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이슈 잔인한 세상이다. 세월호참사 유가족의 편에 섰던 목사님이 제주항공 참사로 유가족이 되셨다…
3,441 29
2025.01.02 16:16
3,441 29

“사랑 있는 곳, 정의 있는 곳, 평화 있는 곳, 눈물 있는 곳, 그곳에 주님 계시도다.”

세밑 저녁, 시인이자 화가인 임의진(56) 목사가 페이스북에 올린 글을 보고 기자는 깜짝 놀랐다. 제주항공 참사로 누나 부부와 여동생까지 3명의 가족을 떠나보냈다는 슬픈 소식이었다. “잠시 남쪽 나라로 겨울 휴가를 다녀온다던 사랑하는 손위 누이… 간호사 막내 여동생을 한꺼번에 잃었다.” 임 목사는 처음엔 “비행기 맨 뒷좌석이라 살 줄만 알았다”고 했다. 하지만 이들은 모두 주검으로 돌아왔다. “이 슬픔을 내가 겪지 누가 겪게 할까, 십자가 사건 속에 깃들어 이곳 무안공항에서 ‘유족으로 함께 머무는 시간’이다.”

1일 아침 전남 무안군 무안공항 2층 대합실. 제주항공 참사 유족을 위해 마련된 텐트형 임시 쉼터에서 임 목사를 만났다. ‘44번 텐트방’이었다. 어떤 말부터 해야 할지 몰라 손을 잡았다. 맑은 얼굴에 언뜻 눈물이 비쳤다. 그는 “4 자가 겹쳤다고 (다른 사람들이) 꺼려서 그냥 제가 왔어요”라고 말했다. 그래서 작은 텐트 안을 ‘기도의 집 44’로 이름 붙였다. “아무도 사용하지 않으려는 공항의 44번 쉼터. 며칠간 내 암굴, 기도와 명상의 집. 내가 들어간다니 곁에서들 이상하게 쳐다봤다. 일이 마무리되는 날까지 있으려 한다.”


사회적 참사로 슬퍼하던 유족들을 위로하며 살아온 그는 지금 ‘유족’이 됐다. 전남 강진 ‘남녘교회’에서 10년 동안 담임목사를 했던 그는 광주 대안공간 메이홀 관장을 맡아 5·18 항쟁과 세월호 참사 희생자들과 유족의 슬픔에 공감하는 그림 전시회와 음악회를 자주 열었다. 임 목사는 이날 “세월호 유족들이 찾아와 함께 이야기를 나눴던 게 큰 힘이 됐다”고 말했다. 세월호 참사로 어린 딸을 잃은 10년의 세월을 찍어 ‘바람의 세월’이라는 다큐멘터리를 공동 제작한 문종택씨가 밤새도록 곁을 지켰다.

임 목사는 할아버지와 아버지에 이은 3대째 목사다. 아버지는 전도사를 둘 형편이 안 될 정도로 가난한 교회 목사였다. 아버지는 한겨울 냉기가 도는 목사관에 있는 자녀들에게 따뜻한 코코아를 건넸다. 누나와 여동생은 목사관의 코코아 향기를 함께 기억하곤 했다. “어려서부터, 슈베르트의 ‘죽음과 소녀’를 같이 듣던” 누나와 여동생에게 임 목사는 “미안한 마음”뿐이다. 여느 해와 달리 지난 연말 가족여행 땐 동행하지 않았다. 기독교대한복음교회 총무인 그는 두달 전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NCCK) 회원 목사, 한국천주교주교회의 신부 등과 유럽 순례를 다녀왔기 때문이다.

임 목사는 이날 44번 기도실에서 누이들에게 ‘편지’를 썼다. “제법 온전한 우리 가족 시신을 일찍 거두었으나, 아직도 찾지 못한 이들 있다 하여 이 찬 바닥에 여태 같이하는 중이에요. 발을 동동 구르는 이들 두고 발을 떼기 주저되네요.”

