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술은 중국이 베껴가고, 인재는 미국이 쓸어갈 판이다. 세계 초강대국 미국마저 “혁신만이 답”“0.1% 인재를 데려오자”며 이민 등 각종 제도를 손보겠다고 나섰다. 트럼프 당선인이 ‘첨단 인재 환영’을 공언하면서, 한국 반도체 인재 유출 우려가 커지고 있다.
빅테크 원하는 H-1B, 트럼프 “훌륭한 프로그램”
28일(현지시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은 뉴욕포스트와 인터뷰에서 “나는 H-1B의 신봉자이고, 훌륭한 프로그램”이라고 말했다. H-1B은 과학·기술·공학·수학 고숙련 전문직 외국인에게 최대 6년 체류를 허가하는 취업 비자다. 최근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 등 친(親) 트럼프 테크 인사들이 H-1B 확대를 주장하다가 공화당 내 이민 반대파들과 충돌했는데, 트럼프 당선인이 H-1B를 직접 옹호한 것이다.
머스크 등이 H-1B 확대를 줄기차게 부르짖는 건, 미국 빅테크 핵심 인력 중 상당수가 H-1B 소지자여서다. 사티야 나델라 마이크로소프트 CEO는 MS 재직 초기에 미국 영주권을 포기하고 다시 H-1B를 받아 아내를 인도에서 미국으로 데려온 일화로 유명하다. 지난해 11월 오픈AI 내홍으로 일리야 수츠케버 등 핵심 인재들이 퇴사하려 하자, 마크 베니오프 세일즈포스 CEO는 곧바로 자신의 트위터에 “(퇴사 때문에) H-1B 비자에 문제가 생기는 분은 우리 회사로 오라”라고 공개 초청하기도 했다.
트럼프 1기의 H-1B 신청 거부율은 어느 때보다도 높았으나, 2기에서는 ‘MAGA(Make America Great Again·미국을 다시 위대하게)를 위한 H-1B 확대’ 가능성도 대두된다. 이는 혁신으로 다시 되돌아가는 미국의 추세와도 맞물린다. 지난 22일 지나 레이몬도 상무부 장관은 한 인터뷰에서 “수출 제재만으로 중국을 막을 수 없고, 중국을 이길 유일한 길은 미국이 더 빠르게 혁신하는 것 뿐”이라고 말했다.
한국은 중국에 기술 유출, 미국에 인재 유출 위기
한국은 반도체 캐시카우(현금창출) D램을 훔쳐간 중국에 ‘소 잃고 외양간 고치기’를 하고 있다. 18나노 D램 공정 정보를 2016년 무단 유출해 중국 창신메모리(CXMT)에 넘긴 혐의로 삼성전자 전직 부장이 재판을 받고 있고, 국회는 지난 27일 반도체 등 국가 핵심기술 유출 시 벌금형 상한을 높이는 법(산업기술보호법 개정안)을 통과시켰다.
미국 메모리 반도체 기업 마이크론이 '당일 채용 확정 가능'을 내세워 국내 대학 취업설명회를 했다. 사진 마이크론
그러나 좋은 조건으로 미래 인재를 데려가는 미국의 ‘정공법’에는 뾰족한 수가 없다. 고대역폭메모리(HBM)를 따라잡으려는 미국 마이크론은 이번달 경북대·건국대·서울시립대·부산대 등 전국 대학에서 ‘당일 채용 확정도 가능하다’며 설명회를 열고, 반도체 인재 입도선매 중이다. “어린 자녀 둔 30~40대 엔지니어가 흔들린다”는 얘기가 업계에서 나온다. 트럼프 시대에 좁아질 줄 알았던 이민의 폭이 반도체 인재에 넓어지는데, 급여와 기업 문화, 양육 환경에서 한국의 경쟁력이 총체적으로 떨어진다는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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