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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뉴스 '지역'을 굳이 '지방'으로... 윤 정부 지역문화 정책의 철학
18,022 7
2025.01.20 19: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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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정부는 2023년 11월 '지방시대 종합계획'(2023~2027)을 발표하고 지방분권-균형발전 5개년계획을 통합하여 추진할 것을 천명했습니다. 특이한 것은 2000년대 이후 '지역'이란 단어로 대체되어왔던 '지방'이란 표현을 다시 사용하기 시작한 것입니다.

이는 지역정책에 대한 현 정부의 입장에서 과거의 정부들과 미묘한 차이가 있음을 시사하는 것이라 할 수 있습니다. 일반적으로 '지방'이란 명칭은 중앙과 지방을 위계 관계로 바라보는 것으로 그런 수직적 위계 관계에 대한 비판적 검토를 통해 2000년대 이후에는 정권을 막론하고 '지방'이란 표현 대신 수평적 관계 설정을 시사하는 '지역'이란 표현을 선호해왔기 때문입니다.


이 계획에서는 문화 분야에 대해서는 'Ⅳ-2. 지역 고유자원을 활용한 문화·관광 육성(문체부·해수부)'에서 다루고 있는데, 문화예술 분야에 대해 특화된 계획은 아니지만 지역문화에 대해 관광과 콘텐츠 중심 편중이 다소 심하다는 인상을 주고 있습니다.

예컨대 지역을 생태계라는 관점에서 통합적으로 바라보는 시각은 거의 사라졌고, 지역의 문화를 개발하거나 발굴하여 성장동력으로 삼는다는 개발주의적 시각으로 지나치게 편중되어 있음을 보여줍니다. 이에 앞서 문화체육관광부가 2023년 3월에 발표한 '지방시대 지역문화정책 추진전략'에서도 마찬가지인데, 이전 정부의 정책 기조에서 180도 완전히 달라졌다고 볼 수는 없으나 콘텐츠와 관광을 강조하는 흐름은 이 계획에서도 역시 두드러지게 나타난다고 볼 수 있습니다.

이런 기조에 대하여 현 정부 출범 이후 이러한 지역문화정책의 장기적 비전과 전략, 방향성이 사라지고 1980, 1990년대식 단순 문화 복지 사업과 정부 주도의 공급사업, 개발 정책에 가까운 관광사업과 콘텐츠 지원사업의 편향성이 강하다는 비판이 강하게 일어나고 있습니다.

이는 2024년 문화부 업무계획에서 여실히 드러나는데, 문화 복지 지원 명목으로 시민을 대상화하는 현금성 지원, 바우처 지원이 확대되었으나 정작 시민들이 직접 문화의 주체로 참여하는 생활예술 지원과 정책은 위축되어 버렸고, 지역의 문화생태계를 만들어내는 지역문화 정책은 사라지고 그 자리를 관광정책과 개발 지향의 사업들이 채우고 있습니다.

또한 사회문제와 지역문화정책의 연계의 측면에서도 당면한 현안이라 할 수 있는 기후 위기 문제, 인구 문제, 지역 내 문화적 불평등 문제 등은 전혀 고려되고 있지 않습니다. 특히 현장 중심의 문화정책을 만들어가는 기본 토양이 되는 문화예술 관련 거버넌스가 정책 전반에서 거의 사라져 버렸고 행정에 의해 일방적으로 조정되고 감독 되는 문화정책사업 중심으로 짜이고 있다는 것은 매우 우려할 상황입니다.

지난 정부의 법정 문화도시 사업의 후속 사업을 표방한 '대한민국 문화도시 사업'에서도 마찬가지로, 지역의 자율성이나 복잡성에 대한 폭넓은 접근보다는 중앙 중심 사고를 전제에 깔고 지역을 기능적으로 활용하거나 영토화하여 분할하는 퇴행적 관점이 다시 등장했습니다.


장기적인 경기침체와 코로나 상황 이후의 사회적 공공 재원의 위축이 우려되는 상황에서 지역문화정책에 대한 기능적 측면에 편향된 접근은 사회정책으로서 문화정책이 기본적으로 담당해야 할 사회적 활력의 유지와 회복력에 기여하는 바는 그 한계가 뚜렷할 것입니다.

현 단계에서는 공공정책으로서 지역문화정책을 통해 이루고자 하는 것이 무엇인지에 대한 근본적 질문이 필요한 상황인데, 그런 근본적 질문을 거의 모두 회피하고 방법적 지역개발논리의 그럴싸한 포장지로 지역문화정책이 후퇴해 버렸다는 인상을 지울 수 없습니다.

당연히 발전 전략으로서 지역문화정책도 필요하며 의미도 있지만, 그것에 대하여 기능적 접근에 치우쳐서는 정작 충분한 효과를 창출할 수 없다는 것이 여러 차례 증명됐습니다.

문화예술정책은 자원의 투입에 따른 산출의 효과 못지않게 그 파생 효과에 대한 기대와 예상을 전제로 짜야 합니다. 현재 지역문화정책으로 제시되고 있는 전략과 과제는 그 부분에서 매우 취약한데 이 역시 표면적으로는 상향식 의제 설정을 표방하고 있으나 전형적으로 하향식·공급형 문화정책의 틀에 갇혀 있기 때문입니다.

무엇보다 지역 문화를 둘러싼 복잡한 관계의 생태계에 대한 고려가 부족합니다. 자율성·능동성의 파급효과를 고려하지 않고 지금처럼 지역 문화 영역을 오직 사업 단위로 바라보고 있는 관점이 계속 유지된다면, 과거의 실패한 여러 정책이 그랬듯 뭔가 정책사업이 돈을 뿌려대며 지나갔으나 끝나고 나면 사람도 구조도 남기지 못한, 자원만 허공에 날려버리는 결과가 반복될 것입니다.

단기성과에 매몰된 사업 위주의 관점에서 벗어나 장기적인 검토와 지역에 대한 생태계적 접근이 이뤄지길 기대합니다.




덧붙이는 글 | 글쓴이 염신규씨는 (사)한국문화정책연구소 소장입니다.

염신규



https://n.news.naver.com/article/047/0002460266?sid=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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