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기사/뉴스 행시 출신 30대 공무원, 4급 승진하자마자 사표 낸 이유 [인터뷰]
11,253 42
2025.01.05 23:06
11,253 42

노한동 문체부 전 서기관
'나라를 위해 일한다는 거짓말' 출간
공직사회의 무능과 무기력 짚어
"적극 행정 대신 '면피의 세계'로"

 


'서울대 졸업-재학 중 행정고시 합격-문화체육관광부 사무관 배치-10년 만에 서기관 승진.'

 

노한동(37) 문체부 전 서기관의 이력이다. 엘리트 관료 코스를 밟던 그는 서기관으로 승진하자마자 퇴직했다. 대통령실 파견 소식을 들은 뒤였다. 중앙부처의 과장 보직과 대통령실 근무라는 빛나는 경력을 목전에 두고, 그는 왜 공직사회를 박차고 나왔을까. 노 전 서기관이 2023년 12월, 퇴직하고 1년간 쓴 책 '나라를 위해 일한다는 거짓말'은 이 선택에 대한 답변이다.

 

책에는 '가짜 노동'이 판치는 공직 사회의 민낯이 펼쳐진다. 이를테면 문제 해결은 뒷전이고 깔끔한 문서 작성에 방점을 두는 '보고서 쓰기'나 실무자가 장·차관의 업무 평가 요소인 '현장 행보'를 위해 1년 내내 잘 짜인 극본 같은 현장 간담회를 만들어내는 일들이다. 3일 한국일보와 전화로 만난 노 전 서기관은 "공직 사회의 무능과 무기력은 개인의 무사안일주의나 철밥통 때문이 아니라 중요하지 않은 일에 행정력을 쏟아붓고, 헛된 일에 시달리는 데서 비롯된 게 본질"이라며 "똑똑한 사람들이 모여 만드는 지옥도를 보여주고 싶었다"고 말했다.

 

2019년 '호날두 노쇼' 사건으로 그가 치른 곤혹은 한 편의 블랙코미디 같다. 문제가 된 친선 경기는 '더 페스타'라는 소규모 에이전시가 주최한, 정부가 관여할 이유나 권한이 없는 민간 계약이었다. 심지어 계약서엔 호날두가 45분 미만으로 출전할 때를 대비한 위약금 조항이 있었다. 계약 당사자 간에 위약금으로 책임지면 될 일이었다. 그러나 성난 여론에 편승한 다수의 의원실은 문체부에 당장 '지난 10년간 K리그 친선 경기에 관한 자료 일체'와 같은 광범위하고 무성의한 자료 요구를 쏟아냈다. 수시로 전화해 '정부가 K리그의 책임을 확인하기 위한 감사를 당장 시작해야 한다'며 호통을 치는 비서관도 있었다. 그는 "두 달 동안 아무 일도 못 했다"며 "공무원이 이런 이슈까지 대응해야 하는지 자괴감에 빠졌던 사건"이라고 회상했다.

 

공직 사회는 적극 행정은커녕 언제부턴가 '면피의 세계'가 됐다. 정권이 바뀔 때마다, 공무원의 권한에 비해 과도한 책임을 묻는 일들이 늘면서다. 요즘 사무관들은 국·과장이 보고서를 수정하면 '과수원(과장이 수정을 한 번 지시)' '국수원(국장이 수정을 한 번 지시)' 등을 파일명에 추가한다. 업무 수첩에 누가 어떤 지시를 했는지 빼곡히 적는 것은 물론, 휴대폰으로 회의를 몰래 녹음하는 일도 서슴지 않는다. 책임 소재를 분명히 가리기 위해서다. 노 전 서기관은 "관료 시스템이 지금 아래에서부터 무너지고 있다"며 "사무관들이 다 그로기(groggy) 상태고, 못 견디고 많이 그만둔다"고 말했다.

 

작심하고 공직 사회를 비판한 이 책은 냉소에서 끝나지 않는다. 110만 명의 공무원이 연간 600조 원의 예산을 굴리는 행정의 힘을 회복할 방법을 고민한다. 

