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기사/뉴스 행시 출신 30대 공무원, 4급 승진하자마자 사표 낸 이유 [인터뷰]
10,737 42
2025.01.05 23:06
10,737 42

노한동 문체부 전 서기관
'나라를 위해 일한다는 거짓말' 출간
공직사회의 무능과 무기력 짚어
"적극 행정 대신 '면피의 세계'로"

 


'서울대 졸업-재학 중 행정고시 합격-문화체육관광부 사무관 배치-10년 만에 서기관 승진.'

 

노한동(37) 문체부 전 서기관의 이력이다. 엘리트 관료 코스를 밟던 그는 서기관으로 승진하자마자 퇴직했다. 대통령실 파견 소식을 들은 뒤였다. 중앙부처의 과장 보직과 대통령실 근무라는 빛나는 경력을 목전에 두고, 그는 왜 공직사회를 박차고 나왔을까. 노 전 서기관이 2023년 12월, 퇴직하고 1년간 쓴 책 '나라를 위해 일한다는 거짓말'은 이 선택에 대한 답변이다.

 

책에는 '가짜 노동'이 판치는 공직 사회의 민낯이 펼쳐진다. 이를테면 문제 해결은 뒷전이고 깔끔한 문서 작성에 방점을 두는 '보고서 쓰기'나 실무자가 장·차관의 업무 평가 요소인 '현장 행보'를 위해 1년 내내 잘 짜인 극본 같은 현장 간담회를 만들어내는 일들이다. 3일 한국일보와 전화로 만난 노 전 서기관은 "공직 사회의 무능과 무기력은 개인의 무사안일주의나 철밥통 때문이 아니라 중요하지 않은 일에 행정력을 쏟아붓고, 헛된 일에 시달리는 데서 비롯된 게 본질"이라며 "똑똑한 사람들이 모여 만드는 지옥도를 보여주고 싶었다"고 말했다.

 

2019년 '호날두 노쇼' 사건으로 그가 치른 곤혹은 한 편의 블랙코미디 같다. 문제가 된 친선 경기는 '더 페스타'라는 소규모 에이전시가 주최한, 정부가 관여할 이유나 권한이 없는 민간 계약이었다. 심지어 계약서엔 호날두가 45분 미만으로 출전할 때를 대비한 위약금 조항이 있었다. 계약 당사자 간에 위약금으로 책임지면 될 일이었다. 그러나 성난 여론에 편승한 다수의 의원실은 문체부에 당장 '지난 10년간 K리그 친선 경기에 관한 자료 일체'와 같은 광범위하고 무성의한 자료 요구를 쏟아냈다. 수시로 전화해 '정부가 K리그의 책임을 확인하기 위한 감사를 당장 시작해야 한다'며 호통을 치는 비서관도 있었다. 그는 "두 달 동안 아무 일도 못 했다"며 "공무원이 이런 이슈까지 대응해야 하는지 자괴감에 빠졌던 사건"이라고 회상했다.

 

공직 사회는 적극 행정은커녕 언제부턴가 '면피의 세계'가 됐다. 정권이 바뀔 때마다, 공무원의 권한에 비해 과도한 책임을 묻는 일들이 늘면서다. 요즘 사무관들은 국·과장이 보고서를 수정하면 '과수원(과장이 수정을 한 번 지시)' '국수원(국장이 수정을 한 번 지시)' 등을 파일명에 추가한다. 업무 수첩에 누가 어떤 지시를 했는지 빼곡히 적는 것은 물론, 휴대폰으로 회의를 몰래 녹음하는 일도 서슴지 않는다. 책임 소재를 분명히 가리기 위해서다. 노 전 서기관은 "관료 시스템이 지금 아래에서부터 무너지고 있다"며 "사무관들이 다 그로기(groggy) 상태고, 못 견디고 많이 그만둔다"고 말했다.

 

작심하고 공직 사회를 비판한 이 책은 냉소에서 끝나지 않는다. 110만 명의 공무원이 연간 600조 원의 예산을 굴리는 행정의 힘을 회복할 방법을 고민한다. 

