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기사/뉴스 어른들이 옳았고 나는 틀렸다 / 시사인
2,108 17
2025.01.11 21:47
2,108 17

https://www.sisain.co.kr/news/articleView.html?idxno=54712

 

10년 전 입사 면접에서 거짓말을 했다. ‘세계관이 완전히 뒤바뀐 적 있느냐’는 질문을 받았다. ‘지병을 앓고 생각이 넓어졌다’고 말했는데 사실이 아니었다. 병은 사실이지만 그 때문에 세계관이 바뀌진 않았다. 천성이 고집스러워 그렇다고 여겼는데, 사실 경험 부족이 원인이었다. 2024년 12월3일 계엄을 겪으며 생각이 완전히 바뀌었다.

기자로 일하며 만난 취재원 가운데에는 1970~1980년대에 대학을 나온 ‘어른’들이 적지 않다. 단순히 한 주 기사를 채우는 데 필요한 정보가 아니라, 각 분야 전문가로서 남다른 지성과 통찰을 보여주는 이들이 많다. 그러나 이 세대에 속하는 취재원 중 적지 않은 이들이 공유하는 듯한 어떤 전제에는 좀처럼 동의할 수 없었다. “저쪽(보수세력)은 수틀리면 무슨 짓을 할지 모르는 인간들”이라는, 적개심과 약간의 공포가 뒤섞인 감정이었다. 나는 이걸 일종의 트라우마라고 해석했다. 북한에 대한 공포, 일제에 대한 적개심을 가진 세대처럼 군사정권의 후신을 극히 경계하는 세대도 이해는 갔다. 그러나 ‘사실’은 그와 거리가 있다고 나는 생각했다.

이제 와서 보니 ‘설마 그럴 리 없다’는 내 생각이 편견이었다. 2024년 12월3일 밤 “반국가 세력을 일거에 척결”하겠다며 눈이 돌아간 대통령과 국회에 투입된 계엄군, 불이 난 휴대전화 메신저를 보면서 생각이 완전히 바뀌었다. ‘그들은 항상 옳았고 나는 완전히 틀렸다’는 감각에 머리가 얼얼했다. 50~60대 이상으로 보이는 시민들은 그날 밤 국회 앞에서도 계엄군을 저지하고 있었다. ‘언젠가 이럴 줄 알았다’는 듯한 기색으로 보였다. 절대 겪지 않을 줄 알았던 사건 앞에 멍해 있던 나와 대조적이었다.

 

한편으로 윤석열이 고맙다. 과거 한 취재원이 했던, “차곡차곡 쌓이는 앎도 있지만 알던 사실이 무너져내리는 앎도 있다”라는 말이 떠오른다. 2024년 대한민국에서는 권력자가 폭주할 수 없을 거라는 생각을 무너뜨려주었다. 보수적인 여당일지라도 헌정의 근원적 위기 앞에서는 정권 재창출보다 헌법 방어를 우선시할 것이라는 믿음을 깨뜨려주었다. 꾸준히 이 사실을 경고해온 사람들이야말로 진정 통찰력 있었다는 사실을 국민 대다수가 알게 됐다.

각자 직업도 정치색도 극과 극으로 다른 대학 동기들이 저마다 가족과 함께 탄핵 집회에 나갔다. 집회에 나가지 않는 이들과도 오랜만에 메신저로 긴 대화를 나누었다. 이 체험은 우리 중 많은 이들에게 어떤 세계관을 심어줄 것이다. 아래 세대에게는 집단적 ‘편견’으로 비칠 수도 있다. 그 편견이 우리 공동체를 다시 구해낼 날이 올지도 모른다.

