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기사/뉴스 어른들이 옳았고 나는 틀렸다 / 시사인
6,334 18
2025.01.11 21:47
6,334 18

https://www.sisain.co.kr/news/articleView.html?idxno=54712

 

10년 전 입사 면접에서 거짓말을 했다. ‘세계관이 완전히 뒤바뀐 적 있느냐’는 질문을 받았다. ‘지병을 앓고 생각이 넓어졌다’고 말했는데 사실이 아니었다. 병은 사실이지만 그 때문에 세계관이 바뀌진 않았다. 천성이 고집스러워 그렇다고 여겼는데, 사실 경험 부족이 원인이었다. 2024년 12월3일 계엄을 겪으며 생각이 완전히 바뀌었다.

기자로 일하며 만난 취재원 가운데에는 1970~1980년대에 대학을 나온 ‘어른’들이 적지 않다. 단순히 한 주 기사를 채우는 데 필요한 정보가 아니라, 각 분야 전문가로서 남다른 지성과 통찰을 보여주는 이들이 많다. 그러나 이 세대에 속하는 취재원 중 적지 않은 이들이 공유하는 듯한 어떤 전제에는 좀처럼 동의할 수 없었다. “저쪽(보수세력)은 수틀리면 무슨 짓을 할지 모르는 인간들”이라는, 적개심과 약간의 공포가 뒤섞인 감정이었다. 나는 이걸 일종의 트라우마라고 해석했다. 북한에 대한 공포, 일제에 대한 적개심을 가진 세대처럼 군사정권의 후신을 극히 경계하는 세대도 이해는 갔다. 그러나 ‘사실’은 그와 거리가 있다고 나는 생각했다.

이제 와서 보니 ‘설마 그럴 리 없다’는 내 생각이 편견이었다. 2024년 12월3일 밤 “반국가 세력을 일거에 척결”하겠다며 눈이 돌아간 대통령과 국회에 투입된 계엄군, 불이 난 휴대전화 메신저를 보면서 생각이 완전히 바뀌었다. ‘그들은 항상 옳았고 나는 완전히 틀렸다’는 감각에 머리가 얼얼했다. 50~60대 이상으로 보이는 시민들은 그날 밤 국회 앞에서도 계엄군을 저지하고 있었다. ‘언젠가 이럴 줄 알았다’는 듯한 기색으로 보였다. 절대 겪지 않을 줄 알았던 사건 앞에 멍해 있던 나와 대조적이었다.

 

한편으로 윤석열이 고맙다. 과거 한 취재원이 했던, “차곡차곡 쌓이는 앎도 있지만 알던 사실이 무너져내리는 앎도 있다”라는 말이 떠오른다. 2024년 대한민국에서는 권력자가 폭주할 수 없을 거라는 생각을 무너뜨려주었다. 보수적인 여당일지라도 헌정의 근원적 위기 앞에서는 정권 재창출보다 헌법 방어를 우선시할 것이라는 믿음을 깨뜨려주었다. 꾸준히 이 사실을 경고해온 사람들이야말로 진정 통찰력 있었다는 사실을 국민 대다수가 알게 됐다.

각자 직업도 정치색도 극과 극으로 다른 대학 동기들이 저마다 가족과 함께 탄핵 집회에 나갔다. 집회에 나가지 않는 이들과도 오랜만에 메신저로 긴 대화를 나누었다. 이 체험은 우리 중 많은 이들에게 어떤 세계관을 심어줄 것이다. 아래 세대에게는 집단적 ‘편견’으로 비칠 수도 있다. 그 편견이 우리 공동체를 다시 구해낼 날이 올지도 모른다.

