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기사/뉴스 어른들이 옳았고 나는 틀렸다 / 시사인
5,983 18
2025.01.11 21:47
5,983 18

https://www.sisain.co.kr/news/articleView.html?idxno=54712

 

10년 전 입사 면접에서 거짓말을 했다. ‘세계관이 완전히 뒤바뀐 적 있느냐’는 질문을 받았다. ‘지병을 앓고 생각이 넓어졌다’고 말했는데 사실이 아니었다. 병은 사실이지만 그 때문에 세계관이 바뀌진 않았다. 천성이 고집스러워 그렇다고 여겼는데, 사실 경험 부족이 원인이었다. 2024년 12월3일 계엄을 겪으며 생각이 완전히 바뀌었다.

기자로 일하며 만난 취재원 가운데에는 1970~1980년대에 대학을 나온 ‘어른’들이 적지 않다. 단순히 한 주 기사를 채우는 데 필요한 정보가 아니라, 각 분야 전문가로서 남다른 지성과 통찰을 보여주는 이들이 많다. 그러나 이 세대에 속하는 취재원 중 적지 않은 이들이 공유하는 듯한 어떤 전제에는 좀처럼 동의할 수 없었다. “저쪽(보수세력)은 수틀리면 무슨 짓을 할지 모르는 인간들”이라는, 적개심과 약간의 공포가 뒤섞인 감정이었다. 나는 이걸 일종의 트라우마라고 해석했다. 북한에 대한 공포, 일제에 대한 적개심을 가진 세대처럼 군사정권의 후신을 극히 경계하는 세대도 이해는 갔다. 그러나 ‘사실’은 그와 거리가 있다고 나는 생각했다.

이제 와서 보니 ‘설마 그럴 리 없다’는 내 생각이 편견이었다. 2024년 12월3일 밤 “반국가 세력을 일거에 척결”하겠다며 눈이 돌아간 대통령과 국회에 투입된 계엄군, 불이 난 휴대전화 메신저를 보면서 생각이 완전히 바뀌었다. ‘그들은 항상 옳았고 나는 완전히 틀렸다’는 감각에 머리가 얼얼했다. 50~60대 이상으로 보이는 시민들은 그날 밤 국회 앞에서도 계엄군을 저지하고 있었다. ‘언젠가 이럴 줄 알았다’는 듯한 기색으로 보였다. 절대 겪지 않을 줄 알았던 사건 앞에 멍해 있던 나와 대조적이었다.

 

한편으로 윤석열이 고맙다. 과거 한 취재원이 했던, “차곡차곡 쌓이는 앎도 있지만 알던 사실이 무너져내리는 앎도 있다”라는 말이 떠오른다. 2024년 대한민국에서는 권력자가 폭주할 수 없을 거라는 생각을 무너뜨려주었다. 보수적인 여당일지라도 헌정의 근원적 위기 앞에서는 정권 재창출보다 헌법 방어를 우선시할 것이라는 믿음을 깨뜨려주었다. 꾸준히 이 사실을 경고해온 사람들이야말로 진정 통찰력 있었다는 사실을 국민 대다수가 알게 됐다.

각자 직업도 정치색도 극과 극으로 다른 대학 동기들이 저마다 가족과 함께 탄핵 집회에 나갔다. 집회에 나가지 않는 이들과도 오랜만에 메신저로 긴 대화를 나누었다. 이 체험은 우리 중 많은 이들에게 어떤 세계관을 심어줄 것이다. 아래 세대에게는 집단적 ‘편견’으로 비칠 수도 있다. 그 편견이 우리 공동체를 다시 구해낼 날이 올지도 모른다.