 
이상원 기자 

 

 

 

케톸에서 보고 좋은 기사 같아서 공유함

 

 

 

목록 스크랩 (5)
댓글 17
댓글 더 보기
새 댓글 확인하기

번호 카테고리 제목 날짜 조회
이벤트 공지 [🎬드라마 이벤트🎬] 넷플릭스 시리즈 <중증외상센터> 온라인 팬 스크리닝 초대 이벤트 139 01.10 21,583
공지 [공지] 언금 공지 해제 24.12.06 486,419
공지 📢📢【매우중요】 비밀번호❗❗❗❗ 변경❗❗❗ 권장 (현재 팝업 알림중) 24.04.09 4,696,953
공지 공지가 길다면 한번씩 눌러서 읽어주시면 됩니다. 23.11.01 8,281,060
공지 ◤더쿠 이용 규칙◢ [스퀘어/핫게 중계 공지 주의] 20.04.29 26,850,704
공지 정보 더쿠 모바일에서 유튜브 링크 올릴때 주의할 점 761 21.08.23 5,799,239
공지 정보 나는 더쿠에서 움짤을 한 번이라도 올려본 적이 있다 🙋‍♀️ 240 20.09.29 4,756,737
공지 팁/유용/추천 더쿠에 쉽게 동영상을 올려보자 ! 3466 20.05.17 5,357,143
공지 팁/유용/추천 슬기로운 더쿠생활 : 더쿠 이용팁 3989 20.04.30 5,807,290
공지 팁/유용/추천 ◤스퀘어 공지◢ [9. 스퀘어 저격판 사용 금지(무통보 차단임)] 1236 18.08.31 10,645,751
모든 공지 확인하기()
2602906 이슈 8년전 오늘 개봉한, 영화 "모아나" 01:01 29
2602905 이슈 의외로 외국인들이 엄청 좋아한다는 한국음식 01:01 313
2602904 이슈 강민경이 뭐라도 찍어오라해서 차은우 찍는 송혜교 01:00 136
2602903 이슈 2024 KBS 연기대상 미니시리즈부문 남자우수상 박지훈 수상 🏆(환상연가) 3 01:00 77
2602902 이슈 SM TOWN 💚 TO THE WORLD 여긴 NCT 3 00:59 212
2602901 이슈 노벨평화상 수상자의 ‘중립’에 대한 생각 5 00:59 427
2602900 이슈 이거 발음 된다 안된다 : 대우로얄 뉴로얄 (feat. 플레이브) 3 00:58 153
2602899 유머 서울 관광와서 실망한 촌놈 1 00:58 751
2602898 이슈 NCT DREAM in SMTOWN LIVE 2025 단체사진 @ SEOUL DAY 1 00:58 177
2602897 유머 살면서 누군가가 이렇게나 내 엉덩이 걱정을 해 준 적이 있었던가... 11 00:54 1,904
2602896 이슈 짹에서 반응 터지고있는 SM 연습생 44 00:54 2,808
2602895 이슈 [모텔캘리포니아] 이세영 나인우 결혼식씬 찍는데 그냥 서로 웃참하기 바쁘잖아ㅋㅋㅋㅋㅋㅋㅋㅋ 4 00:54 794
2602894 이슈 반응 좋은 오늘자 슴콘 에스파 위플래시 편곡 7 00:53 755
2602893 이슈 오늘 집회 옥상달빛 수고했어 오늘도 7 00:52 473
2602892 이슈 운동 뽐뿌 오는 KBS 2025년 방영예정 로<<<<코 드라마 <24시 헬스클럽> 티저(이준영, 정은지) 9 00:52 806
2602891 이슈 밑에 글 올라온 '웬만해서는 대놓고 싫은 소리 잘 안 하는 일본에서도 반응 안 좋은 신작 애니 오프닝' 애니... 오타쿠들한테 말 나온 특이점.jpg 1 00:52 639
2602890 이슈 자기 구조해서 도와준 사람 마중 나가는 강아지 24 00:51 1,630
2602889 유머 내 친구 모솔이고 얘가 좋아하는 남자애도 모솔인데 진짜 답답해 8 00:50 1,471
2602888 이슈 2024 KBS 연기대상 여자 최우수상 - 임수향 수상소감 3 00:48 538
2602887 이슈 슴콘 놀러온 레이(엑소) 133 00:44 5,74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