 

-생략

 

https://n.news.naver.com/mnews/article/469/0000842350

목록 스크랩 (1)
댓글 42
댓글 더 보기
새 댓글 확인하기

번호 카테고리 제목 날짜 조회
이벤트 공지 [디어달리아] 볼에 한 겹, 필터를 씌워주는 블러 블러쉬 체험해보시지 않을래요..? 🌸 468 00:06 15,866
공지 [공지] 언금 공지 해제 24.12.06 1,510,313
공지 📢📢【매우중요】 비밀번호❗❗❗❗ 변경❗❗❗ 권장 (현재 팝업 알림중) 24.04.09 6,118,600
공지 공지가 길다면 한번씩 눌러서 읽어주시면 됩니다. 23.11.01 9,404,654
공지 ◤더쿠 이용 규칙◢ [스퀘어 정치글 금지관련 공지 상단 내용 확인] 20.04.29 28,435,884
공지 정보 더쿠 모바일에서 유튜브 링크 올릴때 주의할 점 766 21.08.23 6,546,460
공지 정보 나는 더쿠에서 움짤을 한 번이라도 올려본 적이 있다 🙋‍♀️ 242 20.09.29 5,496,884
공지 팁/유용/추천 더쿠에 쉽게 동영상을 올려보자 ! 3488 20.05.17 6,196,490
공지 팁/유용/추천 슬기로운 더쿠생활 : 더쿠 이용팁 3998 20.04.30 6,519,719
공지 팁/유용/추천 ◤스퀘어 공지◢ [9. 스퀘어 저격판 사용 금지(무통보 차단임)] 1236 18.08.31 11,524,060
모든 공지 확인하기()
343059 기사/뉴스 "방심할 수 없다" 선고일 나오자 거리로 나온 시민들 …'전원일치 파면' 촉구 20:32 319
343058 기사/뉴스 "재판관 공격 발생할 수도"…탄핵 반대 김용원 인권위 상임위원의 '황당 논리' 8 20:29 343
343057 기사/뉴스 “5만원 2만장은 어디에”...수협 여직원 빼돌린 10억 왜 못찾나 4 20:26 1,273
343056 기사/뉴스 "국민들에게 공격 가한 사실 없다"‥거짓말이었나? 3 20:25 699
343055 기사/뉴스 집회 참가자가 무단침입까지…헌재 인근 초등학교 집중 순찰 3 20:22 655
343054 기사/뉴스 계엄군, 취재기자 포박 시도‥영상 봤더니 사용한 물건이‥ 5 20:21 783
343053 기사/뉴스 고 김새론의 친구들이 성명서 작성 중이라고 함 64 20:20 9,433
343052 기사/뉴스 윤 대통령 파면 시 60일 이내 조기대선‥6월 3일 전망 20:17 474
343051 기사/뉴스 계엄부터 탄핵 선고까지‥122일 만에 결론 2 20:09 267
343050 기사/뉴스 [단독] '피의자' 김현태 해외 파병 추천서 보니…"탁월한 전문성" 10 20:09 1,180
343049 기사/뉴스 의혹 일파만파 "채용 보류"‥코너 몰린 외교부 결국 8 20:06 1,275
343048 기사/뉴스 산불 피해 지역에 ‘고향사랑기부’ 마음 모였다 1 20:06 447
343047 기사/뉴스 무한도전 20주년 마라톤 대회‥"팬과 함께 달린다" 7 20:00 1,055
343046 기사/뉴스 방청석 20석에 8만 명 몰려‥생중계도 허용 3 19:57 1,439
343045 기사/뉴스 국민의힘, 윤 대통령 선고 앞두고 비상대기령‥한 총리에 '헌재 경호강화' 요청 5 19:56 615
343044 기사/뉴스 고려대 교수·연구진, 윤 대통령 파면 촉구‥"헌법 위반은 국민 상식" 7 19:50 561
343043 기사/뉴스 '이혼보험' 이다희, 등장부터 대체불가 존재감 7 19:43 2,255
343042 기사/뉴스 "겁나 험한 게" 영화인 분노‥박해일도 참여 "尹 파면!" 5 19:40 2,459
343041 기사/뉴스 "폭싹 줄였네?" 제주감귤 초콜릿 가격 올리고 용량은 감소 2 19:38 1,054
343040 기사/뉴스 “안동시민들 힘내세요”...이스라엘 ‘모래도시’서 보내온 온정 12 19:37 1,98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