 

-생략

 

https://n.news.naver.com/mnews/article/469/0000842350

목록 스크랩 (1)
댓글 42
댓글 더 보기
새 댓글 확인하기

번호 카테고리 제목 날짜 조회
이벤트 공지 [💙디어스킨 X 더쿠💙] 열 오른 그날, 시원한 휴식을 위한 <디어스킨 에어쿨링 생리대> 체험 이벤트 446 04.16 44,011
공지 [공지] 언금 공지 해제 24.12.06 1,739,623
공지 📢📢【매우중요】 비밀번호❗❗❗❗ 변경❗❗❗ 권장 (현재 팝업 알림중) 24.04.09 6,477,715
공지 공지가 길다면 한번씩 눌러서 읽어주시면 됩니다. 23.11.01 9,621,029
공지 ◤더쿠 이용 규칙◢ [스퀘어 정치글 금지관련 공지 상단 내용 확인] 20.04.29 28,856,511
공지 정보 더쿠 모바일에서 유튜브 링크 올릴때 주의할 점 766 21.08.23 6,709,326
공지 정보 나는 더쿠에서 움짤을 한 번이라도 올려본 적이 있다 🙋‍♀️ 243 20.09.29 5,632,489
공지 팁/유용/추천 더쿠에 쉽게 동영상을 올려보자 ! 3494 20.05.17 6,375,210
공지 팁/유용/추천 슬기로운 더쿠생활 : 더쿠 이용팁 3998 20.04.30 6,683,327
공지 팁/유용/추천 ◤스퀘어 공지◢ [9. 스퀘어 저격판 사용 금지(무통보 차단임)] 1236 18.08.31 11,715,356
모든 공지 확인하기()
347459 기사/뉴스 이스타항공, 승무원 체력시험 도입 훈련 교관 체력 측정 8 17:50 1,228
347458 기사/뉴스 [단독]공군, 훈련 중 기관총 등 추락 조종사 과실 확인…“실수로 버튼 눌러” 11 17:49 1,562
347457 기사/뉴스 10년간 성범죄 의사 1500명...면허취소는 단 1건 11 17:47 524
347456 기사/뉴스 “딸들에겐 해외출장 거짓말” 준강간미수로 구속된 전직 기자 7 17:45 1,589
347455 기사/뉴스 [기자의 시각] 영유아 사교육비 3조원 8 17:40 624
347454 기사/뉴스 백종원 논란에 '연돈' 루머까지…사장 "예전에도 지금도 큰 도움" 해명 3 17:36 1,354
347453 기사/뉴스 [차이나POP]구준엽, 故 서희원 묘지 매일 찾아..母까지 걱정 33 17:35 3,718
347452 기사/뉴스 소년심판 집행의 문제점 [부장판사 출신 김태형 변호사의 '알쏭달쏭 소년심판'] 17:31 450
347451 기사/뉴스 박지훈 "7살 때 '주몽' 출연, '큐'만 하면 바로 울어...'약한영웅'은 내 눈물버튼" 9 17:28 2,222
347450 기사/뉴스 편의점 안에 FC서울 라커룸이?…'팬심' 잡는 스포츠 마케팅 열전 2 17:27 999
347449 기사/뉴스 트럼프, 일본에 무역적자 제로 요구 32 17:23 2,633
347448 기사/뉴스 [속보] 민주 충청경선, 이재명 88.15%·김동연 7.54%·김경수 4.31% 44 17:21 2,379
347447 기사/뉴스 국힘 AI특위 위원장 안철수, 김문수에 "AI 잘 모르시죠?" 14 17:16 1,719
347446 기사/뉴스 "뉴진스가 하더라" 소문나더니…1030 여성들에 '인기 폭발' 53 17:16 5,445
347445 기사/뉴스 [속보] 민주 첫 충청 경선서 이재명 압승…득표율 '88.15%' 302 17:15 15,213
347444 기사/뉴스 전광훈, 대선 출마한다… “이재명 당선시키면 시켰지 국민의힘은” 45 17:13 2,729
347443 기사/뉴스 이철우, 국힘 경선 비전대회 유튜브 조회수 2위…"인지도 커질 것" 3 17:11 584
347442 기사/뉴스 아이유, 염혜란 향한 팬심 고백...“연기 구경하려 기웃거리기도” 8 17:09 2,073
347441 기사/뉴스 전광훈 "대선 출마하겠다…尹 자유통일당으로 모셔올 것" 9 17:09 856
347440 기사/뉴스 <하퍼스바자> 드라마에서 튀어나온 학씨 부인 채서안과 그녀의 충격적인 이상형에 대하여 #비대면인터뷰 1 17:04 1,17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