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기사/뉴스 어른들이 옳았고 나는 틀렸다 / 시사인
5,995 18
2025.01.11 21:47
5,995 18

https://www.sisain.co.kr/news/articleView.html?idxno=54712

 

10년 전 입사 면접에서 거짓말을 했다. ‘세계관이 완전히 뒤바뀐 적 있느냐’는 질문을 받았다. ‘지병을 앓고 생각이 넓어졌다’고 말했는데 사실이 아니었다. 병은 사실이지만 그 때문에 세계관이 바뀌진 않았다. 천성이 고집스러워 그렇다고 여겼는데, 사실 경험 부족이 원인이었다. 2024년 12월3일 계엄을 겪으며 생각이 완전히 바뀌었다.

기자로 일하며 만난 취재원 가운데에는 1970~1980년대에 대학을 나온 ‘어른’들이 적지 않다. 단순히 한 주 기사를 채우는 데 필요한 정보가 아니라, 각 분야 전문가로서 남다른 지성과 통찰을 보여주는 이들이 많다. 그러나 이 세대에 속하는 취재원 중 적지 않은 이들이 공유하는 듯한 어떤 전제에는 좀처럼 동의할 수 없었다. “저쪽(보수세력)은 수틀리면 무슨 짓을 할지 모르는 인간들”이라는, 적개심과 약간의 공포가 뒤섞인 감정이었다. 나는 이걸 일종의 트라우마라고 해석했다. 북한에 대한 공포, 일제에 대한 적개심을 가진 세대처럼 군사정권의 후신을 극히 경계하는 세대도 이해는 갔다. 그러나 ‘사실’은 그와 거리가 있다고 나는 생각했다.

이제 와서 보니 ‘설마 그럴 리 없다’는 내 생각이 편견이었다. 2024년 12월3일 밤 “반국가 세력을 일거에 척결”하겠다며 눈이 돌아간 대통령과 국회에 투입된 계엄군, 불이 난 휴대전화 메신저를 보면서 생각이 완전히 바뀌었다. ‘그들은 항상 옳았고 나는 완전히 틀렸다’는 감각에 머리가 얼얼했다. 50~60대 이상으로 보이는 시민들은 그날 밤 국회 앞에서도 계엄군을 저지하고 있었다. ‘언젠가 이럴 줄 알았다’는 듯한 기색으로 보였다. 절대 겪지 않을 줄 알았던 사건 앞에 멍해 있던 나와 대조적이었다.

 

한편으로 윤석열이 고맙다. 과거 한 취재원이 했던, “차곡차곡 쌓이는 앎도 있지만 알던 사실이 무너져내리는 앎도 있다”라는 말이 떠오른다. 2024년 대한민국에서는 권력자가 폭주할 수 없을 거라는 생각을 무너뜨려주었다. 보수적인 여당일지라도 헌정의 근원적 위기 앞에서는 정권 재창출보다 헌법 방어를 우선시할 것이라는 믿음을 깨뜨려주었다. 꾸준히 이 사실을 경고해온 사람들이야말로 진정 통찰력 있었다는 사실을 국민 대다수가 알게 됐다.

각자 직업도 정치색도 극과 극으로 다른 대학 동기들이 저마다 가족과 함께 탄핵 집회에 나갔다. 집회에 나가지 않는 이들과도 오랜만에 메신저로 긴 대화를 나누었다. 이 체험은 우리 중 많은 이들에게 어떤 세계관을 심어줄 것이다. 아래 세대에게는 집단적 ‘편견’으로 비칠 수도 있다. 그 편견이 우리 공동체를 다시 구해낼 날이 올지도 모른다.

