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기사/뉴스 행시 출신 30대 공무원, 4급 승진하자마자 사표 낸 이유 [인터뷰]
8,114 42
2025.01.05 23:06
8,114 42

노한동 문체부 전 서기관
'나라를 위해 일한다는 거짓말' 출간
공직사회의 무능과 무기력 짚어
"적극 행정 대신 '면피의 세계'로"

 


'서울대 졸업-재학 중 행정고시 합격-문화체육관광부 사무관 배치-10년 만에 서기관 승진.'

 

노한동(37) 문체부 전 서기관의 이력이다. 엘리트 관료 코스를 밟던 그는 서기관으로 승진하자마자 퇴직했다. 대통령실 파견 소식을 들은 뒤였다. 중앙부처의 과장 보직과 대통령실 근무라는 빛나는 경력을 목전에 두고, 그는 왜 공직사회를 박차고 나왔을까. 노 전 서기관이 2023년 12월, 퇴직하고 1년간 쓴 책 '나라를 위해 일한다는 거짓말'은 이 선택에 대한 답변이다.

 

책에는 '가짜 노동'이 판치는 공직 사회의 민낯이 펼쳐진다. 이를테면 문제 해결은 뒷전이고 깔끔한 문서 작성에 방점을 두는 '보고서 쓰기'나 실무자가 장·차관의 업무 평가 요소인 '현장 행보'를 위해 1년 내내 잘 짜인 극본 같은 현장 간담회를 만들어내는 일들이다. 3일 한국일보와 전화로 만난 노 전 서기관은 "공직 사회의 무능과 무기력은 개인의 무사안일주의나 철밥통 때문이 아니라 중요하지 않은 일에 행정력을 쏟아붓고, 헛된 일에 시달리는 데서 비롯된 게 본질"이라며 "똑똑한 사람들이 모여 만드는 지옥도를 보여주고 싶었다"고 말했다.

 

2019년 '호날두 노쇼' 사건으로 그가 치른 곤혹은 한 편의 블랙코미디 같다. 문제가 된 친선 경기는 '더 페스타'라는 소규모 에이전시가 주최한, 정부가 관여할 이유나 권한이 없는 민간 계약이었다. 심지어 계약서엔 호날두가 45분 미만으로 출전할 때를 대비한 위약금 조항이 있었다. 계약 당사자 간에 위약금으로 책임지면 될 일이었다. 그러나 성난 여론에 편승한 다수의 의원실은 문체부에 당장 '지난 10년간 K리그 친선 경기에 관한 자료 일체'와 같은 광범위하고 무성의한 자료 요구를 쏟아냈다. 수시로 전화해 '정부가 K리그의 책임을 확인하기 위한 감사를 당장 시작해야 한다'며 호통을 치는 비서관도 있었다. 그는 "두 달 동안 아무 일도 못 했다"며 "공무원이 이런 이슈까지 대응해야 하는지 자괴감에 빠졌던 사건"이라고 회상했다.

 

공직 사회는 적극 행정은커녕 언제부턴가 '면피의 세계'가 됐다. 정권이 바뀔 때마다, 공무원의 권한에 비해 과도한 책임을 묻는 일들이 늘면서다. 요즘 사무관들은 국·과장이 보고서를 수정하면 '과수원(과장이 수정을 한 번 지시)' '국수원(국장이 수정을 한 번 지시)' 등을 파일명에 추가한다. 업무 수첩에 누가 어떤 지시를 했는지 빼곡히 적는 것은 물론, 휴대폰으로 회의를 몰래 녹음하는 일도 서슴지 않는다. 책임 소재를 분명히 가리기 위해서다. 노 전 서기관은 "관료 시스템이 지금 아래에서부터 무너지고 있다"며 "사무관들이 다 그로기(groggy) 상태고, 못 견디고 많이 그만둔다"고 말했다.

 

작심하고 공직 사회를 비판한 이 책은 냉소에서 끝나지 않는다. 110만 명의 공무원이 연간 600조 원의 예산을 굴리는 행정의 힘을 회복할 방법을 고민한다. 

