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 탄핵소추서에서 ‘내란죄’란 표현을 빼느냐 마느냐는 탄핵심판의 본질과 직결되지 않은 기술적인 문제다. 탄핵심판은 형법상 특정 죄목의 성립 여부가 아니라 그 대상 행위의 위헌·위법성과 위중한 정도를 따져 파면 여부를 결정하는 절차다. 따라서 이번 사건의 경우 비상계엄 행위에 대해 ‘그것이 내란죄에 해당한다’는 설명은 소추서에 넣을 수도 있고 뺄 수도 있다. 더불어민주당 주도의 국회 탄핵소추단이 이런 점을 들어 소추서에 38차례 언급된 ‘내란’을 빼려 하자 국민의힘이 “탄핵안 재의결”까지 주장하며 반발하고 나섰다. 헌법재판 절차상 가능한 일임에도 이렇게 논란이 불거진 것은 민주당의 의도가 매우 정치적이기 때문이다.
소추서의 내란죄를 삭제하면 탄핵심판 변론에서 그 범죄의 성립을 둘러싼 다툼이 상당부분 생략될 수 있고, 이는 소추단 입장에서 비상계엄 행위의 위헌·위법성이 파면할 만큼 위중한지 판단할 정황 증거 제시의 기회가 줄어드는 상황이 된다. 그럼에도 그리하는 배경은 쟁점을 최대한 단순화해 탄핵심판을 일찍 끝내려는 것이다. 이재명 민주당 대표의 재판보다 윤 대통령 탄핵 절차를 먼저 마쳐 조기 대선을 치르겠다는 의도를 노골적으로 담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 탄핵 당시 ‘뇌물죄’ 부분을 빼고 쟁점을 정리한 전례가 있는데도, 이런 정치적 목적 때문에 민주당의 내란죄 삭제는 탄핵심판의 기술적 접근법을 넘어 본질적 취지에 흙탕물을 튀기는 꼴이 됐다.
무엇보다 탄핵심판 결과에 대한 불복의 빌미를 제공할 여지가 있어 우려스럽다. 민주당이 탄핵소추 키워드로 사용한 ‘내란죄’가 심판 과정에서 사라지는 것을 탄핵의 공정성과 연결 짓는 움직임이 벌써 나타나고 있다. 망가진 정치를 바로잡는 탄핵심판마저 정치가 망가뜨리는 일은 없어야 할 것이다. 결과에 영향을 주려는 모든 정치 행태를 중단하고, 엄중한 절차를 온전히 헌법재판소에 맡겨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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