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기사/뉴스 어른들이 옳았고 나는 틀렸다 / 시사인
6,012 18
2025.01.11 21:47
6,012 18

https://www.sisain.co.kr/news/articleView.html?idxno=54712

 

10년 전 입사 면접에서 거짓말을 했다. ‘세계관이 완전히 뒤바뀐 적 있느냐’는 질문을 받았다. ‘지병을 앓고 생각이 넓어졌다’고 말했는데 사실이 아니었다. 병은 사실이지만 그 때문에 세계관이 바뀌진 않았다. 천성이 고집스러워 그렇다고 여겼는데, 사실 경험 부족이 원인이었다. 2024년 12월3일 계엄을 겪으며 생각이 완전히 바뀌었다.

기자로 일하며 만난 취재원 가운데에는 1970~1980년대에 대학을 나온 ‘어른’들이 적지 않다. 단순히 한 주 기사를 채우는 데 필요한 정보가 아니라, 각 분야 전문가로서 남다른 지성과 통찰을 보여주는 이들이 많다. 그러나 이 세대에 속하는 취재원 중 적지 않은 이들이 공유하는 듯한 어떤 전제에는 좀처럼 동의할 수 없었다. “저쪽(보수세력)은 수틀리면 무슨 짓을 할지 모르는 인간들”이라는, 적개심과 약간의 공포가 뒤섞인 감정이었다. 나는 이걸 일종의 트라우마라고 해석했다. 북한에 대한 공포, 일제에 대한 적개심을 가진 세대처럼 군사정권의 후신을 극히 경계하는 세대도 이해는 갔다. 그러나 ‘사실’은 그와 거리가 있다고 나는 생각했다.

이제 와서 보니 ‘설마 그럴 리 없다’는 내 생각이 편견이었다. 2024년 12월3일 밤 “반국가 세력을 일거에 척결”하겠다며 눈이 돌아간 대통령과 국회에 투입된 계엄군, 불이 난 휴대전화 메신저를 보면서 생각이 완전히 바뀌었다. ‘그들은 항상 옳았고 나는 완전히 틀렸다’는 감각에 머리가 얼얼했다. 50~60대 이상으로 보이는 시민들은 그날 밤 국회 앞에서도 계엄군을 저지하고 있었다. ‘언젠가 이럴 줄 알았다’는 듯한 기색으로 보였다. 절대 겪지 않을 줄 알았던 사건 앞에 멍해 있던 나와 대조적이었다.

 

한편으로 윤석열이 고맙다. 과거 한 취재원이 했던, “차곡차곡 쌓이는 앎도 있지만 알던 사실이 무너져내리는 앎도 있다”라는 말이 떠오른다. 2024년 대한민국에서는 권력자가 폭주할 수 없을 거라는 생각을 무너뜨려주었다. 보수적인 여당일지라도 헌정의 근원적 위기 앞에서는 정권 재창출보다 헌법 방어를 우선시할 것이라는 믿음을 깨뜨려주었다. 꾸준히 이 사실을 경고해온 사람들이야말로 진정 통찰력 있었다는 사실을 국민 대다수가 알게 됐다.

각자 직업도 정치색도 극과 극으로 다른 대학 동기들이 저마다 가족과 함께 탄핵 집회에 나갔다. 집회에 나가지 않는 이들과도 오랜만에 메신저로 긴 대화를 나누었다. 이 체험은 우리 중 많은 이들에게 어떤 세계관을 심어줄 것이다. 아래 세대에게는 집단적 ‘편견’으로 비칠 수도 있다. 그 편견이 우리 공동체를 다시 구해낼 날이 올지도 모른다.

