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기사/뉴스 어른들이 옳았고 나는 틀렸다 / 시사인
13,846 18
2025.01.11 21:47
13,846 18

https://www.sisain.co.kr/news/articleView.html?idxno=54712

 

10년 전 입사 면접에서 거짓말을 했다. ‘세계관이 완전히 뒤바뀐 적 있느냐’는 질문을 받았다. ‘지병을 앓고 생각이 넓어졌다’고 말했는데 사실이 아니었다. 병은 사실이지만 그 때문에 세계관이 바뀌진 않았다. 천성이 고집스러워 그렇다고 여겼는데, 사실 경험 부족이 원인이었다. 2024년 12월3일 계엄을 겪으며 생각이 완전히 바뀌었다.

기자로 일하며 만난 취재원 가운데에는 1970~1980년대에 대학을 나온 ‘어른’들이 적지 않다. 단순히 한 주 기사를 채우는 데 필요한 정보가 아니라, 각 분야 전문가로서 남다른 지성과 통찰을 보여주는 이들이 많다. 그러나 이 세대에 속하는 취재원 중 적지 않은 이들이 공유하는 듯한 어떤 전제에는 좀처럼 동의할 수 없었다. “저쪽(보수세력)은 수틀리면 무슨 짓을 할지 모르는 인간들”이라는, 적개심과 약간의 공포가 뒤섞인 감정이었다. 나는 이걸 일종의 트라우마라고 해석했다. 북한에 대한 공포, 일제에 대한 적개심을 가진 세대처럼 군사정권의 후신을 극히 경계하는 세대도 이해는 갔다. 그러나 ‘사실’은 그와 거리가 있다고 나는 생각했다.

이제 와서 보니 ‘설마 그럴 리 없다’는 내 생각이 편견이었다. 2024년 12월3일 밤 “반국가 세력을 일거에 척결”하겠다며 눈이 돌아간 대통령과 국회에 투입된 계엄군, 불이 난 휴대전화 메신저를 보면서 생각이 완전히 바뀌었다. ‘그들은 항상 옳았고 나는 완전히 틀렸다’는 감각에 머리가 얼얼했다. 50~60대 이상으로 보이는 시민들은 그날 밤 국회 앞에서도 계엄군을 저지하고 있었다. ‘언젠가 이럴 줄 알았다’는 듯한 기색으로 보였다. 절대 겪지 않을 줄 알았던 사건 앞에 멍해 있던 나와 대조적이었다.

 

한편으로 윤석열이 고맙다. 과거 한 취재원이 했던, “차곡차곡 쌓이는 앎도 있지만 알던 사실이 무너져내리는 앎도 있다”라는 말이 떠오른다. 2024년 대한민국에서는 권력자가 폭주할 수 없을 거라는 생각을 무너뜨려주었다. 보수적인 여당일지라도 헌정의 근원적 위기 앞에서는 정권 재창출보다 헌법 방어를 우선시할 것이라는 믿음을 깨뜨려주었다. 꾸준히 이 사실을 경고해온 사람들이야말로 진정 통찰력 있었다는 사실을 국민 대다수가 알게 됐다.

각자 직업도 정치색도 극과 극으로 다른 대학 동기들이 저마다 가족과 함께 탄핵 집회에 나갔다. 집회에 나가지 않는 이들과도 오랜만에 메신저로 긴 대화를 나누었다. 이 체험은 우리 중 많은 이들에게 어떤 세계관을 심어줄 것이다. 아래 세대에게는 집단적 ‘편견’으로 비칠 수도 있다. 그 편견이 우리 공동체를 다시 구해낼 날이 올지도 모른다.

