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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美대사 “대통령이 어떻게 이런 일을… 계엄 직후 심각한 우려”[데스크가 만난 사람]

무명의 더쿠 | 01:20 | 조회 수 4311

필립 골드버그 前 주한 미국대사 단독 인터뷰

 

필립 골드버그 전 주한 미국대사가 퇴임 하루 전인 5일 서울 중구 미 대사관저인 ‘하비브 하우스’에서 동아일보와 단독 인터뷰를 하고 있다. 12·3 불법계엄 상황 초기 ‘심각한 우려’를 표시했던 그는 “한국이 민주적

 

이정은 부국장 lightee@donga.com

 

필립 골드버그 전 주한 미국대사(사진)는 불법 계엄이 선포됐던 지난해 12월 3일 밤 “(윤석열) 대통령이 어떻게 이런 일을 벌일 수 있는지에 대한 추가 설명을 대통령실 인사에게 요구했다”고 밝혔다. “계엄에 대해 심각한 우려(grave concern)를 표명했고 그것이 한국의 평판을 크게 훼손할 것이라고 말했다”고 덧붙였다.

 

골드버그 전 대사는 퇴임을 하루 앞둔 5일 현직 신분으로는 마지막으로 진행한 동아일보와의 단독 인터뷰에서 “정치 활동을 금지하고 언론을 통제하는 내용의, 내가 들은 계엄 포고령 내용에 반대했다”며 이렇게 말했다. 한국 측과의 접촉에 어려움을 겪다 가까스로 연결된 대통령실 인사와의 통화였다.

 

그는 “미국인들에게 상황을 경고하고, 미국 워싱턴에서 신속하게 성명을 발표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계엄 상황을 파악하는 게 우리가 가장 먼저 한 일이었다”며 밤을 새워 한국 측과의 접촉을 시도하고 본국과 교신했던 당시의 긴박한 대응 과정을 설명했다.

 

 

 

―한국의 계엄 사태는 70년 넘게 동맹을 유지해 온 미국으로서도 예상치 못한 혼란이었을 것 같다. 정치적 후폭풍도 거세지고 있는데….

“슬픈 사건이고 슬픈 시기이다. 그러나 국회의원들이 매우 신속하고 초당적인 (계엄 해제) 조치를 취했고, 두 번째 표결에서 윤석열 대통령 탄핵안을 통과시켰다. 한국의 민주주의와 헌법이 작동하고 있다는 의미다. 물론 혼란이 발생했고 정치적 분열이 존재한다. 민주적이고, 헌법적이며, 평화로운 방식으로 풀어내야 할 과제들이다. 그 과정에서 부침을 겪겠지만 이 모든 상황이 종료됐을 때 내가 언급한 이 원칙들은 지켜져 있을 것이라고 본다.”

 

 

―미국대사로서 겪은 ‘계엄의 밤’은 어떤 것이었나.

“외교부의 누군가가 자고 있던 나에게 전화를 걸어 계엄 관련 성명서(statement)를 읽어줬다. 나는 이의를 제기했고, 반대를 표명했다. 이어서 대통령실의 누군가와 통화했는데 그는 계엄과 관련해 아는 게 없어 보였다. 나는 심대한 우려를 표시했고, 대통령이 어떻게 이런 일을 벌일 수 있는지에 대한 추가 설명을 요구했다. 계엄이 한국의 명성을 크게 훼손할 것이라고 말했다.”

‘통화 중 고함을 질렀냐’는 질문에 답변이 끊겼다. 10초 넘게 침묵하던 골드버그 대사가 “조금 그랬다”며 무겁게 고개를 끄덕였을 때 그의 표정은 단호해져 있었다. 주한 미국대사관은 계엄 다음 날 곧바로 영문 웹사이트 메인 화면에 적색 경보(Alert)를 띄웠다. 같은 날 워싱턴에서는 “한국이 심각하게 오판했다”는 커트 캠벨 국무부 부장관의 비판이 나왔다. 동맹국을 상대로 이례적으로 강경한 조치였다.

 

-----

 

―올해 한국에서 다시 대선이 치러져 민주당으로 정권이 바뀌면 한미 관계나 한미일 협력에도 영향이 있을 것이라는 우려가 미국 일각에서도 나오는데….

“한국인의 70∼80%가 미국에 우호적이라는 여론조사 결과가 있다. 안보는 물론 인공지능(AI)을 비롯한 기술과 비즈니스 등으로 확장해가는 이 강력한 동맹을 지켜나가는 것은 미국과 한국의 이익에 부합한다. 양국의 동맹은 한국 민주당을 포함해 양국의 엄청난 초당적 지지를 받고 있다. 몇 주 전에 민주당 대표를 만났을 때 그는 한미일 3자 협력 및 일본과의 양자 협력 관계를 지지한다고 했다. 정권이 바뀌면 나라가 무너질 것이라는 식의 인식을 가질 필요는 없다고 생각한다.”

 


―동맹이 소중하다지만, 거리 시위에 성조기가 나부끼는 게 이상해 보이지는 않았나.

“완전히 이해되는 건 아니다. 다만 시위에 참여한 보수 지지자들의 상당수는 나이가 있는 분들이다. 그들은 전쟁을 겪은 세대이거나, 전쟁을 겪은 이들의 자녀일 것이다. 이것과 상관이 있는 게 아닌가 싶다.”

 

 

 

필립 골드버그 전 주한 미국대사(69)


△2006∼2008년 주볼리비아 대사
△2009∼2010년 유엔 대북제재 조정관
△2010∼2013년 미 국무부 정보조사국 차관보
△2013∼2016년 주필리핀 대사
△2018년 주쿠바 대사대리
△2019년 8월 주콜롬비아 대사
△2022년 7월∼2025년 1월 주한 미국대사

 

 

https://n.news.naver.com/mnews/article/020/0003608840?sid=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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