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10대 그룹의 핵심 계열사들은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이 미칠 가장 큰 영향으로 ‘대중 견제 강화 및 공급망 재편’ ‘에너지 및 환경 정책 변화’를 꼽았다. 중앙일보가 삼성전자·SK이노베이션·현대차·LG에너지솔루션·포스코·롯데쇼핑·한화솔루션·HD현대중공업·GS칼텍스·신세계이마트(2024년 기준 농협 제외 대기업집단 자산 규모 순, 이하 그룹명 표기) 등 10대 그룹 핵심 계열사에 설문한 결과다.
중국 쑤저우 등 현지에서 공장을 운영하는 삼성전자는 트럼프 2기의 통상 정책에 촉각을 곤두세운다. 미국의 중국 견제가 강화되면 한국 반도체 산업이 반사이익을 받을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오지만, 당장은 어디로 튈지 모르는 트럼프에 따른 불안감을 더 크게 받아들이는 분위기다. 멕시코에 가전 제조공장을 두고 미국으로 수출하는 만큼, ‘무역 정책 변화(보편관세 도입 등)’에 따른 영향도 크다고 답했다.
포스코 역시 무역 정책 변화와 미국 우선주의 확대로 인한 영향이 클 것이라고 답했다. 포스코는 “미국 내 투자 촉진 요구와 북미시장 판매 감소가 우려된다”라며 “미·중 관세전쟁 여파로 중국산의 국내 유입 확대로 인한 간접적인 피해도 예상되며, 한국이 중국의 우회 수출기지라는 오명을 쓰지 않도록 대비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트럼프 2기의 에너지 정책 변화도 국내 기업에 직격탄이다. 설문조사에서 SK이노베이션·현대차·LG에너지솔루션·GS칼텍스가 해당 답변을 골랐다. 가장 우려하는 건 미 인플레이션감축법(IRA)에 따른 보조금 축소 또는 폐지다. 한국 배터리 제조사들은 수년 전부터 미국 직접투자를 확대해 왔다. LG에너지솔루션은 애리조나주 단독 공장을 포함해 미국에서 총 7개의 공장을 가동 또는 건설 중이다.
SK온과 LG에너지솔루션은 지난해부터 비상경영 중이고, LG에너지솔루션은 올해 투자와 채용 모두 줄일 정도로 시장 상황을 어둡게 본다. 배터리 업계 관계자는 “트럼프 2기의 친환경 정책 변화에 따라 대미 투자 계획을 전면 재검토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정유 업계는 트럼프 2기의 석유 시추 확대 공약에 따라 미국산 원유 수입이 늘어날 것으로 전망한다. GS칼텍스는 “미국의 에너지 생산 확대에 따른 유가 변동성과 글로벌 무역 환경의 불확실성이 우려된다”고 밝혔다.
트럼프 2기 출범을 기회로 보는 산업도 있다. ‘대중국 견제 강화’ 영향이 가장 크다고 답한 한화솔루션은 미국 현지에 태양광 생산기지가 있어 중국산 제품에 관세를 높이면 반사이익을 볼 것이란 전망이 있다. HD현대중공업 역시 “미 해군 유지·보수·정비(MRO) 사업 협력 확대 가능성이 있다”며 미중 틈새에서 미 우방국으로서 사업 기회가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트럼프의 친원전 정책으로 소형모듈원전(SMR) 분야에서 국내 기업이 기회를 찾을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두산에너빌리티는 미 SMR 기업 뉴스케일파워에 투자했고, 지난해 말 테라파워의 주기기 공급사로 선정되는 등 ‘SMR 파운드리’로서 입지 강화를 노린다. SK그룹도 테라파워에 지분투자를 통해 기술 개발 및 사업 협력을 추진 중이다.
美 대관 강화…로비에 총력전
기업들은 미 현지 대관 조직을 강화하고 대미 로비를 늘리며 불확실성에 대응하고 있다.
-생략

https://n.news.naver.com/mnews/article/025/000341586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