 
이상원 기자 

 

 

 

케톸에서 보고 좋은 기사 같아서 공유함

 

 

 

목록 스크랩 (6)
댓글 18
댓글 더 보기
새 댓글 확인하기

번호 카테고리 제목 날짜 조회
이벤트 공지 [💓에뛰드x더쿠💓] 말랑 말랑 젤리 립? 💋 NEW슈가 컬러링 젤리 립밤💋 사전 체험 이벤트 430 03.28 44,926
공지 [공지] 언금 공지 해제 24.12.06 1,504,901
공지 📢📢【매우중요】 비밀번호❗❗❗❗ 변경❗❗❗ 권장 (현재 팝업 알림중) 24.04.09 6,108,461
공지 공지가 길다면 한번씩 눌러서 읽어주시면 됩니다. 23.11.01 9,396,493
공지 ◤더쿠 이용 규칙◢ [스퀘어 정치글 금지관련 공지 상단 내용 확인] 20.04.29 28,428,043
공지 정보 더쿠 모바일에서 유튜브 링크 올릴때 주의할 점 766 21.08.23 6,541,024
공지 정보 나는 더쿠에서 움짤을 한 번이라도 올려본 적이 있다 🙋‍♀️ 242 20.09.29 5,487,915
공지 팁/유용/추천 더쿠에 쉽게 동영상을 올려보자 ! 3488 20.05.17 6,187,416
공지 팁/유용/추천 슬기로운 더쿠생활 : 더쿠 이용팁 3998 20.04.30 6,511,265
공지 팁/유용/추천 ◤스퀘어 공지◢ [9. 스퀘어 저격판 사용 금지(무통보 차단임)] 1236 18.08.31 11,513,280
모든 공지 확인하기()
2671250 기사/뉴스 [단독] 검찰, '명태균·오세훈 대화 전 국민의힘 경선룰 결정' 문건 확보 2 07:02 459
2671249 기사/뉴스 [단독] 2년간 264건 싱크홀 발생…탐지장비는 전국 10대뿐 2 06:59 212
2671248 정보 신한플러스/플레이 정답 06:57 128
2671247 기사/뉴스 장제원 성폭력 피해자분 오늘 기자회견 예정이었음 19 06:57 3,282
2671246 기사/뉴스 국민의힘은 오히려 ″마은혁 후보자가 자진사퇴하라″고 맞받았습니다. 9 06:56 624
2671245 팁/유용/추천 눈에 별들이 담긴 올리와 눈이 마주쳤습니다 이 사진을 보면 행복해집니다 (고양이) 3 06:54 620
2671244 이슈 한국에서 나가노 메이의 작품을 단 한 개라도 본 분들이 계시다면 글 한 번 읽어주세요...twt 27 06:49 1,644
2671243 기사/뉴스 [속보] 장제원 전 의원, 어젯밤 서울 강동구서 숨진 채 발견 84 06:39 8,428
2671242 이슈 주기적으로 찾아보는 사람 은근 있다는 8년 전 교사가 영혼을 갈아 넣었다는 어린이집 그대에게 치어리딩 27 06:35 2,245
2671241 이슈 김수현 기자회견 이후 디즈니+에서 답변 메일 왔다고 함 32 06:25 8,641
2671240 기사/뉴스 [속보] 장제원 전 의원 오피스텔서 숨진 채 발견..."타살 정황 없어" 520 06:15 30,055
2671239 기사/뉴스 트럼프 예산·인력 삭감 탓…미얀마 지진 구호 현장서 미국이 사라졌다 6 06:07 1,324
2671238 유머 본인도 알아버린 솔비의 히트작.....jpg 7 05:44 3,823
2671237 이슈 롯데 빼빼로 새로운 맛 4가지 출시예정 🍃🥜🫖🍬 130 05:29 10,437
2671236 기사/뉴스 [단독] 성폭력 고소인 “장제원 권력 무서워 10년 참아” 25 05:25 6,262
2671235 이슈 휀걸에게 싸늘하게 인용 달고 간 이영지 16 04:48 7,894
2671234 유머 새벽에 보면 완전 추워지는 괴담 및 소름돋는 썰 모음 188편 3 04:44 1,092
2671233 이슈 현직 변호사가 리뷰하는 어제자 김수현 기자회견 영상 33 04:34 9,400
2671232 이슈 불수저대학 특: 학생증 대면 불교박람회 무료입장 4 03:54 3,137
2671231 이슈 뒷마당에 놀러 온 곰 가족 11 03:44 3,0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