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기사/뉴스 김혜경여사 1심 재판을 앞두고 이재명이 쓴 글
46,481 461
2024.12.15 01:18
46,481 461
- 법정으로 향하는 아내 -


 


가난한 청년변호사와 평생을 약속하고 생면부지 성남으로 와 팔자에 없던 월세살이를 시작한 25살 아가씨. 


먹고 살기도 어려운데 인권운동 시민운동 한다며 나대는 남편을 보며 험한 미래를 조금은 예상했겠지만 세상사람들이 다 지켜보는 가운데 훼술레를 당할 줄은 꿈에도 몰랐을 게다. 


아무리 그래도 여자인데 금가락지 하나 챙겨 끼지 못하고, 아이들 키우고 살림 하느라 그 곱던 얼굴도 많이 상하고, 피아노 건반 누르던 예쁘고 부드럽던 손가락도 주름이 졌지만 평생 남의 것 부당한 것을 노리거나 기대지 않았다. 


남편 업무 지원하는 잘 아는 비서에게 사적으로 음식물 심부름 시킨 게 죄라면 죄겠지만, 미안한 마음에 음식물 값에 더해 조금의 용돈도 주었고 그가 썼다는 법인카드는 구경조차 못했다.


 


아내는 내가 불필요하게 세상사에 참견하고, 거대한 불의를 고치고야 말겠다는 오지랍 당랑거철 행각으로 수배를 받고, 검찰청 구치소를 들락거리는 것까지는 참고 견뎠지만, 선거출마는 이혼하고 하라며 죽어라 반대했다.


고생해도 내가 하지 니가 하냐는 철없는 생각으로 아내 말을 무시한 채 내 맘대로 정치에 뛰어들었다. 


겉으로는 화려해 보이는 시장, 도지사였지만 변호사때보다 못한 보수에 매일이다시피 수사 감사 악의적 보도에 시달렸다. 이해타산을 따지면 할 이유가 없는 일이었지만 나름 의미있는 일, 하고싶은 일이었고, 그래도 아내와 가족들은 안전했다.


그런데 대선에서 패한 후 본격적인 보복이 시작됐다. 


 


수년동안 백명에 가까운 검사를 투입한 무제한 표적 조작수사가 계속됐다. 천번을 향하는 무수한 압수수색, 수백명의 소환조사, 사람들이 목숨을 버릴만큼 강압적인 수사로 없는 먼지를 털어 만든 기소장이 연거퍼 날아오고, 구치소에서 구속을 대기하기도 했지만, 진실은 나의 편이라 얼마든지 견뎌낼 수 있었다. 


그러나 동네건달도 가족은 건들지 않는다는 속설을 믿은 나의 상식과 달리 아내와 아이들이 공격표적에 추가됐다. 


반복적이고 집요한 장기간 먼지털이 끝에 아이들은 다행히 마수에서 벗어났지만 아내는 희생제물이 되었다.


선물까지 일일이 뒤져, 혹여 값 나가는 것이 있으면 다시 포장해 돌려주고, 사람을 만나는 것조차 조심하며 살아온 아내가 공개소환 수사에 법정에 끌려 다니는 장면은 남편 입장에서 차마 눈뜨고 보기 어렵다. 


안그래도 힘든 남편이 자기 때문에 더 힘들까봐 아무렇지 않은 척 활짝 웃고 말하지만 얼마나 수치스럽고 억울하고 힘들까.


 


재판 받는다며 일찌감치 준비하고 나서는 아내를 볼 때마다 숨이 막힌다. 소설 속에서나 읽었던 가슴이 미어진다는 말을 이 나이가 되어서야 체감한다. 숨이 막히고 쪼그라들며 답답해진 가슴을 양손으로 찢어 헤치면 시원해 질 것 같다.


남자는 태어날 때 부모상 당했을 때 죽을 때 말고는 울지 않는다는 경상도식 가부장적 교육 탓도 있겠지만 나는 웬만해선 울지 않는다. 그런데 나이 탓이겠지만 아무 잘못 없이 나 때문에 중인환시리에 죄인처럼 끌려다니는 아내를 보면 그렇지 못한다. 지금 이 순간도 가슴이 조여오고 숨이 막힌다. 앞이 잘 보이지 않는다. 


 


1990. 8. 9. 잠실 롯데호텔 페닌슐라에서 007미팅으로 만난 붉은 원피스의 아가씨. 

만나는 순간부터 이 사람 없이는 살 수 없다고 생각했던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사람. 

평생, 아직도 나를 자기야라고 부르며 자신보다 남편과 아이들을 더 챙기는 혜경아. 


미안하다. 

죽고싶을만큼 미안하다. 