 
이상원 기자 

 

 

 

케톸에서 보고 좋은 기사 같아서 공유함

 

 

 

목록 스크랩 (6)
댓글 18
댓글 더 보기
새 댓글 확인하기

번호 카테고리 제목 날짜 조회
이벤트 공지 [아도르X더쿠] 올영 화제의 품절템🔥💛 이런 향기 처음이야.. 아도르 #퍼퓸헤어오일 체험단 312 01.08 18,278
공지 [공지] 언금 공지 해제 24.12.06 4,414,185
공지 📢📢【매우중요】 비밀번호❗❗❗❗ 변경❗❗❗ 권장 (현재 팝업 알림중) 24.04.09 11,194,532
공지 공지가 길다면 한번씩 눌러서 읽어주시면 됩니다. 23.11.01 12,454,447
공지 ◤더쿠 이용 규칙◢ [스퀘어 정치글은 정치 카테고리에] 20.04.29 34,498,605
공지 정치 [스퀘어게시판 정치 카테고리 추가 및 정치 제외 기능 추가] 25.07.22 1,024,980
공지 정보 더쿠 모바일에서 유튜브 링크 올릴때 주의할 점 782 21.08.23 8,471,844
공지 정보 나는 더쿠에서 움짤을 한 번이라도 올려본 적이 있다 🙋‍♀️ 267 20.09.29 7,390,959
공지 팁/유용/추천 더쿠에 쉽게 동영상을 올려보자 ! 3593 20.05.17 8,594,420
공지 팁/유용/추천 슬기로운 더쿠생활 : 더쿠 이용팁 4014 20.04.30 8,474,814
공지 팁/유용/추천 ◤스퀘어 공지◢ [9. 스퀘어 저격판 사용 금지(무통보 차단임)] 1236 18.08.31 14,312,651
모든 공지 확인하기()
2957361 이슈 한립토이스 50년 된 추억의 장난감 회사 문 닫는다 07:55 136
2957360 유머 앞니가 세개라는 알파드라이브원(알디원) 멤버 이상원 07:54 218
2957359 기사/뉴스 [단독]현역 男돌의 파격 BL..웨이커 새별·고스트나인 이우진, '수업중입니다3' 주인공 4 07:47 927
2957358 이슈 이 시간 명동성당 웹캠 3 07:47 971
2957357 이슈 매듭 묶기 모음 4 07:38 440
2957356 이슈 박재범 밥 안먹고 굶었을때 생기는 일 4 07:23 2,233
2957355 정보 신한플러스/플레이 정답 3 07:15 293
2957354 이슈 회사에서 나 썅련됐네 216 06:51 24,807
2957353 이슈 영화 황해는 잼나게 봤던 분들이 몇년 지나니까 까맣게 잊고 정치적 이유로 급울분 ㅋㅋ 5 06:38 3,102
2957352 유머 시장에서 만원주고 산 강아지 후기 17 06:31 7,283
2957351 이슈 동생들이 꽤나 어려워 한다는 부산 5남매의 장녀 6 06:12 5,553
2957350 이슈 10년간의 무명생활을 없애준 단역배우의 단 한 씬 28 05:26 9,658
2957349 이슈 비주얼만 봐도 탑클래스될 만했다고 생각하는...jpg 20 05:24 5,954
2957348 이슈 캣츠아이 윤채 × 르세라핌 윤진은채 Internet Girl 챌린지 👾💻 5 05:15 1,125
2957347 이슈 김삼순 엔딩 누군가의 아내 말고 끝까지 김삼순 서사로 마무리 되는게 결혼이 서사의 완성이 아니라 선택지 중 하나라고 말해주는 것 같아서 좋아함 12 04:46 3,979
2957346 유머 새벽에 보면 이불 속으로 들어가는 괴담 및 소름썰 모음 115편 2 04:44 388
2957345 이슈 원피스에서 인기며 임팩트며 한 획을 그었던 빌런 3 04:16 2,421
2957344 이슈 [라디오스타] 던이 정말 스트레스 받는 것 중 하나 - 본인 집에서 서서 소변 보는 남자들 (+ 해결책) 124 04:15 16,914
2957343 이슈 <어쩔수가 없다> 홍보하러 미국간 박찬욱과 그를 인터뷰하는 로니 챙과 그를 통역해주러 나온 닥터 켄정 7 04:10 3,497
2957342 이슈 얼굴마사지 받는 고양이 12 04:09 1,45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