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기사/뉴스 [단독] “미래는 工學에 있다”… 연세대에 200억대 기부한 할머니
28,198 12
2025.01.21 08:36
28,198 12

현영숙 이재운장학회 상근이사
 

전 재산 200억원을 연세대에 기부한 현영숙씨가 20일 오후 서울 서대문구 연세대 언더우드관 앞에서 웃고 있다./김지호 기자

전 재산 200억원을 연세대에 기부한 현영숙씨가 20일 오후 서울 서대문구 연세대 언더우드관 앞에서 웃고 있다./김지호 기자

 

 

“재산을 죽을 때까지 붙들고 있으면 뭘 하겠어요. 다 나누고 가야지요.”

 

20일 서울 서대문구 연세대 언더우드관에서 본지와 만난 현영숙(85)씨는 미소를 지으며 이렇게 말했다. 현씨는 이날 남편 고(故) 이재운(1935~2021) 변호사와 함께 모은 전 재산 200억원가량을 연세대에 기부했다. 남편 이씨는 생전 이공계 학생 장학 사업에 전력한 사회사업가였다. 이북 실향민인 이씨는 검사 출신 변호사였지만 “나라가 부강해지려면 공업을 진행시켜야 한다”는 신념을 갖고 이공학도들에게 장학금을 줬다.

 

현씨는 4년 전 세상을 떠난 남편의 목소리가 아직도 귓전에 생생하다고 했다. “사법시험을 준비하는 학생이 너무 많다. 나라가 일류가 되려면 고시생이 아니라 공학도(工學徒)가 많아야 한다” “부강한 선진국의 공통점은 과학기술이 발달했다는 것”이라는 말을 입버릇처럼 하던 고인이었다.

 

남편 이씨는 1935년 황해도 연백에서 장남으로 태어났다. 1951년 1·4 후퇴 때 월남했다. “부모님과 함께 온 가족이 피란을 위해 연백군 해성면 앞바다에 나왔지만 피난민 수천 명이 한꺼번에 몰리는 바람에 2대 독자인 나만 겨우 피란선에 올라 서울로 오게 됐는데, 이리도 오랜 이별이 될 줄은 미처 몰랐다.” 2008년 한 방송에서 고인은 6·25 당시 이산의 슬픔을 이렇게 회상했다.

 

16세 소년은 중학교 중퇴 후 신문 배달, 구두닦이를 하며 독학으로 1958년 고등고시 사법과에 합격했다. 대구·제주지검 차장검사 등을 역임하며 10여 년 동안 검사 생활을 했다. 1972년 변호사 개업을 했고, 1975년 한국노동법률상담소장에 취임해 가난한 노동자들을 보살폈다. 1982년 이산가족 지원 단체인 ‘이산가족 재회 추진위원회’(현 일천만 이산가족 위원회)의 창립 멤버로 참여했고 2001~2007년 위원장을 지냈다.

 

이 시기 그는 이산가족의 대부(代父)로 불렸다. 1985년 9월에는 당시 72세였던 부친(이병규)을 만나기도 했다. 부친은 1992년 별세했다. 이후 고인은 교육 사업에도 힘썼다. ‘공학 선진국’이라는 목표로 자신의 이름을 딴 재단법인 이재운장학회를 만들어 이공대 입학생 학비를 지원했다. 2021년 고인 별세 당시 김영관 전 일천만 이산가족 위원회 사무총장은 “공학도를 지망하는 학생을 도우라는 게 고인의 뜻”이라고 했다.

 

고인의 집념은 아내 현씨의 이번 연세대 기부로 빛을 보게 됐다. 현씨에게 ‘왜 연세대에 기부했느냐’는 질문에 호러스 그랜트 언더우드(1859~1916) 설립자를 언급했다. “쓰러져 가는 조선에 오신 선교사가 세운 학교니까요.” 미국인 선교사 언더우드가 몸담았던 한국 최초의 근대식 의료 기관이 제중원(세브란스 병원 전신)이었다. 언더우드는 이곳에서 물리·화학 등 의예과 과목을 가르쳤다.

 

기독교 학교인 연세대에서 김형석(104·평북 운산) 교수, 김동길(1928~2022·평남 맹산) 교수 등 실향민 출신 교육자들이 활발히 활동했던 점도 부부에게 각별히 다가왔다고 한다. 현씨는 “국가 지원금이나 기업 자본에 휘둘리지 않고 독립적으로 연구를 할 수 있다는 점도 고려했다”고 했다.

 

현씨는 이날 기부 협약식에서 남편을 떠올리며 잠시 회한에 젖은 표정을 짓기도 했다. 남편은 1992년 뇌졸중으로 쓰러졌고 2010년 병세가 급격히 나빠졌다. 이후 11년 동안 곁에서 극진한 간호를 한 사람이 아내 현씨였다. “남편이 쓰러지고 다시는 깨어나지 못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지요.”
 

-생략

 

이후 현씨는 이재운장학회 상근이사직으로 장학 사업에 매진했고, 이제 다다른 목표가 ‘연세대 전 재산 기부’라고 했다.

