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그룹 갓세븐(GOT7)의 시작은 2014년 1월, JYP엔터테인먼트(이하 JYP)에서였다. 하지만 JYP와의 여정은 전속계약이 만료되던 2021년 끝이 났다. 일곱 멤버 중 JYP에 남은 이는 한 명도 없었다. 자연스럽게 해체설이 돌았다. 그로부터 1년 뒤, 이들은 유난했던 소문을 무색하게 만들었다. 그룹명을 앨범명으로 한 앨범 'GOT7'으로 2022년 돌아온 것이다. 멤버 모두가 완전했고, 또 여전했다. 일곱 멤버는 서류로 자신들의 관계를 이어가지 않았다.
'GOT7'이 나오고 3년 뒤, 갓세븐은 또 한 번 앨범을 냈다. 누군가는 무대에서, 누군가는 카메라 앞에서, 또 누군가는 군대에서 자신의 의무를 지냈다. 빨리 돌아오는 건 상황상 불가능했으나, 반드시 돌아오겠다는 일념은 일곱 멤버 모두가 같았다. 리더 제이비의 주도하에 멤버들은 하나둘 곡을 만들었다. 그렇게 곡이 쌓였고, 이들은 지난 20일 새 앨범을 냈다. '윈터 헵타곤(WINTER HEPTAGON)'이다.
'윈터 헵타곤'은 항상 그 자리에 있지만 겨울철에 더 잘 보이는 7개의 별을 의미한다. 제이비는 "갓세븐이 데뷔한 계절이 겨울이다 보니 그런 의미를 생각하게 됐다"라고 설명했다. 이는 곧 갓세븐 멤버들이며, 7개의 별이 하나로써 더욱 빛을 발하는 순간을 통해 갓세븐의 건재함과 꾸준한 완전체 지속 가능성을 이야기한다.

완전체의 지속 가능성을 더욱 기능적으로 강화해 '윈터 헵타곤'의 9곡은 모두 멤버들이 음을 입히고 가사를 써 내려갔다. 어느 곡 하나 소외되지 않고 진정을 더하기 위함이었다. 뱀뱀의 '파이톤(PYTHON)'·'타이달 웨이브(TIDAL WAVE)', 잭슨의 '스무스(SMOOTH)', 영재의 '청춘드라마', 유겸의 '기억할거야', 제이비의 '달링(Darling)', 마크의 '아웃 더 도어(OUT THE DOOR)', 진영의 '허(her)' 그리고 제이비가 작곡하고 멤버 전원이 작사한 '우리가 할 수 있는 말은.'.
타이틀 곡은 뱀뱀이 작사, 작곡에 참여한 '파이톤'이다. '파이톤'은 비단뱀의 영단어다. 힙합 비트의 팝스러운 멜로디와 함께 도저히 벗어날 수 없는 상대와의 운명을 노래하는 곡이다. 중독적이면서 사운드가 세련됐다. 사운드가 오묘하지만 정서가 무겁지 않고, 음역의 쓰임이나 마디 구성이 상당히 다채롭다. 특히 갓세븐 특유의 독특한 사운드가 느껴져 귀가 반갑다. '하지하지마', '걸스 걸스 걸스(Girls Girls Girls)', 'A', '딱 좋아' 등처럼 아삭하고 바삭한 질감에 시고 짭짤한 풍미가 있다. 자연스럽게 덧입혀진 세월의 성숙은 '파이톤'에 더한 무게감과 감칠맛을 낸다.
뮤직비디오에서 보여주는 비주얼은 환상 동화 같다. 멤버들은 노는 것처럼 사방에서 분방하게 존재하지만, 그 행위와 어울리는 미소나 들뜸은 좀처럼 드러내지 않는다. 화면은 각자의 공간과 함께하는 공간을 수시로 교차한다. 통통 튀는 박자에 맞춰 춤을 추는 멤버들은 여전히 합이 좋고, 그 맵시는 부드러우면서 절도 있다. 12년 차의 노련함은 애쓰지 않아도 함께일 때 빛을 내는 아우라를 발산시킨다.
'윈터 헵타곤'이 어디로부터 왔는지는 투명하다. 소속사도, 활동 반경도 다르지만 팀을 향한 마음이 같은 멤버들로부터 왔다. 갓세븐이 지금 영속하는 방식은 계약이 아닌 마음이다. 그래서 이들의 음악은 청음이라기보다 울림이라 표현하는 것이 더 적합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