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2차 체포영장을 집행하러 15일 서울 한남동 대통령 관저 안으로 진입한 경찰은 뜻밖의 상황과 마주쳤다. 1차 저지선으로 구축한 '차벽'을 넘어 버스 안을 들여다봤더니 차 문이 열려있었고 운전석엔 키가 꽂혀있었다. 다른 차량들도 마찬가지였다. 대통령경호처가 마치 '힘들이지 말고 얼른 치우라'는 메시지를 보낸 셈이다.
원형 철조망을 제거하며 들어가다가 다시 차벽으로 이뤄진 2차 저지선을 맞닥뜨렸다. 주변엔 근무 중인 경호처 직원들이 있었다. 하지만 이들은 1차 영장 집행 때와 달리 '스크럼(인간 방어벽)'을 짜거나 막아서지 않았다. 차벽을 우회하는 모습을 지켜볼 뿐이었다.
최종 저지선에 도달할 때까지도 물리적 충돌은 없었다. 영장 집행에 투입된 경찰 관계자는 "오히려 처음에 시민들을 분리하고 관저까지 진입하는 게 가장 힘들었다"며 "(진입 후에는)왜 이렇게 했나 싶을 정도로 경호처에서 협조적이었다"고 전했다. 사실상 경호관들이 윤 대통령 체포 길을 터준 셈이다.
지난 3일 1차 영장 집행 당시 서로 팔짱을 끼고 철벽의 위용을 자랑했던 수백 명의 경호관들은 어디로 갔을까. 한국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대다수 경호관들은 "영장 집행을 저지하라"는 김성훈 차장(처장 대행) 등 지휘부의 명령을 거부한 채 평시와 동일하게 '정위치 근무'를 했다. 근무자는 관저 내 각자 지정 구역에서 근무하며 통제 임무를 수행했고 교대 대기자는 대기동에서 머물렀다.
일부 직원들은 지시 불복의 의미로 휴가를 냈다. 지휘부의 '윤석열 절대 호위' 방침에 반발한 몇몇 간부들이 사전에 직원들에게 "개별적으로 판단해 휴가를 자유롭게 쓰라"는 지침을 내린 데 따른 것이다. 물리력을 동원해 영장 집행을 저지할 경우 일선 경호처 직원들이 특수공무집행방해 등 혐의로 입건돼 연금 박탈 등 불이익을 억울하게 감수해야 하는 신세가 된다는 점을 우려한 조치다.
앞서 현장에 나와 공수처와 경찰을 막아선 김 차장마저 이날 관저동 안에 머무른 것으로 전해졌다. 무전 등을 통한 별도의 현장 지휘도 없었다고 한다. 직원 다수가 돌아서면서 통제가 무의미한 상황이 됐고, 본인에 대한 체포영장도 발부된 만큼 체포 가능성을 우려한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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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 대통령의 이른바 "칼이라도 들고 막으라" 지시가 알려지며 기름을 부었다. 경호처 사정에 밝은 여권 관계자는 "경호 매뉴얼에도 선제적 무기 사용 규정은 없고, 무기를 쓰는 위해기도자에게 대처할 때 불가피하게 이뤄지는 것"이라며 "더구나 (공수처 등이) 법집행을 하는 과정인데 무기 사용은 맞지 않다는 생각이 있었을 것"이라고 전했다. 13일 밤 이광우 경호본부장과 함께 직원들을 찾은 윤갑근 변호사가 "경찰을 체포하라"는 등 황당한 지시를 한 것도 반감을 키웠다. 지휘계통에 있지도 않은 인물이 책임질 것도 아니면서 무리한 대통령 호위를 주문한 셈이기 때문이라고 한다.
이처럼 경호처 내부 동요와 회의감이 고조되면서 경찰의 '무혈입성'이 가능했던 것이다. 다만 경호처의 조직 특성을 감안할 때 자신들은 가능한 최대치로 '적극적 항명'을 한 것으로 평가하고 있다. 김 차장과 이 본부장은 아직 사퇴를 비롯한 거취 표명을 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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