 

현씨는 “남편의 꿈처럼 학생들이 생활에 어려움을 느끼지 않고 공부와 연구에 매진할 수 있었으면 한다”며 “특히 이번 기부로 연세대에서 또 한 명의 이공계 분야 노벨상 수상자가 배출되길 바란다”고 했다. 연세대는 이번 기부금으로 고인의 이름을 딴 ‘이재운 의생명공학 융합 연구 센터’를 건립한다는 계획이다. 센터가 세워지면 생명과학과 공학, 의학 및 난치병 치료 등에 특화된 학문 간 융합 연구를 진행할 방침이다.

 

https://n.news.naver.com/mnews/article/023/0003883706?sid=102

목록 스크랩 (0)
댓글 12
댓글 더 보기
새 댓글 확인하기

번호 카테고리 제목 날짜 조회
이벤트 공지 [💗순수한면X더쿠💗] 압도적 부드러움 <순수한면 실키소프트 생리대> 체험단 모집 (100인) 343 12.18 68,647
공지 [공지] 언금 공지 해제 24.12.06 4,363,268
공지 📢📢【매우중요】 비밀번호❗❗❗❗ 변경❗❗❗ 권장 (현재 팝업 알림중) 24.04.09 11,070,634
공지 공지가 길다면 한번씩 눌러서 읽어주시면 됩니다. 23.11.01 12,403,460
공지 ◤더쿠 이용 규칙◢ [스퀘어 정치글은 정치 카테고리에] 20.04.29 34,383,811
공지 정치 [스퀘어게시판 정치 카테고리 추가 및 정치 제외 기능 추가] 07.22 1,013,081
공지 정보 더쿠 모바일에서 유튜브 링크 올릴때 주의할 점 781 21.08.23 8,454,380
공지 정보 나는 더쿠에서 움짤을 한 번이라도 올려본 적이 있다 🙋‍♀️ 266 20.09.29 7,382,360
공지 팁/유용/추천 더쿠에 쉽게 동영상을 올려보자 ! 3590 20.05.17 8,579,020
공지 팁/유용/추천 슬기로운 더쿠생활 : 더쿠 이용팁 4012 20.04.30 8,469,417
공지 팁/유용/추천 ◤스퀘어 공지◢ [9. 스퀘어 저격판 사용 금지(무통보 차단임)] 1236 18.08.31 14,287,610
모든 공지 확인하기()
2942433 이슈 실제 군부대와 군인들 섭외해서 키스씬 찍었다는 군대 식당 진구-김지원 키스씬(태양의 후예) 17:53 0
2942432 이슈 화이트(White) – 핑클 | Cover by Gyubin (규빈) 17:50 44
2942431 유머 얘들아 너네 이거 알았냐 1 17:50 367
2942430 이슈 해쭈남편 쁘보가 말아주는 로판 <상수리나무 아래> 남주 리프탄 대사 ㅋㅋㅋㅋ 2 17:49 529
2942429 유머 15년 전 돈 없던 나와 성장한 나.jpg 5 17:48 653
2942428 정치 워싱턴포스트 선정 2025 역대급 정치 모먼트에 이재명 트럼프 금관 깜짝등장ㅋㅋㅋㅋㅋ 17:48 229
2942427 이슈 최고의 남자도 평범한 여자에 불과하다 4 17:48 598
2942426 이슈 오늘자 충청북도 공문 대참사 70 17:47 2,133
2942425 유머 한국의 유흥식 라자로추기경은 에스프레소머신을 애용하는 중 10 17:44 967
2942424 팁/유용/추천 Q. 신드롬 드라마 중에서 덬들이 본 드라마 뭐있어?.jpgif 10 17:44 252
2942423 이슈 하이라이트가 전하는 2025 크리스마스 인사 17:43 96
2942422 이슈 핫게 은근 많이 간 아이템.jpg 16 17:43 2,197
2942421 이슈 올해 일본 홍백가합전 사회를 맡은 여배우가 나온 건빵쳐먹는 전쟁피코드라마 (호빵맨) 4 17:42 716
2942420 이슈 🎄크리스마스에 듣기좋은 포레스텔라 노래들 17:42 62
2942419 이슈 [흑백요리사] 뭔가 냉부향기나는 백수저팀 팀전 요리이름 (스포라면 스포) 15 17:36 1,565
2942418 정보 ❝ 가습기살균제 참사, 국가가 그 피해를 온전히 배상하겠습니다 ❞ 6 17:36 771
2942417 유머 3d펜으로 주토피아 닉 만들기 7 17:36 653
2942416 기사/뉴스 “언니 그렇게 살지 말라”…촬영장서 고준희 겪었다는 황당 사연 1 17:34 1,237
2942415 유머 빠르게 지워진 트윗은 언제나 재밌다 3 17:34 1,643
2942414 이슈 [2025 MMA] 아이브 멜뮤 네컷 공개📸 10 17:34 6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