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기사/뉴스 어른들이 옳았고 나는 틀렸다 / 시사인
5,756 18
2025.01.11 21:47
5,756 18

https://www.sisain.co.kr/news/articleView.html?idxno=54712

 

10년 전 입사 면접에서 거짓말을 했다. ‘세계관이 완전히 뒤바뀐 적 있느냐’는 질문을 받았다. ‘지병을 앓고 생각이 넓어졌다’고 말했는데 사실이 아니었다. 병은 사실이지만 그 때문에 세계관이 바뀌진 않았다. 천성이 고집스러워 그렇다고 여겼는데, 사실 경험 부족이 원인이었다. 2024년 12월3일 계엄을 겪으며 생각이 완전히 바뀌었다.

기자로 일하며 만난 취재원 가운데에는 1970~1980년대에 대학을 나온 ‘어른’들이 적지 않다. 단순히 한 주 기사를 채우는 데 필요한 정보가 아니라, 각 분야 전문가로서 남다른 지성과 통찰을 보여주는 이들이 많다. 그러나 이 세대에 속하는 취재원 중 적지 않은 이들이 공유하는 듯한 어떤 전제에는 좀처럼 동의할 수 없었다. “저쪽(보수세력)은 수틀리면 무슨 짓을 할지 모르는 인간들”이라는, 적개심과 약간의 공포가 뒤섞인 감정이었다. 나는 이걸 일종의 트라우마라고 해석했다. 북한에 대한 공포, 일제에 대한 적개심을 가진 세대처럼 군사정권의 후신을 극히 경계하는 세대도 이해는 갔다. 그러나 ‘사실’은 그와 거리가 있다고 나는 생각했다.

이제 와서 보니 ‘설마 그럴 리 없다’는 내 생각이 편견이었다. 2024년 12월3일 밤 “반국가 세력을 일거에 척결”하겠다며 눈이 돌아간 대통령과 국회에 투입된 계엄군, 불이 난 휴대전화 메신저를 보면서 생각이 완전히 바뀌었다. ‘그들은 항상 옳았고 나는 완전히 틀렸다’는 감각에 머리가 얼얼했다. 50~60대 이상으로 보이는 시민들은 그날 밤 국회 앞에서도 계엄군을 저지하고 있었다. ‘언젠가 이럴 줄 알았다’는 듯한 기색으로 보였다. 절대 겪지 않을 줄 알았던 사건 앞에 멍해 있던 나와 대조적이었다.

 

한편으로 윤석열이 고맙다. 과거 한 취재원이 했던, “차곡차곡 쌓이는 앎도 있지만 알던 사실이 무너져내리는 앎도 있다”라는 말이 떠오른다. 2024년 대한민국에서는 권력자가 폭주할 수 없을 거라는 생각을 무너뜨려주었다. 보수적인 여당일지라도 헌정의 근원적 위기 앞에서는 정권 재창출보다 헌법 방어를 우선시할 것이라는 믿음을 깨뜨려주었다. 꾸준히 이 사실을 경고해온 사람들이야말로 진정 통찰력 있었다는 사실을 국민 대다수가 알게 됐다.

각자 직업도 정치색도 극과 극으로 다른 대학 동기들이 저마다 가족과 함께 탄핵 집회에 나갔다. 집회에 나가지 않는 이들과도 오랜만에 메신저로 긴 대화를 나누었다. 이 체험은 우리 중 많은 이들에게 어떤 세계관을 심어줄 것이다. 아래 세대에게는 집단적 ‘편견’으로 비칠 수도 있다. 그 편견이 우리 공동체를 다시 구해낼 날이 올지도 모른다.

