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기사/뉴스 돌봄 외주화하면 저출생 해결? 한국 남성 정치인들이 틀렸다
16,376 16
2025.01.16 00:37
16,376 16

https://m.khan.co.kr/article/202501151019001/?utm_source=twitter&utm_medium=social&utm_campaign=khan

 

필리핀 페미니즘 철학 연구자

노엘 크루즈 드라살대 교수

 

지난해 9월 필리핀 가사관리사 시범사업이 서울에서 시작됐다. 100명 규모였다. 고용노동부가 올해 이를 1200명 규모로 확대하기 위해 수요조사를 했지만 서울에서 900명, 부산 및 세종에서 20명 이하 등 수요가 미미한 것으로 나타났다. 17개 지방자치단체에선 수요가 아예 없었다.

세계 최저의 출생률 문제가 심화하면서 일각에서는 모든 수단을 동원해야 한다며 ‘외국인 가사관리사 사업’을 통해 필리핀 사람들은 필리핀에서보다 많은 돈을 벌고 한국 사람들은 돌봄 문제를 해결할 수 있으니 서로에게 ‘윈윈(win-win)’ 아니냐고 묻는다.

노엘 레슬리 델라 크루즈 필리핀 드라살대 철학과 교수는 “문제를 간단하게 해결하는 것처럼 보이기에 피상적으로는 좋게 보인다. 하지만 여성의 돌봄을 착취하는 동시에 여성을 평가절하하는 체제는 결국 우리 모두에게 손해를 가져온다”고 말했다. 신자유주의 시대 초국적 돌봄 체제에 대해 연구하고 있는 그는 지난해 12월 이화여대 아시아여성학센터 ‘인종과 젠더’ 국제학술대회에 참석하기 위해 방한했다.

노엘 레슬리 델라 크루즈 필리핀 드라살대 철학과 교수가 경향신문과 인터뷰하고 있다. 임아영 기자

노엘 레슬리 델라 크루즈 필리핀 드라살대 철학과 교수가 경향신문과 인터뷰하고 있다. 임아영 기자

크루즈 교수는 이주 돌봄노동 문제는 젠더, 인종, 탈식민주의가 복잡하게 얽힌 문제로 초국적 관점에서 돌봄 위기를 들여다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북유럽 국가처럼 강력한 복지국가, 성평등 지수가 높은 사회에서도 “(이주) 돌봄 제공자들은 휴식을 취할 틈이 없다”고 말했다.

후기 산업 사회가 발전하면서 여성이 유급 노동 시장에 진출했지만 남녀 간 돌봄 책임이 실질적으로 재분배되지 않았고 공공 돌봄 인프라도 충분히 구축되지 않았다. 그래서 등장한 것이 ‘초국적 돌봄 시장’이다.

크루즈 교수는 이러한 구조에서 필리핀은 돌봄노동의 수출에 의존하게 되는 악순환에 빠진다고 지적했다. 이 같은 구조는 필리핀 내에서 돌봄이 필요한 사람들의 수요를 해결하기 어렵게 한다. 그는 “현대판 국민 영웅으로 불리는 이주 노동자들의 희생에도 불구하고, 노동력 수출 전략은 필리핀의 실업, 불완전 고용, 일자리 불안정성을 완화시키지 못한 채 ‘떠도는 값싼 노동력’만을 생산하는 데 그치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 필리핀 경제는 해외 진출 노동자들의 송금액에 크게 의존하고 있다.

📌[플랫]인권 침해 드러난 ‘외국인 가사관리사 시범사업’

📌[플랫] 이주 여성의 ‘돌봄 돌려막기’가 한국의 절반을 지탱하고 있다

한국은 1990년대 초부터 결혼 이민 프로그램, 보육지원책, 일과 삶의 균형 정책 등을 내놨지만 떨어지는 출생률의 흐름을 바꾸지 못하고 있다.