언젠가, 젊은 시절 가난하고 무심해서 못해준 반지 꼭 해 줄께. 


귀하게 자라 순하고 착한 당신에게, 고통과 불행만 잔뜩 안겨 준 내가 할 수 있는 말인지는 모르겠지만..


 


혜경아, 

사랑한다.


xHdVFb


+ 대선 당내 경선 과정에서 음식값 10만4천원을 결제해 공직선거법 위반(기부행위)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배우자인 김혜경씨에 대한 1심 선고가 14일 열린다. 

목록 스크랩 (19)
댓글 461
댓글 더 보기
새 댓글 확인하기

번호 카테고리 제목 날짜 조회
이벤트 공지 [위즈덤하우스] 불멸의 화가 《반 고흐, 영혼의 편지》&《반 고흐, 영원한 예술의 시작》 개정판 증정 이벤트✨ 414 12.13 33,934
공지 [공지] 언금 공지 해제 12.06 182,935
공지 📢📢【매우중요】 비밀번호❗❗❗❗ 변경❗❗❗ 권장 (현재 팝업 알림중) 04.09 4,239,758
공지 공지가 길다면 한번씩 눌러서 읽어주시면 됩니다. 23.11.01 7,983,109
공지 ◤더쿠 이용 규칙◢ [스퀘어/핫게 중계 공지 주의] 20.04.29 26,387,985
공지 정보 더쿠 모바일에서 유튜브 링크 올릴때 주의할 점 760 21.08.23 5,551,047
공지 정보 나는 더쿠에서 움짤을 한 번이라도 올려본 적이 있다 🙋‍♀️ 233 20.09.29 4,506,784
공지 팁/유용/추천 더쿠에 쉽게 동영상을 올려보자 ! 3461 20.05.17 5,119,793
공지 팁/유용/추천 슬기로운 더쿠생활 : 더쿠 이용팁 3984 20.04.30 5,540,028
공지 팁/유용/추천 ◤스퀘어 공지◢ [9. 스퀘어 저격판 사용 금지(무통보 차단임)] 1236 18.08.31 10,370,349
모든 공지 확인하기()
2578310 이슈 탄핵집회에 등장한 ‘탈하이브’ 깃발···뉴진스·BTS 팬덤 뿔났다 14:32 58
2578309 기사/뉴스 주지훈·정유미, 어른 연애의 맛…'키스 1초 전' 포착(사외다) 14:30 261
2578308 기사/뉴스 김태흠 충남지사 "한동훈 찌질하게 굴지 말고 사퇴해야" 17 14:29 454
2578307 이슈 대선 토론 일부만 봐도 윤석열을 찍을 수 없다 19 14:29 943
2578306 이슈 이번에 다만세가 주목받으면서 공감받고 있는 트윗...twt 27 14:27 2,849
2578305 이슈 판) 요즘 남초 밈 진심 개역겨움 (시위 조롱하며 성희롱하는 에타남들) 9 14:26 2,199
2578304 기사/뉴스 "탄핵선고까지 2개월 남짓 걸릴 듯" 119 14:24 6,677
2578303 이슈 계엄후 100% 죽는걸 알고있었던 의원 50 14:23 4,425
2578302 이슈 근데 진짜루 문재인때가 더 살기 좋았어? 236 14:22 10,994
2578301 기사/뉴스 [단독]경찰, ‘계엄 전 국무회의 참석’ 박성재 법무장관 참고인 조사 6 14:19 543
2578300 이슈 뉴진스 혜인 인스타업뎃(@jeanzforfree) 9 14:18 1,913
2578299 이슈 X 에서 소아성애가 트렌드 중 이유 63 14:16 7,294
2578298 이슈 윤석열 탄핵 가결 그 당시 시민들 반응캠 12 14:15 3,153
2578297 이슈 이거 뭐임? 싶었던 한일국교정상화 60주년 기념로고 공모전 27 14:14 3,022
2578296 이슈 의료민영화 반대 청원에도 관심을 부탁해 🙏 108 14:13 1,360
2578295 이슈 신임 헌법재판관 인사청문회 18일부터 1일 1인씩 진행. 연내 9인체제 목표 33 14:07 2,176
2578294 정보 여성의 권리신장을 위해 행동하는 “미우미우” 6 14:07 3,431
2578293 유머 지디가 좋아요 누른 인스타 영상 27 14:06 6,155
2578292 이슈 나라꼴 역대급으로 개판 만들어놓고 물려주는 윤석열.jpg 80 14:05 8,317
2578291 유머 국회출석율 상위 5퍼 하위 5퍼(116위까지 올출) 464 14:05 24,6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