 
이상원 기자 

 

 

 

케톸에서 보고 좋은 기사 같아서 공유함

 

 

 

목록 스크랩 (6)
댓글 18
댓글 더 보기
새 댓글 확인하기

번호 카테고리 제목 날짜 조회
이벤트 공지 [💛앰플엔X더쿠💛] ALL 100%! 올백 미백 <블레미샷 크림> 체험 이벤트 315 03.17 10,925
공지 [공지] 언금 공지 해제 24.12.06 1,305,179
공지 📢📢【매우중요】 비밀번호❗❗❗❗ 변경❗❗❗ 권장 (현재 팝업 알림중) 24.04.09 5,873,878
공지 공지가 길다면 한번씩 눌러서 읽어주시면 됩니다. 23.11.01 9,239,899
공지 ◤더쿠 이용 규칙◢ [스퀘어 정치글 금지관련 공지 상단 내용 확인] 20.04.29 28,128,897
공지 정보 더쿠 모바일에서 유튜브 링크 올릴때 주의할 점 765 21.08.23 6,423,261
공지 정보 나는 더쿠에서 움짤을 한 번이라도 올려본 적이 있다 🙋‍♀️ 242 20.09.29 5,371,970
공지 팁/유용/추천 더쿠에 쉽게 동영상을 올려보자 ! 3484 20.05.17 6,030,510
공지 팁/유용/추천 슬기로운 더쿠생활 : 더쿠 이용팁 3994 20.04.30 6,405,137
공지 팁/유용/추천 ◤스퀘어 공지◢ [9. 스퀘어 저격판 사용 금지(무통보 차단임)] 1236 18.08.31 11,362,654
모든 공지 확인하기()
2663697 기사/뉴스 ‘카카오 전 대표♥’박지윤 출산 안 믿기는 비주얼, 더 청순해졌네 2 00:37 776
2663696 이슈 갑자기 오랜 컴덕들의 추억을 소환해버린 신제품 3 00:36 229
2663695 이슈 올해 작두탄 것 같은 JYP 여돌 최근 발매곡들 16 00:35 347
2663694 이슈 16년 전 오늘 발매♬ 니시노 카나 '遠くても feat. WISE' 1 00:34 26
2663693 기사/뉴스 [동물은 훌륭하다] 견종 초월~ 춤으로 대동단결! 칼각 춤사위 선보이는 댄싱견 00:32 81
2663692 이슈 에스파가 제복입고 자기소개하는 영상 4 00:31 333
2663691 유머 아이브, 유진이 : 제가 앞머리를 붙여봤답니다.shorts 4 00:30 442
2663690 이슈 김수현이 자꾸 19년을 강조하는게 ㄹㅇ 추잡스러운 이유 23 00:29 3,483
2663689 유머 어제 라디오에서 들은 웃긴 얘기: 4살짜리 여자애가 자기의 짧은 목이 고민이라는 거임.jpg 21 00:29 2,252
2663688 이슈 연상호×류준열×신현빈 넷플릭스 '계시록' 트레일러 영상 9 00:28 353
2663687 이슈 3년전 오늘 발매된, 스트레이 키즈 "MANIAC" 3 00:27 107
2663686 유머 피자 뭐좋아하냐고 왜물어보나햇더니 피자를떠오심 7 00:27 1,540
2663685 이슈 딱 1년전 오늘 발매되었다는 데이식스의 작년 대표히트곡 2개 7 00:26 350
2663684 정보 🌨️❄️전국 날씨 특파원 여러분 각 지역의 날씨를 알려주세요❄️🌨️ 38 00:26 975
2663683 이슈 27년 전 오늘 발매♬ 스핏츠 '冷たい頬/謝々!' 1 00:24 55
2663682 이슈 <컴포즈커피> 아아~ 초코볼~ : 👍🏻 7 00:23 1,174
2663681 정보 착붙 헤메코로 역대급 반응 좋다는 세이마이네임 히토미 단발 비주얼 6 00:23 937
2663680 이슈 [스타쉽 데뷔스 플랜] <New A.G.K.> vs <DWN> 댄스 팀 무대 6 00:19 203
2663679 이슈 6년전 오늘 발매된, 에버글로우 "봉봉쇼콜라" 3 00:19 165
2663678 이슈 이번 엔믹스 앨범에서 좋다고 언급 많이 되고 있는 수록곡 두 곡... 37 00:18 89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