 
이상원 기자 

 

 

 

케톸에서 보고 좋은 기사 같아서 공유함

 

 

 

목록 스크랩 (6)
댓글 18
댓글 더 보기
새 댓글 확인하기

번호 카테고리 제목 날짜 조회
이벤트 공지 [💓에뛰드x더쿠💓] 말랑 말랑 젤리 립? 💋 NEW슈가 컬러링 젤리 립밤💋 사전 체험 이벤트 445 03.28 49,141
공지 [공지] 언금 공지 해제 24.12.06 1,507,943
공지 📢📢【매우중요】 비밀번호❗❗❗❗ 변경❗❗❗ 권장 (현재 팝업 알림중) 24.04.09 6,115,058
공지 공지가 길다면 한번씩 눌러서 읽어주시면 됩니다. 23.11.01 9,401,845
공지 ◤더쿠 이용 규칙◢ [스퀘어 정치글 금지관련 공지 상단 내용 확인] 20.04.29 28,435,237
공지 정보 더쿠 모바일에서 유튜브 링크 올릴때 주의할 점 766 21.08.23 6,545,606
공지 정보 나는 더쿠에서 움짤을 한 번이라도 올려본 적이 있다 🙋‍♀️ 242 20.09.29 5,495,615
공지 팁/유용/추천 더쿠에 쉽게 동영상을 올려보자 ! 3488 20.05.17 6,191,762
공지 팁/유용/추천 슬기로운 더쿠생활 : 더쿠 이용팁 3998 20.04.30 6,519,202
공지 팁/유용/추천 ◤스퀘어 공지◢ [9. 스퀘어 저격판 사용 금지(무통보 차단임)] 1236 18.08.31 11,523,085
모든 공지 확인하기()
343078 기사/뉴스 '나솔사계' 미스터황, 안타까운 근황 "혈액암 소견..희망적이지 않아" 5 18:17 1,066
343077 기사/뉴스 태계일주4, 차마고도 행 18:14 616
343076 기사/뉴스 [단독] 발란, 기업회생 신청 2주 전 쿠폰‧광고 독려…“감쪽같이 속았다” 12 17:51 1,784
343075 기사/뉴스 장병들 격려하는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 26 17:49 1,666
343074 기사/뉴스 “자살이 면죄부로 여겨지는 분위기 지양해야”…장제원 사망에 ‘박원순 사건’ 때 글 공유한 예일의대 교수 19 17:42 2,443
343073 기사/뉴스 윤 탄핵심판 선고일 방청신청 폭주…20석에 수만명 몰려 28 17:42 1,825
343072 기사/뉴스 [단독] 태국에서 '국민 남편'으로 불리는 한국 남성 화제…직접 인터뷰 해보았습니다 (영상) 19 17:40 5,005
343071 기사/뉴스 [단독] (최초공개) 계엄군, 물리력 행사...무릎 꿇리고 케이블타이 '포박' 484 17:29 35,125
343070 기사/뉴스 ‘드디어 올게 왔다’…尹 탄핵 선고일 지정에 ‘소년공 이재명’ 옛 일터 주가 ‘상한가’ 18 17:26 1,813
343069 기사/뉴스 [단독] 오는 4일, 윤 대통령 탄핵 선고..."평결 완료" 36 17:23 3,378
343068 기사/뉴스 [속보]조사받던 20대 성범죄 피의자, 관악서에서 투신해 숨져 401 17:19 27,003
343067 기사/뉴스 일반인 방청도 허용한다? "이건 헌재의 자신감" 17 17:19 3,064
343066 기사/뉴스 KFA 심판위원회 부위원장 “이정효 감독 퇴장 문제없다. 심판 성향 파악해 전술짜는 것도 능력” 19 17:16 750
343065 기사/뉴스 헌재 尹선고방식…전원일치면 '이유'·나뉘면 '주문' 먼저 관례 9 17:15 1,392
343064 기사/뉴스 故 장제원 전 의원 빈소 부산 해운대백병원 마련…내일부터 조문 18 17:15 1,292
343063 기사/뉴스 국민의힘, 韓대행에 헌법재판관 경호 강화 등 요청 30 17:11 1,560
343062 기사/뉴스 새로운 파라오의 묘가 발굴됨 27 17:08 5,376
343061 기사/뉴스 전자장치 보호관찰 대상 40대 남성 숨진 채 발견 403 17:06 29,408
343060 기사/뉴스 김수현 기자회견은 ‘스불재’였다[스경연예연구소] 28 16:58 3,486
343059 기사/뉴스 ‘적막한’ 빈소→NC만 밖에서 ‘안절부절’…창원시-관리공단은 어디 있나 [SS포커스] 50 16:57 3,15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