 
이상원 기자 

 

 

 

케톸에서 보고 좋은 기사 같아서 공유함

 

 

 

목록 스크랩 (6)
댓글 18
댓글 더 보기
새 댓글 확인하기

번호 카테고리 제목 날짜 조회
이벤트 공지 [🎬영화이벤트]강하늘X유해진X박해준 영화 <야당> 최초 무대인사 시사회 초대 이벤트 189 03.28 25,712
공지 [공지] 언금 공지 해제 24.12.06 1,485,756
공지 📢📢【매우중요】 비밀번호❗❗❗❗ 변경❗❗❗ 권장 (현재 팝업 알림중) 24.04.09 6,081,196
공지 공지가 길다면 한번씩 눌러서 읽어주시면 됩니다. 23.11.01 9,381,138
공지 ◤더쿠 이용 규칙◢ [스퀘어 정치글 금지관련 공지 상단 내용 확인] 20.04.29 28,391,887
공지 정보 더쿠 모바일에서 유튜브 링크 올릴때 주의할 점 766 21.08.23 6,519,375
공지 정보 나는 더쿠에서 움짤을 한 번이라도 올려본 적이 있다 🙋‍♀️ 242 20.09.29 5,480,232
공지 팁/유용/추천 더쿠에 쉽게 동영상을 올려보자 ! 3487 20.05.17 6,164,886
공지 팁/유용/추천 슬기로운 더쿠생활 : 더쿠 이용팁 3998 20.04.30 6,496,102
공지 팁/유용/추천 ◤스퀘어 공지◢ [9. 스퀘어 저격판 사용 금지(무통보 차단임)] 1236 18.08.31 11,488,400
모든 공지 확인하기()
342532 기사/뉴스 유정복 인천시장 ‘전국 시·도 대표’ 산불 피해 주민 위로 10 16:33 185
342531 기사/뉴스 중앙일보 : 대통령 탄핵 심판, 헌재가 이제 결단할 때다 11 16:30 800
342530 기사/뉴스 영덕 사료 2톤 도난 사건의 전말 20 16:28 1,792
342529 기사/뉴스 정부 ‘산불 추경’ 제안에…민주 “만시지탄, 유의미한 효과 낼지 의문” 12 15:58 685
342528 기사/뉴스 [단독] ‘꽈추형’ 홍성우, 갑질의혹 거짓이었나···경찰 “회유로 작성된 허위” 20 15:53 3,667
342527 기사/뉴스 ‘독수리 5형제를 부탁해!’ 안재욱 어깨에 기댄 엄지원 15:52 741
342526 기사/뉴스 정부 '10조 필수추경' 추진…崔 "산불, 통상·AI, 민생 집중"(종합) 17 15:48 640
342525 기사/뉴스 '의성산불' 실화혐의자 입건, 혐의는 부인…합동감식한다(종합) 4 15:45 817
342524 기사/뉴스 [단독] ‘5억 뇌물 수수 혐의’ 이화영 국민참여재판 신청...대법서 기각 7 15:32 1,835
342523 기사/뉴스 [속보] 최상목 "산불로 역대 최대 피해…10조 필수추경 추진" 402 15:28 16,077
342522 기사/뉴스 개 700마리 가두고 '홀로 대피한' 주인 나타나 한 말 29 15:28 4,201
342521 기사/뉴스 한덕수, 상법 개정안 거부권 가닥… 거부권시 野 탄핵 공세 거셀듯 22 15:27 1,099
342520 기사/뉴스 "여자 하체 싱싱한 20대 후반에 출산해라"…여고 남교사 발언 '공분' 21 15:26 1,498
342519 기사/뉴스 한덕수 ‘모레까지 마은혁 임명’ 野 고강도 압박에 ‘침묵’ 24 15:24 1,074
342518 기사/뉴스 ‘같이 살자’…산불대피 중 처음 본 이웃 구조한 父子 4 15:24 1,539
342517 기사/뉴스 '약사·한의사도 달려가'…산불 현장 몰린 자원봉사자들 [아살세] 5 15:16 947
342516 기사/뉴스 철수하는 소방대원 배웅하는 의용소방대 27 15:09 3,730
342515 기사/뉴스 정부, 10조 원 규모 추경 추진…산불·통상·민생 문제 집중 10 15:06 995
342514 기사/뉴스 암컷 퓨마를 데려왔는데...데려온지 19일만에 출산 9 15:04 5,357
342513 기사/뉴스 불탄 집에 돌아온 개에게…"여기 있으면 죽어, 가거라" 17 15:02 4,49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