외국인 가사관리사 시범사업에 참여하는 필리핀 노동자들이 지난해 8월 6일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입국하고 있다. 공항사진기자단

외국인 가사관리사 시범사업에 참여하는 필리핀 노동자들이 지난해 8월 6일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입국하고 있다. 공항사진기자단

크루즈 교수는 ‘외국인 가사관리사 사업’을 시작한 한국에 ‘젠더 질서가 변화하지 않는 것’을 봐야 한다고 했다. 돌봄노동을 하는 사람이 ‘한국 여성’에서 ‘필리핀 여성’으로 바뀌는 것뿐이기 때문이다. 그는 “한국 및 필리핀 여성들의 지위를 전반적으로 평가절하하는 결과를 낳을 수 있다”고 말했다.

이 평가절하는 계층적으로 이뤄진다. 실제 한국에서 필리핀 가사관리사가 많이 배치된 지역은 서울 강남이었다. 크루즈 교수는 “한국에선 진정한 여성의 해방은 없고 부유한 여성들만 돌봄노동에서 해방될 수 있는 것”이라며 “선진국이 됐지만 여전히 가부장적이라는 뜻”이라고 말했다. 한편 올해 조사에서 서울 수요만 높은 것에 대해 그는 “정부는 한 도시가 아닌 국가 전체의 필요를 충족시켜야 한다”고 말했다.

노엘 레슬리 델라 크루즈 필리핀 드라살대 철학과 교수가 경향신문과 인터뷰하고 있다. 임아영 기자

노엘 레슬리 델라 크루즈 필리핀 드라살대 철학과 교수가 경향신문과 인터뷰하고 있다. 임아영 기자

답은 자본주의 체제와 남성성이 변화하지 않은 데서 찾아야 한다. 크루즈 교수는 외국인 가사관리사 사업을 추진했던 남성 정치인들에 대해 “그들은 돌봄을 외주화하면 저출생 문제가 해결된다고 잘못 이해하고 있다”며 “자신들이 돌봄의 주체가 되어야 한다는 걸 이해하지 못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젠더 관점에서 문화적으로 변하지 않는 한 소용이 없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한국 정부는 오랫동안 저출생 관련 가족 정책을 내놨지만 아무리 현금을 준다고 해도 출생률이 떨어지는 이유는 젠더 관점에서 문화적으로 변하지 않는 정책을 내놓기 때문”이라며 “남성이 돌봄노동에 제대로 기여할 때 한국의 문화가 가장 많이 바뀌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크루즈 교수는 학술 논문 등을 보면서 한국 여성들이 일자리에서 겪게 되는 압박감이 얼마나 강한지 체감할 수 있었다고 했다. 그는 자신이 “한국 여성이 아니라서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을 정도”라고 말했다.

📌[플랫]‘시골 우리 어머니’만 찾는 당신들에게

크루즈 교수는 “내 꿈은 내 조국 필리핀이 돌봄 노동자들을 다시 집으로 데려올 수 있게 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를 위해 단기적으로는 필리핀에서 온 이주노동자들이 자신의 권리를 위해 싸울 수 있어야 한다. 한국에 온 필리핀의 가사관리사들이 한국의 노동자들과 동등한 관계를 맺고 동등한 지위에 놓일 수 있어야 한다는 뜻이다. 그는 “장기적으로 필리핀 경제가 나아져서 이들이 해외에 가서 일하지 않아도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글·사진 임아영 젠더데스크 layknt@khan.kr