 
이상원 기자 

 

 

 

케톸에서 보고 좋은 기사 같아서 공유함

 

 

 

목록 스크랩 (6)
댓글 18
댓글 더 보기
새 댓글 확인하기

번호 카테고리 제목 날짜 조회
이벤트 공지 [💙디어스킨 X 더쿠💙] 열 오른 그날, 시원한 휴식을 위한 <디어스킨 에어쿨링 생리대> 체험 이벤트 293 00:06 13,698
공지 [공지] 언금 공지 해제 24.12.06 1,703,930
공지 📢📢【매우중요】 비밀번호❗❗❗❗ 변경❗❗❗ 권장 (현재 팝업 알림중) 24.04.09 6,409,597
공지 공지가 길다면 한번씩 눌러서 읽어주시면 됩니다. 23.11.01 9,586,543
공지 ◤더쿠 이용 규칙◢ [스퀘어 정치글 금지관련 공지 상단 내용 확인] 20.04.29 28,785,460
공지 정보 더쿠 모바일에서 유튜브 링크 올릴때 주의할 점 766 21.08.23 6,684,289
공지 정보 나는 더쿠에서 움짤을 한 번이라도 올려본 적이 있다 🙋‍♀️ 243 20.09.29 5,613,124
공지 팁/유용/추천 더쿠에 쉽게 동영상을 올려보자 ! 3494 20.05.17 6,347,086
공지 팁/유용/추천 슬기로운 더쿠생활 : 더쿠 이용팁 3998 20.04.30 6,647,613
공지 팁/유용/추천 ◤스퀘어 공지◢ [9. 스퀘어 저격판 사용 금지(무통보 차단임)] 1236 18.08.31 11,677,540
모든 공지 확인하기()
2689056 이슈 2차 투표 마감 앞두고 있는 스타쉽 차기 남돌 데뷔스플랜 중간 집계 결과 23:30 30
2689055 유머 정신나간 내용에 정신나간 오프닝이긴 하지만 진짜 감각적이고 예뻤던 애니 오프닝.ytb 23:30 85
2689054 유머 쑥쑥 크는 강아지의 5개월 1 23:30 127
2689053 이슈 경기중에 진짜 큰일날뻔한 여자축구 정지연선수.gif 1 23:30 160
2689052 이슈 힙합침체기에 꾸준히 힙합 노래 내고 있다는 여자 아이돌 23:30 69
2689051 기사/뉴스 머리 부딪친 시민 조롱…"인도 질주하자" 10대 따릉이 폭주족 모임까지 23:29 116
2689050 이슈 배우 최강희 데뷔 30주년 직접 축하해준 신인 여돌 23:26 664
2689049 이슈 지금 더쿠에 있는 모든 덬들이 생각해봤으면 하는 말 - 누군가를 비난함으로써 내면에 쌓인 불안감과 스트레스가 해소되는 느낌을 받거나 툭하면 정의를 내세워 세상을 심판하는 것이 일종의 정체성이 돼 버렸다면 바로 ‘정의감 중독 상태’라는 것이다 7 23:26 356
2689048 이슈 이번 컴백에 치트키 쓴 투바투 2 23:24 648
2689047 이슈 나홀로집에 감독 근황 “트럼프 나오는 장면 짤라버리고 싶다” 2 23:24 525
2689046 이슈 스테이씨 수민 인스타그램 업로드 23:22 211
2689045 이슈 요새 탈탈 털리고있는 "선진국 유럽"의 실체 15 23:21 2,041
2689044 유머 국회 한바퀴 중인데 텃밭이 잇네요..? 찬대헴 병주헴은... 상추 다 자라면 고기구워드시려나.... 14 23:21 810
2689043 이슈 우주 여행 후 미국에서 까이고 있는 케이티 페리 25 23:20 2,769
2689042 팁/유용/추천 갤럭시 유저라면 체크해보길 바라는 설정 51 23:19 2,600
2689041 이슈 조회수 백만 넘은 서인국×박보검 커플(Couple) 무대 13 23:18 594
2689040 기사/뉴스 용인 일가족 살해 가장, 수십억 분양사기 혐의로 60명에 고소당해 19 23:17 1,974
2689039 이슈 친환경소재 쓴다고 거짓말쳤다가 공정위에 걸린 탑텐.jpg 10 23:17 1,680
2689038 이슈 내가 일했던 식당 or 카페 or 패스트푸드점 등 이용한다 vs 안 한다 7 23:17 364
2689037 이슈 3년전 오늘 발매된, 헤이즈 "마지막 너의 인사" 23:17 4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