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기사/뉴스 김혜경여사 1심 재판을 앞두고 이재명이 쓴 글
54,561 475
2024.12.15 01:18
54,561 475
- 법정으로 향하는 아내 -


 


가난한 청년변호사와 평생을 약속하고 생면부지 성남으로 와 팔자에 없던 월세살이를 시작한 25살 아가씨. 


먹고 살기도 어려운데 인권운동 시민운동 한다며 나대는 남편을 보며 험한 미래를 조금은 예상했겠지만 세상사람들이 다 지켜보는 가운데 훼술레를 당할 줄은 꿈에도 몰랐을 게다. 


아무리 그래도 여자인데 금가락지 하나 챙겨 끼지 못하고, 아이들 키우고 살림 하느라 그 곱던 얼굴도 많이 상하고, 피아노 건반 누르던 예쁘고 부드럽던 손가락도 주름이 졌지만 평생 남의 것 부당한 것을 노리거나 기대지 않았다. 


남편 업무 지원하는 잘 아는 비서에게 사적으로 음식물 심부름 시킨 게 죄라면 죄겠지만, 미안한 마음에 음식물 값에 더해 조금의 용돈도 주었고 그가 썼다는 법인카드는 구경조차 못했다.


 


아내는 내가 불필요하게 세상사에 참견하고, 거대한 불의를 고치고야 말겠다는 오지랍 당랑거철 행각으로 수배를 받고, 검찰청 구치소를 들락거리는 것까지는 참고 견뎠지만, 선거출마는 이혼하고 하라며 죽어라 반대했다.


고생해도 내가 하지 니가 하냐는 철없는 생각으로 아내 말을 무시한 채 내 맘대로 정치에 뛰어들었다. 


겉으로는 화려해 보이는 시장, 도지사였지만 변호사때보다 못한 보수에 매일이다시피 수사 감사 악의적 보도에 시달렸다. 이해타산을 따지면 할 이유가 없는 일이었지만 나름 의미있는 일, 하고싶은 일이었고, 그래도 아내와 가족들은 안전했다.


그런데 대선에서 패한 후 본격적인 보복이 시작됐다. 


 


수년동안 백명에 가까운 검사를 투입한 무제한 표적 조작수사가 계속됐다. 천번을 향하는 무수한 압수수색, 수백명의 소환조사, 사람들이 목숨을 버릴만큼 강압적인 수사로 없는 먼지를 털어 만든 기소장이 연거퍼 날아오고, 구치소에서 구속을 대기하기도 했지만, 진실은 나의 편이라 얼마든지 견뎌낼 수 있었다. 


그러나 동네건달도 가족은 건들지 않는다는 속설을 믿은 나의 상식과 달리 아내와 아이들이 공격표적에 추가됐다. 


반복적이고 집요한 장기간 먼지털이 끝에 아이들은 다행히 마수에서 벗어났지만 아내는 희생제물이 되었다.


선물까지 일일이 뒤져, 혹여 값 나가는 것이 있으면 다시 포장해 돌려주고, 사람을 만나는 것조차 조심하며 살아온 아내가 공개소환 수사에 법정에 끌려 다니는 장면은 남편 입장에서 차마 눈뜨고 보기 어렵다. 


안그래도 힘든 남편이 자기 때문에 더 힘들까봐 아무렇지 않은 척 활짝 웃고 말하지만 얼마나 수치스럽고 억울하고 힘들까.


 


재판 받는다며 일찌감치 준비하고 나서는 아내를 볼 때마다 숨이 막힌다. 소설 속에서나 읽었던 가슴이 미어진다는 말을 이 나이가 되어서야 체감한다. 숨이 막히고 쪼그라들며 답답해진 가슴을 양손으로 찢어 헤치면 시원해 질 것 같다.


남자는 태어날 때 부모상 당했을 때 죽을 때 말고는 울지 않는다는 경상도식 가부장적 교육 탓도 있겠지만 나는 웬만해선 울지 않는다. 그런데 나이 탓이겠지만 아무 잘못 없이 나 때문에 중인환시리에 죄인처럼 끌려다니는 아내를 보면 그렇지 못한다. 지금 이 순간도 가슴이 조여오고 숨이 막힌다. 앞이 잘 보이지 않는다. 


 


1990. 8. 9. 잠실 롯데호텔 페닌슐라에서 007미팅으로 만난 붉은 원피스의 아가씨. 

만나는 순간부터 이 사람 없이는 살 수 없다고 생각했던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사람. 

평생, 아직도 나를 자기야라고 부르며 자신보다 남편과 아이들을 더 챙기는 혜경아. 


미안하다. 

죽고싶을만큼 미안하다. 