 

-생략

 

https://n.news.naver.com/mnews/article/469/0000842350

목록 스크랩 (1)
댓글 42
댓글 더 보기
새 댓글 확인하기

번호 카테고리 제목 날짜 조회
이벤트 공지 [💖 아토팜💖] 손상되고 민감해진 피부 고민은 그만!❌ 긴급 진정보호 크림 ✨아토팜 판테놀 크림✨체험 이벤트 425 01.05 32,503
공지 [공지] 언금 공지 해제 24.12.06 443,408
공지 📢📢【매우중요】 비밀번호❗❗❗❗ 변경❗❗❗ 권장 (현재 팝업 알림중) 24.04.09 4,633,301
공지 공지가 길다면 한번씩 눌러서 읽어주시면 됩니다. 23.11.01 8,230,883
공지 ◤더쿠 이용 규칙◢ [스퀘어/핫게 중계 공지 주의] 20.04.29 26,758,348
공지 정보 더쿠 모바일에서 유튜브 링크 올릴때 주의할 점 761 21.08.23 5,748,125
공지 정보 나는 더쿠에서 움짤을 한 번이라도 올려본 적이 있다 🙋‍♀️ 238 20.09.29 4,728,777
공지 팁/유용/추천 더쿠에 쉽게 동영상을 올려보자 ! 3466 20.05.17 5,311,691
공지 팁/유용/추천 슬기로운 더쿠생활 : 더쿠 이용팁 3989 20.04.30 5,763,643
공지 팁/유용/추천 ◤스퀘어 공지◢ [9. 스퀘어 저격판 사용 금지(무통보 차단임)] 1236 18.08.31 10,592,221
모든 공지 확인하기()
327835 기사/뉴스 성범죄·마약사범, 배민·쿠팡이츠 배달 20년간 못 한다 4 15:26 337
327834 기사/뉴스 [단독] "양심 없네"…제주항공 사고로 돈벌이한 '악덕 장례식장' 9 15:26 1,522
327833 기사/뉴스 '대상' 이찬원, 설특집 '트롯대잔치' 단독 MC…"최정상 트로트 가수 총출동" 15:26 108
327832 기사/뉴스 '운명을 보는 회사원' 드라마화, 피플스토리컴퍼니 라인업 공개 [공식] 1 15:25 351
327831 기사/뉴스 '남태령 대첩' 예산 청년 농민 임선택 "우선 윤석열 퇴진 시키고 농사 지어야죠" 5 15:22 611
327830 기사/뉴스 [단독] 尹대통령, 윤상현 독대서 "사법 시스템의 붕괴" 언급 64 15:22 1,510
327829 기사/뉴스 [단독] 김태효 "비상계엄은 불가피" 주장하자 골드버그 미 대사 "매우 유감" 23 15:18 1,809
327828 기사/뉴스 [속보] 법원, 대한축구협회 회장 선거 금지 가처분 인용 123 15:17 6,119
327827 기사/뉴스 [속보] 대통령실 "민주당 김태효 1차장 계엄 불가피 발언 주장...명백한 허위” 23 15:16 1,820
327826 기사/뉴스 101번째 몰카범 잡던 유튜버 '수익 정지' 왜? 19 15:15 1,990
327825 기사/뉴스 "개 오줌, 경비원이 치워야" 논란…경고 안내문에 '발끈' 28 15:11 1,926
327824 기사/뉴스 '인천 초등생 학대' 계모, 징역 17년→30년 형량 늘어 15 15:09 1,067
327823 기사/뉴스 얼굴 뼈 부러져 '전치 8주'.. 편의점 직원 폭행한 40대 검거 10 15:08 596
327822 기사/뉴스 1년 용돈 모아 파출소 앞에 치킨 두고 간 초1…“저 모범생 됐어요” 24 15:06 1,742
327821 기사/뉴스 짬뽕 먹던 남성 "머리카락 나왔다!"...알고 보니 '본인 머리카락' 20 15:04 2,558
327820 기사/뉴스 “영웅이 이렇게 떠나다니”...설악산서 인명구조 중 순직 故 이영도 대원 영결식 19 15:03 1,076
327819 기사/뉴스 스스로 손가락 4개 자른 남성⋯"회사 그만두고 싶은데 말을 못 하겠어서" 34 15:01 4,517
327818 기사/뉴스 (속보)마을이 통째로 사라져…53명 사망한 中티베트 지진 현장 상황[포착] 10 15:00 2,904
327817 기사/뉴스 <속보> 박종준 경호처장 경찰 불출석‥10일 '3차 소환' 통보 16 14:57 1,046
327816 기사/뉴스 검찰 '구미 스토킹 살인' 서동하 사형 구형…"잔혹 범행" 18 14:56 1,7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