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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좌번호 좀 내주이소”...홍준표 최측근이 여론조사비 대납

무명의 더쿠 | 09:45 | 조회 수 2974

https://naver.me/GCvqcffa


뉴스타파 이명선 봉지욱 기자


뉴스타파는 홍준표 대구시장 최측근으로 알려진 박재기 씨가 명태균 여론조사 비용을 대납한 사실을 확인했다. 박 씨는 홍 시장 스스로도 '측근'이라 밝힌 인물로 경남도시개발공사 사장을 역임했다. 앞서 뉴스타파는 명태균 씨가 대구시장 선거 당시, 총 8차례에 걸쳐 비공표 여론조사를 실시한 사실을 보도했다.(관련 기사 : '홍준표 여론조사' 의뢰한 최측근 "대구시장, 퍼센트 불러주이소")

뉴스타파는 미래한국연구소 여론조사 실무를 맡았던 강혜경 씨의 계좌 내역와 관련 통화 녹음파일을 확보했다. 녹음파일에서 측근 박 씨는 강 씨에게 조사 결과를 미리 묻거나, 조사 비용을 입금할 계좌번호를 알려달라고 말했다. 전화를 끊은 뒤 실제로 측근 박 씨가 여론조사비를 입금했다. 금액은 지금까지 확인된 것만 2건, 총 1,500만 원이다. 

그런데 박 씨는 매번 다른 사람의 이름으로 입금했다. 선거 캠프 차원의 여론조사였다면, 선거 비용으로 지불하면 된다. 그러나 미래한국연구소 계좌가 아닌 강 씨의 개인 계좌에 차명으로 입금했어야만 했던 사정도 파악된다. 불법적으로 유출된 대구시 책임당원 명부가 당시 여론조사 표본으로 활용됐기 때문이다.  

여론조사비 대납은 홍준표 시장의 불법 정치자금 수수 문제로 번질 수 있다. 


(중략)


홍준표, 최근 휴대전화 번호 교체... 증거인멸 논란 불가피

여론조사비를 측근 박 씨가 대신 내주고, 이를 홍 시장이 선거운동에 활용했다면 정치자금법 위반이다. 이에 더해 국민의힘 대구시 책임당원 4만 4천 명의 개인 정보가 명 씨에게 넘어간 사실도 검찰 수사에서 규명돼야 할 부분이다.    

홍준표 시장은 지난 3일 "박재기는 고향 후배로 늘 나를 도와준 측근이지만, 선거 전면에 나서서 직책을 가진 일은 한 번도 없다"면서 "박 씨가 자기 돈을 주고 캠프와 상관없이 여론조사를 의뢰했고, 자신은 해당 여론조사를 보지 못했다"고 주장했다. 측근은 맞지만, 박재기의 단독 행동이란 얘기다.

하지만 뉴스타파는 박 씨를 홍준표 캠프에서 직접 만났다는 인물도 인터뷰했다. 직접 가보지 않으면 알 수 없는 구체적인 사실들이 증언으로 나왔다. 그리고 캠프와 관계 없이 박 씨가 스스로만 알고자 명태균에게 여론조사를 의뢰했다고 보기도 어렵다. 박 씨가 매번 차명으로 입금하고, 강 씨에게 조사비가 "비싸다"고 불만까지 터뜨린 점들도 홍 시장의 반론을 무색하게 한다. 

뉴스타파는 홍준표 시장과 박재기 씨에게 당시 여론조사비를 박 씨가 대납한 것이 맞는지, 차명 입금자가 누구인지 등을 물었지만 아무런 답을 들을 수 없었다. 홍준표 시장의 비서실장과 대구시청 대변인에게도 반론과 해명을 요청했지만 답을 받지 못했다. 

그런데 이 과정에서 홍 시장이 최근 자신이 써왔던 휴대전화 번호를 바꾼 사실이 확인됐다. 단순히 번호만 바꾼 것인지, 아니면 아예 다른 통신사로 갈아타며 번호까지 바꾼 것인지는 정확히 확인되지 않는다. 

명태균 게이트를 수사 중인 창원지검은 오세훈 서울시장과 홍준표 대구시장에 대한 여론조사로 수사를 확대하고 있다. 수사를 앞두고 전화기만 교체해도 의심을 받는데, 홍 시장은 자신의 기존 전화번호를 아예 없앴다. 통신사가 보관하는 통화내역은 최장 1년이다. 검찰은 통신 영장으로 통화내역을 확보하는데, 만약 번호를 바꿨다면 통화내역 확보가 어려울 수 있다. 

'명태균은 사기꾼이고 나는 관계없다'고 주장해오던 홍준표 시장이 스스로 증거인멸 논란을 자초했다. 

이명선 sun@newstapa.org, 봉지욱 bong@newstapa.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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