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기사/뉴스 [르포] "죄송한데..." 전화 첫 마디에 고깃집 사장님은 버틸 힘이 없다
6,485 16
2024.12.23 08:22
6,485 16

[닫힌 지갑, 주저앉는 경제]
내수 부진에 불법 계엄 여파까지 덮쳐
"연말 특수? 올해는 정말 꿈 같은 얘기"
주요 먹자골목 식당들 '예약 줄취소'
민간 기업, 관공서들은 '회식 자제령'
소상공인 88% "계엄 이후 매출 줄었다"

 

12·3 불법 계엄 사태 이후 정국 불안이 계속되는 가운데 10일 오후 서울 한 음식점의 12월 예약 달력이 비어 있다. 들어온 일부 예약도 취소돼 수정 펜 흔적이 남아 있다. 연합뉴스

12·3 불법 계엄 사태 이후 정국 불안이 계속되는 가운데 10일 오후 서울 한 음식점의 12월 예약 달력이 비어 있다. 들어온 일부 예약도 취소돼 수정 펜 흔적이 남아 있다. 연합뉴스
 

여보세요··· 저기 사장님 죄송한데요···.


서울 종로구 지하철 1호선 종각역 인근 먹자골목에서 고깃집을 운영하는 김영욱(39)씨는 바로 본론으로 들어가지 않고 "죄송하다"로 시작하는 전화에 다리에 힘이 쫙 풀렸다. 뒤에 이어지는 말은 뻔했다. "저희 12월 23일에 다섯 명 예약했는데요. 못 갈 것 같습니다." 김씨는 12월 들어 밀려오는 취소 전화에 열 통까지는 셌지만 그 뒤로는 포기했다. "12월 둘째, 셋째 주 예약 중 절반 가까이가 취소됐습니다."

 

5년 전 종각 먹자골목 고깃집을 인수한 김씨는 "올해만큼 힘든 해가 없다"고 했다. 특히 연말에 다가갈수록 내수 부진이 피부로 이렇게 와닿는 건 처음이라고 한다. 김씨는 "올해 사람들의 주머니 사정이 좋지 않아서 가을까지도 다른 해와 비교해 매출이 30% 정도 빠졌다"며 "그래도 연말에는 조금 회복할 거라고 기대했는데 윤석열 대통령의 불법 계엄 사태에 분위기가 더 나빠졌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소상공인 89% "방문 고객 줄었다"...88% '매출 감소'

 

그래픽=박구원 기자

 

내수 부진 터널의 끝이 보이지 않는다. 올해 내내 얇아진 지갑은 불법 계엄 사태와 윤석열 대통령 탄핵 소추안 가결로 완전히 닫혀버렸다. 특히 연말 특수를 노리는 요식업, 숙박업 종사자들이 입은 타격은 예상을 넘어섰다. 종각에서 고깃집을 운영하는 김씨처럼 1년 내내 줄어든 매출을 연말에 조금이라도 만회해보려 했던 이들은 "아주 달콤한 꿈이었다"고 했다.

 

서울 서대문구에서 숙박업소를 운영하는 이모(54)씨는 "이럴 거면 잠시 휴업하는 게 나을 것 같다"고 할 정도였다. 이씨는 "연말에는 가격을 올려도 손님들이 들어차는데 객실의 60%가 비어 있다"며 "1년 중 가장 많이 수익을 낼 수 있을 때 돈을 벌 수 없으니 문을 잠시 닫을까도 고민한다"고 말했다.

 

소상공인연합회가 윤 대통령의 불법 계엄 이후 실시한 긴급 경기전망 실태조사 결과를 보면 이들의 어려움이 고스란히 드러난다. 불법 계엄 이후 소상공인의 88%가 '매출이 감소했다'고 답했다. 매장을 직접 방문하는 고객이 감소했다는 업체도 무려 '89%'에 달했다. 이 중 매출이 50% 이상 줄어든 사업체만 36%였다. 업종별로는 매출 50% 이상 감소한 곳이 절반 이상인 업종은 숙박업이었고 그 뒤를 식음료업(40%)이 이었다. 이를 바탕으로 소상공인의 '90%'는 연말까지 경기 전망을 '부정적'이라고 응답했다.
 

"시국이 불안하다"... 연말 회식 취소하는 기업, 관공서
 

16일 오후 서울 종로의 음식점 밀집 거리의 한 상점에 송년회 예약 안내문이 붙어 있다. 연합뉴스

16일 오후 서울 종로의 음식점 밀집 거리의 한 상점에 송년회 예약 안내문이 붙어 있다. 연합뉴스

 


연말 특수가 사라지는 데는 연말 회식 취소가 가장 큰 원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인천에 사는 직장인 이모(37)씨는 "불법 계엄 사태 이후로 사내 회식이 모두 취소됐다"고 말했다. 불법 계엄이 있었던 3일 바로 다음 날 예정돼 있던 팀 회식은 당연히 취소됐고 19일에 잡혀 있던 부서 전체 회식마저도 기약 없이 연기됐다고 한다.

