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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S 간부들, ‘윤석열 내란 다큐’ 방영 직전까지 “파우치 대담 빼라”

무명의 더쿠 | 01-17 | 조회 수 7358

14일 ‘시사기획 창: 대통령과 우두머리 혐의’ 편
제작진 “일방적 수정 요구·편성 삭제 지시” 주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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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4일 저녁 한국방송(KBS) 1티브이(TV)에서 방영된 ‘시사기획 창: 대통령과 우두머리 혐의’ 다큐멘터리 장면. 당초 제작진이 지은 제목은 ‘대통령과 우두머리’였으나 보도시사본부장 지시로 방송 직전 제목 끝에 ‘혐의’가 추가됐다. 한국방송 유튜브 갈무리




지난 14일 저녁 방영된 한국방송(KBS) ‘시사기획 창: 대통령과 우두머리 혐의’ 다큐멘터리를 두고 담당 본부장과 국장이 방송 직전까지 실무 제작진에게 내용 수정을 일방적으로 지시하고 편성표에서 프로그램을 삭제하는 등 제작 자율성을 침해했다는 내부 문제제기가 나왔다. 특히 해당 프로그램에는 박장범 한국방송 사장이 앵커 시절 진행한 대통령 대담에서 논란이 된 이른바 ‘파우치 발언’을 다룬 내용이 포함됐는데, ‘파우치 부분을 빼지 않으면 방송할 수 없다’는 통보도 있었다고 제작진은 주장했다.

이번 ‘시사기획 창’ 다큐멘터리에 취재기자로 참여한 서영민·김지선·하누리 세 기자는 16일 성명을 내어 다큐멘터리 방송 당일까지 프로그램 내용을 수정하라는 시사제작국장, 보도시사본부장의 일방적인 지시가 반복됐다고 밝혔다. 제작진은 수정 지시와 관련하여 납득할만한 설명을 듣지 못했음에도 ‘불방’만큼은 막아야겠다는 생각에 윗선 요구를 수용했으나 방송 시작 3시간 전까지 방송 여부가 확정되지 않았다며 이들 간부가 부당한 압력을 행사하여 제작 자율성을 침해했다고 주장했다.

해당 다큐멘터리는 12·3 내란사태를 중심으로 윤석열 정권의 행적을 조망하는 내용이다. 제작진은 “탄핵소추안 가결 한 달을 맞아 민주주의 위기를 맞은 한국사회를 들여다보는 기획”이라며 “‘사람에 충성하지 않는 검사’가 왜 내란 우두머리 혐의를 받는 ‘피의자’가 됐는지 과정을 기록했고, 그가 계엄 이유로 들었던 부정 선거는 근거가 있는 것인지, 대통령은 왜 극우 유튜버들이 주장하는 음모론에 빠지게 된 건지, 언론은 제 역할을 했는지, 한국 사회는 이대로 괜찮은지를 짚어봤다”고 프로그램을 소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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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기획 창: 대통령과 우두머리 혐의’ 다큐멘터리에서 12·3 비상계엄 모의 과정을 설명하는 장면. 한국방송 유튜브 갈무리




제작진은 “(방송 전날인 13일) 먼저 김철우 시사제작국장이 이미 팀장·부장 데스킹을 거친 원고에 추가 수정을 요구해 왔다. 이례적인 일이었지만 일단 불방은 막아야 한다는 생각으로 수용할 수 있는 것은 반영했다”고 했다. 제작진 설명에 따르면, 김 국장은 박장범 사장이 앵커 시절인 지난해 2월 진행한 새해 대담 ‘대통령실을 가다’ 속 ‘파우치 질문’과 그에 관련한 데이터 분석 취재 내용을 삭제하라고 지시했다. 제작진은 일부 내용을 삭제하는 식으로 합의했으나 수정 요구는 끊이지 않았다고 했다.

이어 이재환 보도시사본부장이 국장 논의까지 마친 원고를 “구석구석 하나하나 수정과 삭제를 명령하며 난도질했다”고 제작진은 말했다. 이 본부장은 자신의 지시에 따르지 않으면 ‘방송할 수 없다’는 말도 했다. 결국 방송 당일 제작진은 ‘파우치 대담’ 녹취를 전부 들어내기로 했으나, 그 뒤에도 이 본부장은 야당 책임을 부각하는 내용을 추가하고 방영을 연기하자거나 ‘대통령과 우두머리’라는 기존 제목에 ‘혐의’를 추가하라는 식의 지시를 지속했다는 것이 제작진 설명이다.

이들의 이런 행위는 편성규약 위반이라는 것이 제작진의 주장이다. 방송법에 근거하여 노사 합의에 따라 제정된 한국방송 편성규약(6조)은 “취재·제작 책임자는 실무자의 자율성을 최대한 존중하고, 구체적인 제작 과정에 부당한 압력을 행사하지 않아야 한다”, “방송의 적합성을 판단하고 수정할 때는 실무자와 성실하게 합의하고 설명해야 한다” 등 제작 독립성 보호 규정을 가지고 있다. 제작진은 “(본부장·국장은) 논리적 설명도 없고 정당한 절차도 지키지 않으면서 수정을 강요했다“며 “이게 정상인가”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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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기획 창: 대통령과 우두머리 혐의’ 다큐멘터리에서 ‘언론의 책임’을 거론하며 지난해 2월 한국방송에서 방영했던 ‘특별대담: 대통령실을 가다’ 촬영 장면을 보여주고 있다. 한국방송 유튜브 갈무리




해당 다큐는 정규 편성표에서 삭제되는 등 혼란을 겪다가 방송 시간 약 3시간 전 방영이 확정됐다. 제작진은 ‘제목부터 내용까지 난도질을 당했다’고 했지만 시청자들은 호평을 보냈다. 프로그램이 올라온 유튜브 댓글 창에는 “케이비에스가 웬일이냐”, “이 영상을 계기로 이제는 국민의 방송이 되어달라. 그러면 국민은 돌아온다”, “어떤 정권에서든 흔들리지 않는 공정한 목소리를 낼 수 있는 공영방송으로 자리 잡길 응원한다” 등 댓글이 달렸다.

한국방송 사 쪽은 제작 자율성 침해 논란에 대한 해명을 요구한 한겨레에 “보도시사본부장의 불방 지시는 사실이 아니다”라며 “이 본부장은 ‘케이비에스 방송제작 가이드라인’에 따라 공정성이 훼손될 위험성이 있는 프로그램 내용 일부에 대한 의견을 제시한 것”이라고 답변했다. 이어 “프로그램 제작과 편성 과정에서 제작 실무자와 책임자 간 이견은 상존할 수 있으며, 합리적 의견 조정을 끌어내는 과정에서 양쪽의 갈등은 불가피한 측면이 있다”고 전했다.



https://n.news.naver.com/article/028/0002727012?type=ma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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