목록 스크랩 (0)
댓글 16
댓글 더 보기
새 댓글 확인하기

번호 카테고리 제목 날짜 조회
이벤트 공지 🔥 [아윤채 X 더쿠] 살롱 디자이너 강추템, #손상모발모여라! '인리치 본딩 크림' 체험단 모집 (100인) 660 01.01 112,892
공지 [공지] 언금 공지 해제 24.12.06 4,409,807
공지 📢📢【매우중요】 비밀번호❗❗❗❗ 변경❗❗❗ 권장 (현재 팝업 알림중) 24.04.09 11,182,313
공지 공지가 길다면 한번씩 눌러서 읽어주시면 됩니다. 23.11.01 12,449,329
공지 ◤더쿠 이용 규칙◢ [스퀘어 정치글은 정치 카테고리에] 20.04.29 34,488,490
공지 정치 [스퀘어게시판 정치 카테고리 추가 및 정치 제외 기능 추가] 25.07.22 1,024,076
공지 정보 더쿠 모바일에서 유튜브 링크 올릴때 주의할 점 782 21.08.23 8,470,529
공지 정보 나는 더쿠에서 움짤을 한 번이라도 올려본 적이 있다 🙋‍♀️ 267 20.09.29 7,390,959
공지 팁/유용/추천 더쿠에 쉽게 동영상을 올려보자 ! 3593 20.05.17 8,592,979
공지 팁/유용/추천 슬기로운 더쿠생활 : 더쿠 이용팁 4013 20.04.30 8,473,523
공지 팁/유용/추천 ◤스퀘어 공지◢ [9. 스퀘어 저격판 사용 금지(무통보 차단임)] 1236 18.08.31 14,309,660
모든 공지 확인하기()
2955955 이슈 케이팝덬들 빵터지면서 응원하고 있는 WM 엔터 대표 이원민 근황.jpg 22:11 4
2955954 유머 [KBO] 크보 역사상 스토브리그 최고의 썰쟁이.jpg 22:11 13
2955953 이슈 쉬는 날에 아내분과 맛집 데이트 하신다는 후덕줍옵 22:11 81
2955952 이슈 배우들이 아깝다는 댓글 많은 드라마 6 22:09 1,164
2955951 이슈 35세 엘리트 전문직 커리어 우먼 박신혜가 20살 고졸 여사원으로 위장 취업하는 드라마 5 22:08 918
2955950 기사/뉴스 “주말에도 텅텅” 6600억 쏟았는데 수익 ‘0원’…레고랜드 빚더미 3 22:08 352
2955949 기사/뉴스 ‘7800원’에 전재산 베팅 하이닉스 직원, 수익률 9천%대 12 22:07 1,048
2955948 이슈 (놀람주의)모서리에서 밥먹다 큰일날뻔함 7 22:07 690
2955947 이슈 엔시티 위시 𝑾𝑰𝑺𝑯'𝒔 𝑾𝒊𝒔𝒉 ❄️ in Hokkaido EP.1 ➫ 26.01.09 (KST) 4 22:05 200
2955946 이슈 야경말고 니얼굴이나 보여줘..가 탄생한 서강준 레전드 브이앱 5 22:04 589
2955945 기사/뉴스 음식물쓰레기 뒤섞인 서울시 폐기물 충남 유입… 사법·행정 조치 6 22:03 630
2955944 이슈 4세대 이후 걸그룹 멜론 아티스트 팬 수 Top20 1 22:03 259
2955943 이슈 희진과 최리와 함께 K-뷰티 체험기 ✨ | CN | ARTMS 22:03 45
2955942 이슈 JOOHONEY 주헌 '光 (INSANITY)' Photoshoot Behind The Scenes 1 22:03 36
2955941 기사/뉴스 [단독] ‘쾅’ 소리 나도록 머리를 밀었다…공소장에 적힌 16개월 아기의 죽음 9 22:03 779
2955940 이슈 하이키 '세상은 영화 같지 않더라' 일간차트 추위.jpg 2 22:02 186
2955939 이슈 오늘의 프로 사진작가 4인방 모셔봤습니다 | JP | SIGNAL 260107 22:02 94
2955938 이슈 뱀파이어 긴급 회의 📢 What’s in my bag (Vampire ver.) - ENHYPEN (엔하이픈) 22:01 63
2955937 이슈 2026 넷플릭스 글로벌 라인업 | 새로운 이야기의 발견, What Next? | 넷플릭스 3 22:01 410
2955936 이슈 찢었습니다.ㅣMMA2025 비하인드ㅣBEHINDOOR 22:01 9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