 

아예 회사에서 '회식 자제령'이 떨어지는 경우도 있다. 한 정보기술(IT) 기업에 다니는 박모(34)씨는 "불법 계엄, 현직 대통령 탄핵 정국에 회사에서도 굳이 신나는 연말 분위기가 연출되는 것을 꺼려 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관공서는 민간 기업보다 제재 강도가 더 강하다. '근무기강 확립'과 같은 공문이 내려오면서 단체 예약을 취소하거나 점심 식사로 대체하는 분위기다. 100명 이상의 대규모 송년회 대관 예약 취소가 이어지는 건 이 때문이다.

 

-생략

 

https://n.news.naver.com/mnews/ranking/article/469/0000840113?ntype=RANKING

목록 스크랩 (0)
댓글 16
댓글 더 보기
새 댓글 확인하기

번호 카테고리 제목 날짜 조회
이벤트 공지 화제의 '환승연애' 시리즈가 스핀오프로 돌아왔다! 티빙 오리지널 <환승연애, 또 다른 시작> 출연진 예측 이벤트 87 00:05 11,728
공지 [공지] 언금 공지 해제 24.12.06 457,987
공지 📢📢【매우중요】 비밀번호❗❗❗❗ 변경❗❗❗ 권장 (현재 팝업 알림중) 24.04.09 4,651,328
공지 공지가 길다면 한번씩 눌러서 읽어주시면 됩니다. 23.11.01 8,254,708
공지 ◤더쿠 이용 규칙◢ [스퀘어/핫게 중계 공지 주의] 20.04.29 26,797,578
공지 정보 더쿠 모바일에서 유튜브 링크 올릴때 주의할 점 761 21.08.23 5,770,739
공지 정보 나는 더쿠에서 움짤을 한 번이라도 올려본 적이 있다 🙋‍♀️ 240 20.09.29 4,744,716
공지 팁/유용/추천 더쿠에 쉽게 동영상을 올려보자 ! 3466 20.05.17 5,328,785
공지 팁/유용/추천 슬기로운 더쿠생활 : 더쿠 이용팁 3989 20.04.30 5,781,198
공지 팁/유용/추천 ◤스퀘어 공지◢ [9. 스퀘어 저격판 사용 금지(무통보 차단임)] 1236 18.08.31 10,614,983
모든 공지 확인하기()
328093 기사/뉴스 은퇴설 보란 듯…원빈, 화장품 모델로 근황 공개 [소셜in] 8 09:34 1,079
328092 기사/뉴스 [속보] 당정 “설 연휴 KTX·SRT 역귀성 요금 30∼40% 할인” 47 09:27 1,700
328091 기사/뉴스 "당첨되자마자 입주, 돈 구하기 빠듯해"…강남 신축 아파트의 비밀 3 09:24 1,220
328090 기사/뉴스 "샤넬, 오늘이 가장 저렴하다"..15% 가격 인상 [명품價 이야기] 6 09:23 611
328089 기사/뉴스 [속보] 당정 "중기 근로자 15만명에 국내여행경비 40만원 지원" 51 09:22 1,952
328088 기사/뉴스 ‘하얼빈’ 4만대로 1위...송중기 ‘보고타’ 흥행 참패[MK박스오피스] 5 09:20 561
328087 기사/뉴스 尹 지지율 42.4%…국민의힘 41% 민주당 38.9% 박빙 [여론조사공정 96 09:17 2,989
328086 기사/뉴스 늘 쓰던 립스틱 갑자기 6000원 '껑충'…원가 안 오른 화장품들, 가격 인상 왜? 8 09:17 1,239
328085 기사/뉴스 이준혁도 업계 불황 호소…"다작 이유? 작품 파급력 줄어, 열심히 살아야만" (나래식) 5 09:16 1,470
328084 기사/뉴스 "1인 20만원 넘는다"…호텔 뷔페 3대장, 가격 인상 카드 '만지작' 09:14 450
328083 기사/뉴스 17억 빚 대신 갚은 김구라, 또 전처 언급 “내 계좌로 헌금 아직 유지중”(라스) 11 09:12 2,862
328082 기사/뉴스 '영하 18도' 최강 한파 덮쳤다…호남·제주 최대 40㎝ 폭설(종합) 09:11 288
328081 기사/뉴스 [단독]이재욱, '언니네 산지직송' 시즌2 새 멤버…고정 예능 첫 도전 32 09:03 4,147
328080 기사/뉴스 울산 밤사이 최대 0.3cm 눈…아침 영하 6.1도 '추위' 8 08:47 1,128
328079 기사/뉴스 [단독] 尹 체포 저지에 軍 장병 빠진다…경호처 "국방부 요청 존중" 42 08:38 4,274
328078 기사/뉴스 오뚜기x선미한과, 스프·카레·순후추 3종 한과로 재탄생…선물세트 출시 6 08:35 2,650
328077 기사/뉴스 김경진 "윤 대통령 탄핵 심판 인용될 것...계속 거짓말, 답답해 미치겠다" I 지금 이 뉴스 17 08:22 4,344
328076 기사/뉴스 강민경, “결혼? 좋은 사람 있다면 얼마든지”..애인 유무는 ‘윙크’로 대신(엄정화TV) 1 08:16 1,519
328075 기사/뉴스 브브걸 유나 "지금까지 보지 못했던 아련함..응어리 풀리는 기분" [일문일답] 3 07:40 3,186
328074 기사/뉴스 [신년기획] 김형서·신예은·오예주, 업계 관계자가 뽑은 '2025 기대되는 배우' ② 8 07:27 2,64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