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qoo

유시민 대답하지 못한 질문(추모시)

무명의 더쿠 | 12-25 | 조회 수 49252

대답하지 못한 질문   

                   유시민   

 

원칙과 상식이 통하는 나라

특권과 반칙이 없는 세상을 만들 수 있을까

그런 시대가 와도 거기 노무현은 없을 것 같은데


사람 사는 세상이 오기만 한다면야 

그래도 괜찮지 않을까요?


2002년 뜨거웠던 여름

마포경찰서 뒷골목

퇴락한 6층 건물 옥탑방에서 그가 물었을 때

난 대답했지


노무현의 시대가 오기만 한다면야 

거기 노무현이 없다한들 어떻겠습니까


솔직한 말이 아니었어

저렴한 훈계와 눈먼 오해를 견뎌야 했던

그 사람의 고달픔을 위로하고 싶었을 뿐

 

대통령으로서 성공하는 것도 의미 있지만

개인적으로 욕을 먹을지라도

정치 자체가 성공할 수 있도록

권력의 반을 버려서 선거제도를 바꿀 수만 있다면

더 큰 의미가 있는 것 아닌가요


대연정 제안으로 사방 욕을 듣던 날

청와대 천정 높은 방에서 그가 물었을 때

난 대답했지


국민이 원하고 대통령이 할 수 있는 일에 집중하시지요


정직한 말이 아니었어

진흙투성이 되어 역사의 수레를 끄는 위인이 아니라

작아도 확실한 성취의 기쁨에 웃는 그 사람을 보고 

싶다는 소망이었을 뿐

 

세상을 바꾸었다고 생각했는데 

물을 가르고 온 것만 같소

정치의 목적이 뭐요

보통사람들의 소박한 삶을 지켜주는 것 아니오

그런데 정치를 하는 사람은 

자기 가족의 삶조차 지켜주지 못하니

도대체 정치를 위해서 바치지 않은 것이 무엇이요


수백 대 카메라가 마치 총구처럼 겨누고 있는 

봉하마을 사저에서

정치의 야수성과 정치인생의 비루함에 대해 

그가 물었을 때 난 대답했지


물을 가른 것이 아니라 세상을 바꾸셨습니다


확신 가득한 말이 아니었어

그 분노와 회한을 함께 느꼈던 나의

서글픈 독백이었을 뿐

 

그는 떠났고

사람 사는 세상은 멀고

아직 답하지 못한 질문들은 거기 있는데

마음의 거처를 빼앗긴 나는

새들마저 떠나버린 들녘에 앉아

저물어 가는 서산 너머

무겁게 드리운 먹구름을 본다


내일은 밝은 해가 뜨려나

서지도 앉지도 못하는 나는

아직 대답하지 못한 질문들을 안고

욕망과 욕망이

분노와 맹신이 부딪치는 소리를 들으며

흙먼지 날리는 세상의 문턱에 서성인다


노무현 대통령 4주기 추모시

[주의] 이 글을 신고합니다.

  • 댓글 195
목록
18
카카오톡 공유 보내기 버튼 URL 복사 버튼
댓글 더 보기
새 댓글 확인하기
  • [졸리아우어🫧] 들뜸 없이 화잘먹 피부 만들기! #진정냠냠세럼 체험 이벤트 (50인) 220
  • [공지] 언금 공지 해제
  • 📢📢【매우중요】 비밀번호 변경 권장 (현재 팝업 알림중)
  • 공지가 길다면 한번씩 눌러서 읽어주시면 됩니다.
  • ◤더쿠 이용 규칙◢ [스퀘어 정치글은 정치 카테고리에]
  • [스퀘어게시판 정치 카테고리 추가 및 정치 제외 기능 추가]
  • 더쿠 모바일에서 유튜브 링크 올릴때 주의할 점 782
  • 나는 더쿠에서 움짤을 한 번이라도 올려본 적이 있다 🙋‍♀️ 268
  • 더쿠에 쉽게 동영상을 올려보자 ! 3602
  • 슬기로운 더쿠생활 : 더쿠 이용팁 4016
  • ◤스퀘어 공지◢ [9. 스퀘어 저격판 사용 금지(무통보 차단임)] 1236
  • 모든 공지 확인하기()
    • 나사가 증명한 갈릴레오의 가설
    • 08:03
    • 조회 79
    • 이슈
    • [WBC] 류현진, 도미니카와 8강전 선발 등판…산체스와 맞대결
    • 08:03
    • 조회 116
    • 이슈
    1
    • 제정신 아닌것 같은 백악관 공식 계정에 올라온 전쟁 영상...
    • 08:02
    • 조회 250
    • 이슈
    1
    • 카카오뱅크 AI 이모지 퀴즈 (3/13)
    • 08:02
    • 조회 51
    • 정보
    • @아니 메가커피에서 딸기폼말캉젤리워터라는게있길래 이게뭐야? 하면서 시켜봤는데
    • 08:00
    • 조회 592
    • 유머
    5
    • BTS 멤버들 경복궁 근정전에서 광화문까지 '왕의 길' 걷는다
    • 07:57
    • 조회 944
    • 이슈
    21
    • 임성한이 직접 뽑아 키웠다 “아이돌 연습하듯 합 맞췄죠”
    • 07:56
    • 조회 582
    • 기사/뉴스
    3
    • 갑자기 티모시 샬라메 디스 철회한 도자캣
    • 07:56
    • 조회 921
    • 이슈
    8
    • 일본에서도 만명이 넘는 사람들이 반전 시위
    • 07:55
    • 조회 390
    • 이슈
    7
    • 6년전 오늘 발매된, 뷔 V "Sweet Night"
    • 07:52
    • 조회 58
    • 이슈
    3
    • 일본 문무과학성 장관 불륜
    • 07:50
    • 조회 1240
    • 이슈
    4
    • 헤어스타일의 중요성
    • 07:48
    • 조회 1195
    • 이슈
    10
    • 몬트쿠키 사과문
    • 07:48
    • 조회 3156
    • 이슈
    13
    • 여자들이 질투하는 여자
    • 07:46
    • 조회 420
    • 이슈
    2
    • 매기 강, ‘케데헌’ 속편도 연출 “관객들이 韓 이야기 원해, 자부심 느껴”
    • 07:38
    • 조회 472
    • 기사/뉴스
    • [단독] "300만원 없다고 안 죽어"…엔터업계 고질병 임금체불 또 터졌다
    • 07:35
    • 조회 2930
    • 기사/뉴스
    20
    • 고양이 둥 글~게 둥글게 돌고 도는 물 레 방 아 인생 사나인데
    • 07:32
    • 조회 638
    • 유머
    1
    • [속보] 김민석 총리, 밴스 美부통령과 회동…"한미관계 전반 의견교환"
    • 07:26
    • 조회 489
    • 정치
    7
    • pc방 엽기살인 케냐인...고향갈 비행기표 구하려고
    • 07:20
    • 조회 5547
    • 기사/뉴스
    40
    • 토크쇼 게스트 : 테일러 뮤비에 출연하고 싶어요
    • 07:17
    • 조회 685
    • 유머
back to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