언젠가, 젊은 시절 가난하고 무심해서 못해준 반지 꼭 해 줄께. 


귀하게 자라 순하고 착한 당신에게, 고통과 불행만 잔뜩 안겨 준 내가 할 수 있는 말인지는 모르겠지만..


 


혜경아, 

사랑한다.


xHdVFb


+ 대선 당내 경선 과정에서 음식값 10만4천원을 결제해 공직선거법 위반(기부행위)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배우자인 김혜경씨에 대한 1심 선고가 14일 열린다. 

목록 스크랩 (23)
댓글 475
댓글 더 보기
새 댓글 확인하기

번호 카테고리 제목 날짜 조회
이벤트 공지 [🩶더샘🩶] 모공 블러 + 유분 컨트롤 조합 미쳤다✨ 실리콘 ZERO! ‘커버 퍼펙션 포어제로 에어 프라이머’ 체험 이벤트 252 05.19 13,004
공지 [공지] 언금 공지 해제 24.12.06 5,188,723
공지 📢📢【매우중요】 비밀번호 변경 권장 (현재 팝업 알림중) 24.04.09 12,449,633
공지 공지가 길다면 한번씩 눌러서 읽어주시면 됩니다. 23.11.01 13,152,836
공지 ◤더쿠 이용 규칙◢ [스퀘어 정치글은 정치 카테고리에] 20.04.29 35,751,427
공지 정치 [스퀘어게시판 정치 카테고리 추가 및 정치 제외 기능 추가] 25.07.22 1,119,718
공지 정보 더쿠 모바일에서 유튜브 링크 올릴때 주의할 점 785 21.08.23 8,573,765
공지 정보 나는 더쿠에서 움짤을 한 번이라도 올려본 적이 있다 🙋‍♀️ 271 20.09.29 7,484,443
공지 팁/유용/추천 더쿠에 쉽게 동영상을 올려보자 ! 3623 20.05.17 8,692,641
공지 팁/유용/추천 슬기로운 더쿠생활 : 더쿠 이용팁 4022 20.04.30 8,584,502
공지 팁/유용/추천 ◤스퀘어 공지◢ [9. 스퀘어 저격판 사용 금지(무통보 차단임)] 1236 18.08.31 14,541,496
모든 공지 확인하기()
3072605 유머 일베 행보 이후 스타벅스 근황 00:19 92
3072604 이슈 하루에홈런 3개친사람 표정 vs 하루에홈런3개치는사람 보는사람표정 2 00:17 352
3072603 정보 4045만 개인정보 중국 '알리페이'에 넘겨"…경찰, 카카오페이 수사 착수 7 00:17 154
3072602 이슈 📢🎧 아이브 JAPAN 4th EP 루시드 드림(𝙻𝚄𝙲𝙸𝙳 𝙳𝚁𝙴𝙰𝙼) 발매 00:16 58
3072601 이슈 엄태구가 막아선 벨리곰은 사실 원래 더한 애였음 ㅠ 1 00:15 442
3072600 이슈 ioi - suddenly (2026) 2 00:15 73
3072599 이슈 [KBO] 박용택 "한동희 살리려면 정말 긴 시간을 가져야한다" 4 00:15 400
3072598 유머 쩝쩝대는 주인이 맘이 안듬 2 00:13 390
3072597 이슈 폴바셋 사업확장좀해ㅅㅂ 44 00:12 2,130
3072596 이슈 제로베이스원 김태래X김지웅 별이 부르는 방에 2 00:11 81
3072595 이슈 서울대 의대 최연소 졸업한 여성의 현재.jpg 2 00:11 664
3072594 유머 일부러 이러는거 같은 루이바오🐼💜🩷 7 00:11 560
3072593 이슈 aespa 에스파 'LEMONADE' Complæxity: LEMONADE Is Ready #카리나 #지젤 24 00:10 566
3072592 이슈 타블로 팬들한테 하루에 200개 메세지 보내고 싶은데, 구독 취소할까바 "자제"하는 거래 11 00:09 870
3072591 이슈 미야오 MEOVV THE 2nd EP ALBUM [BITE NOW] TRAILER PHOTO 4 00:09 162
3072590 이슈 더빙으로 유명한 유튜버 유준호 공지 29 00:09 2,788
3072589 이슈 전소미 인스타그램 스토리 업로드 00:08 309
3072588 이슈 ✨샐러디 선재스님 당근국수 도로로 후기 11 00:07 1,836
3072587 이슈 김준수(XIA) 정규5집 GRAVITY 앨범 프리뷰 7 00:06 244
3072586 이슈 어떤 곳보다 소문이 빠르다는 여의도 증권가 6 00:06 2,99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