임 목사는 이날 179명 희생자 유족들과 처음으로 참사 현장 가까이에 갔다. 추락한 여객기 흔적 앞에 차려진 새해 차례상 앞에서 그는 눈을 감고 누이들과 함께했던 기억을 떠올렸다. 유가족의 흐느낌에 가슴이 아렸다.


https://x.com/sunnyorcloudy_/status/1874634025681490122?s=46

목록 스크랩 (0)
댓글 29
댓글 더 보기
새 댓글 확인하기

번호 카테고리 제목 날짜 조회
이벤트 공지 [💖 아토팜💖] 손상되고 민감해진 피부 고민은 그만!❌ 긴급 진정보호 크림 ✨아토팜 판테놀 크림✨체험 이벤트 356 01.05 17,053
공지 [공지] 언금 공지 해제 24.12.06 434,593
공지 📢📢【매우중요】 비밀번호❗❗❗❗ 변경❗❗❗ 권장 (현재 팝업 알림중) 24.04.09 4,607,352
공지 공지가 길다면 한번씩 눌러서 읽어주시면 됩니다. 23.11.01 8,216,749
공지 ◤더쿠 이용 규칙◢ [스퀘어/핫게 중계 공지 주의] 20.04.29 26,734,268
공지 정보 더쿠 모바일에서 유튜브 링크 올릴때 주의할 점 761 21.08.23 5,742,239
공지 정보 나는 더쿠에서 움짤을 한 번이라도 올려본 적이 있다 🙋‍♀️ 238 20.09.29 4,724,000
공지 팁/유용/추천 더쿠에 쉽게 동영상을 올려보자 ! 3465 20.05.17 5,306,244
공지 팁/유용/추천 슬기로운 더쿠생활 : 더쿠 이용팁 3989 20.04.30 5,747,943
공지 팁/유용/추천 ◤스퀘어 공지◢ [9. 스퀘어 저격판 사용 금지(무통보 차단임)] 1236 18.08.31 10,574,058
모든 공지 확인하기()
1452551 이슈 응원봉 동지가 될 수없는 이유.jpg 30 09:39 1,853
1452550 이슈 최상목 "대내외 불확실성 타개에 전력"…尹 체포영장 집행에는 침묵 25 09:38 544
1452549 이슈 연예인들이 프로포폴에 중독되는 과정이래.jpg 29 09:36 3,812
1452548 이슈 노무현 “역사는 더디다, 그러나 진보한다” 6 09:36 521
1452547 이슈 2024년 게이들이 뽑은 남자 유명인 인기투표 (의외의 인물이 1위, 손석구 7위) 15 09:35 1,643
1452546 이슈 @선생님 트랜스젠더의 수가 얼마나 많은데 집단 내에서 어떻게 자중을 합니까 28 09:33 1,086
1452545 이슈 500억 대작인데…공효진·이민호 ‘별들에게 물어봐’ 3% 대 시청률 굴욕 25 09:32 1,110
1452544 이슈 니가 트젠들의 여혐 어쩔 수 없다고 생각하는 것처럼 여자들이 트젠혐하는 것도 그냥 포기하면 될일 27 09:30 1,351
1452543 이슈 조권,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 성금 1천만원 기부 8 09:30 458
1452542 이슈 탁현민이 올린 "노무현 AI with 김어준의 만남, 노무현의 당부" 5 09:29 827
1452541 이슈 ‘알쓸범잡’ 박지선 “범죄자들 공통점? 폭력성 아닌 정당화와 거짓말” (2021.07.05. ) 6 09:28 614
1452540 이슈 네이버 현대카드 발급 종료 예정 41 09:28 3,031
1452539 이슈 [여론조사 꽃] 대선 후보 지지자 전 연령에서 이재명이 우세이나 20대 남성만 홍준표 우세 45 09:27 1,505
1452538 이슈 응원봉은 이미 공고히 2030여성의 상징으로 됐단다. 239 09:26 7,178
1452537 이슈 오?! 국힘 나경원의원도 관저에서 찍힘 52 09:24 4,249
1452536 이슈 "아니, 공수처는 자기들은 어제는 폭설이라 못하고, 오늘은 도로 결빙이라 못한다면서, 경찰 보고는 겨우 몇시간 남은 이시점에 야 오늘안에 잡아와 이게 말이 됩니까?" 27 09:21 2,850
1452535 이슈 삼성 vs 애플, 올해 ‘슬림폰’ 경쟁 돌입···가격은 기존 모델 수준 (갤럭시 S25 슬림 vs 아이폰 17 에어) 3 09:14 1,026
1452534 이슈 야는 코가 쵹쵹해서 오래오래 건강하게 살거라고 하심 24 09:11 5,381
1452533 이슈 박지원 페이스북 52 09:11 4,542
1452532 이슈 오늘 윤석열 비호하러간 국짐의원들 목록 +나경원추가 230 09:07 14,94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