소비하는 것을 넘어 그들의 생명이 지닌 고유한 가치를 되돌아봐야 한다. 우리가 그들에게 준 사랑만큼 그들의 삶에도 존엄과 안정이 보장돼야 한다.

외교 동물은 단순한 상징물이 아니라 인간과 자연, 생명이 조화를 이루며 공존할 수 있는 방향으로 나아가기 위한 발판이 돼야 한다. 푸바오 같은 외교 동물이 우리의 삶에 준 기쁨이 그들 스스로에게도 행복으로 돌아갈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는 책임이 이제 우리의 몫으로 남아 있다. 그리고 그 몫을 구체적인 행동으로 실천할 때 대한민국의 위상은 더 높아질 것이다.

https://n.news.naver.com/article/666/0000062669

목록 스크랩 (0)
댓글 4
댓글 더 보기
새 댓글 확인하기

번호 카테고리 제목 날짜 조회
이벤트 공지 [아도르X더쿠] 올영 화제의 품절템🔥💛 이런 향기 처음이야.. 아도르 #퍼퓸헤어오일 체험단 384 01.08 52,607
공지 [공지] 언금 공지 해제 24.12.06 4,425,940
공지 📢📢【매우중요】 비밀번호❗❗❗❗ 변경❗❗❗ 권장 (현재 팝업 알림중) 24.04.09 11,214,333
공지 공지가 길다면 한번씩 눌러서 읽어주시면 됩니다. 23.11.01 12,458,327
공지 ◤더쿠 이용 규칙◢ [스퀘어 정치글은 정치 카테고리에] 20.04.29 34,519,776
공지 정치 [스퀘어게시판 정치 카테고리 추가 및 정치 제외 기능 추가] 25.07.22 1,027,333
공지 정보 더쿠 모바일에서 유튜브 링크 올릴때 주의할 점 782 21.08.23 8,474,001
공지 정보 나는 더쿠에서 움짤을 한 번이라도 올려본 적이 있다 🙋‍♀️ 267 20.09.29 7,390,959
공지 팁/유용/추천 더쿠에 쉽게 동영상을 올려보자 ! 3593 20.05.17 8,594,420
공지 팁/유용/추천 슬기로운 더쿠생활 : 더쿠 이용팁 4014 20.04.30 8,474,814
공지 팁/유용/추천 ◤스퀘어 공지◢ [9. 스퀘어 저격판 사용 금지(무통보 차단임)] 1236 18.08.31 14,315,853
모든 공지 확인하기()
2959161 이슈 문희준네 유튭에 많이 달리는 댓글 4 18:39 1,510
2959160 유머 남친의 사과문에 개빡친 여친 21 18:39 1,910
2959159 이슈 중국의 희토류 규제 맞은 일본의 구체적 대응 근황 (한국도 껴있음) 5 18:38 618
2959158 이슈 한림예고 졸업앨범에서 사진 누락됐다는 아이돌 24 18:36 1,843
2959157 유머 갱년기 위기로 세계를 망치는 사람 18:36 708
2959156 이슈 최근 대형면허 7분만에 합격한 이준 ㅋㅋㅋ 18:35 969
2959155 이슈 유인나가 엄청 귀여워하는 여돌 2 18:33 823
2959154 이슈 <엘르> 임성근 셰프 화보 비하인드 영상 11 18:32 898
2959153 이슈 아이브 보다 팬싸템에 더 진심인 씨큐 ....X 7 18:32 843
2959152 이슈 이삭토스트 X 세븐틴 스머프 메탈 키링 실사 7 18:31 1,160
2959151 이슈 조선사람들 의식구조가 어떤 건지 너 아니? 교육 받은 여성들은 혼수품이며 고가품일 뿐 사람으로서의 권리가 없다. 그러면 진보적인 쪽에선 어떤가. 그들 역시 사람으로서의 권리를 여자에게 주려고 안 해. 남자의 종속물이란 생각을 결코 포기하지 않아. 15 18:30 1,508
2959150 이슈 컵사이즈 작아진 텐퍼센트 커피.jpg 23 18:30 3,786
2959149 이슈 고구려의 연개소문은 칼 5개를 상용했다고 한다 3 18:30 950
2959148 유머 행사중에 너무 신난 일본의 경찰견 1 18:29 932
2959147 기사/뉴스 올데이 프로젝트 타잔, 솔로곡 ‘메두사’ MV 내일(12일) 공개 1 18:28 242
2959146 기사/뉴스 [단독] 경제컨트롤 타워인데··· 기재부 MZ 사무관 2년간 17명 '탈출' 27 18:28 1,298
2959145 유머 한국인들이 외면하는 진실 32 18:27 2,680
2959144 유머 USB 꽂을 때 미스테리 7 18:27 1,377
2959143 이슈 마마무 문별 인스타그램 업로드 2 18:27 244
2959142 이슈 추억의 정석 양념치킨맛을 느낄 수 있는 의외의 곳 22 18:26 2,47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