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소방본부 소속 상담사 A씨는 사고 수습기간 긴급구조 통제단원으로 무안공항과 사고현장에 머무르며 현장 수습과 PTSD(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Post-traumatic stress disorder)를 호소하는 소방관들의 상담을 주로 진행했다.
A씨는 현장에서 만난 소방대원들의 얼굴을 잊을 수 없다고 설명했다. 이들 중 상당수가 PTSD에 시달리고 있다는 것이 A씨의 추정이다.
A씨는 “화재 진화 직후 투입된 구조·구급대원들은 급박하게 돌아가는 현장에서 현실감각을 잃은 듯해 보였다”고 회상했다.
소방대원들의 초점 없는 눈과 기계적으로 움직이는 모습은 눈앞에 펼쳐진 참혹한 현실에 짓눌린 모습처럼 보였다는 것이다.
A씨 역시 인력 충원을 위해 갈대밭을 살피는 작업에 참여했다. 현장에서 어린이의 유품을 발견했을 때의 안타까움은 잊지 못한다.
A씨는 “그날 이후 나에게도 이런 일이 생길 수 있다는 불안감과 함께 수습 당시의 상황이 자꾸 떠올라 일상 생활에 지장이 있다”고 설명했다.
상담 결과, 소방관들은 비행장 한복판에서 불어오는 매서운 바람과 맞서는 것도 힘겨웠지만, 가장 버티기 힘들었던 것은 참혹한 현장이었다.
이들은 갈대밭을 샅샅이 살피며 희생자들 훼손된 시신과 유류품을 수습해야 했기 때문이다.
이날 소방관들이 두 눈으로 바라본 현장의 참혹함과 냄새, 분위기는 잊을 수 없는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가 됐다고 한다. A씨는 “평소에도 구조·구급대원들은 다른 직군에 비해 참혹한 환경에 노출돼 있지만 이렇게 많은 사상자가 발생했던 적은 처음이라, 짧은 기간에 너무 많은 주검을 목격해 충격은 더욱 컸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사고 현장과 가까워 즉각 투입됐던 무안·함평·영광·목포·영암 등의 소방대원들과 전남소방본부 구급·구조대원들은 PTSD의 정도가 더욱 심했다.
희생자들의 훼손된 시신을 수습했던 소방대원들은 현장에서 복귀하고 나서도 들것(간이침대)만 봐도 당시 상황이 떠오른다며 힘들어 했다. 불면증 때문에 일상 생활에도 집중하지 못했다.
자신의 의지와 상관없이 사고 현장을 떠올리며 악몽을 꾸거나 참사가 다시 발생한 것처럼 느끼는 ‘침습적 사고’도 동반됐다. 소방관 각자의 성격과 성별, 연차 등에 따라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상담 내내 눈물을 보이거나 멍한 모습을 보이기도 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대원들은 심리상담에서 “이렇게 괴로운데 정말 나아질 수 있을까요?”라는 말을 공통적으로 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현재의 고통에서 벗어날 수 있다는 확신을 받고 싶어 하는 것이다.
PTSD를 호소하면서도 소방대원들은 “다시 그때로 돌아간다고 해도 피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한다.
A씨는 “소방대원들은 상담받는 내내 힘들어하면서도 유가족들에게 조금이나마 도움이 됐다면 그 일을 다시 하겠다고 다짐했다”며 “본인이 (현장에) 가지 않으면 다른 동료들의 몫이 된다는 것을 알기 때문이기도 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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