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기사/뉴스 김혜경여사 1심 재판을 앞두고 이재명이 쓴 글
49,641 472
2024.12.15 01:18
49,641 472
- 법정으로 향하는 아내 -


 


가난한 청년변호사와 평생을 약속하고 생면부지 성남으로 와 팔자에 없던 월세살이를 시작한 25살 아가씨. 


먹고 살기도 어려운데 인권운동 시민운동 한다며 나대는 남편을 보며 험한 미래를 조금은 예상했겠지만 세상사람들이 다 지켜보는 가운데 훼술레를 당할 줄은 꿈에도 몰랐을 게다. 


아무리 그래도 여자인데 금가락지 하나 챙겨 끼지 못하고, 아이들 키우고 살림 하느라 그 곱던 얼굴도 많이 상하고, 피아노 건반 누르던 예쁘고 부드럽던 손가락도 주름이 졌지만 평생 남의 것 부당한 것을 노리거나 기대지 않았다. 


남편 업무 지원하는 잘 아는 비서에게 사적으로 음식물 심부름 시킨 게 죄라면 죄겠지만, 미안한 마음에 음식물 값에 더해 조금의 용돈도 주었고 그가 썼다는 법인카드는 구경조차 못했다.


 


아내는 내가 불필요하게 세상사에 참견하고, 거대한 불의를 고치고야 말겠다는 오지랍 당랑거철 행각으로 수배를 받고, 검찰청 구치소를 들락거리는 것까지는 참고 견뎠지만, 선거출마는 이혼하고 하라며 죽어라 반대했다.


고생해도 내가 하지 니가 하냐는 철없는 생각으로 아내 말을 무시한 채 내 맘대로 정치에 뛰어들었다. 


겉으로는 화려해 보이는 시장, 도지사였지만 변호사때보다 못한 보수에 매일이다시피 수사 감사 악의적 보도에 시달렸다. 이해타산을 따지면 할 이유가 없는 일이었지만 나름 의미있는 일, 하고싶은 일이었고, 그래도 아내와 가족들은 안전했다.


그런데 대선에서 패한 후 본격적인 보복이 시작됐다. 


 


수년동안 백명에 가까운 검사를 투입한 무제한 표적 조작수사가 계속됐다. 천번을 향하는 무수한 압수수색, 수백명의 소환조사, 사람들이 목숨을 버릴만큼 강압적인 수사로 없는 먼지를 털어 만든 기소장이 연거퍼 날아오고, 구치소에서 구속을 대기하기도 했지만, 진실은 나의 편이라 얼마든지 견뎌낼 수 있었다. 


그러나 동네건달도 가족은 건들지 않는다는 속설을 믿은 나의 상식과 달리 아내와 아이들이 공격표적에 추가됐다. 


반복적이고 집요한 장기간 먼지털이 끝에 아이들은 다행히 마수에서 벗어났지만 아내는 희생제물이 되었다.


선물까지 일일이 뒤져, 혹여 값 나가는 것이 있으면 다시 포장해 돌려주고, 사람을 만나는 것조차 조심하며 살아온 아내가 공개소환 수사에 법정에 끌려 다니는 장면은 남편 입장에서 차마 눈뜨고 보기 어렵다. 


안그래도 힘든 남편이 자기 때문에 더 힘들까봐 아무렇지 않은 척 활짝 웃고 말하지만 얼마나 수치스럽고 억울하고 힘들까.


 


재판 받는다며 일찌감치 준비하고 나서는 아내를 볼 때마다 숨이 막힌다. 소설 속에서나 읽었던 가슴이 미어진다는 말을 이 나이가 되어서야 체감한다. 숨이 막히고 쪼그라들며 답답해진 가슴을 양손으로 찢어 헤치면 시원해 질 것 같다.


남자는 태어날 때 부모상 당했을 때 죽을 때 말고는 울지 않는다는 경상도식 가부장적 교육 탓도 있겠지만 나는 웬만해선 울지 않는다. 그런데 나이 탓이겠지만 아무 잘못 없이 나 때문에 중인환시리에 죄인처럼 끌려다니는 아내를 보면 그렇지 못한다. 지금 이 순간도 가슴이 조여오고 숨이 막힌다. 앞이 잘 보이지 않는다. 


 


1990. 8. 9. 잠실 롯데호텔 페닌슐라에서 007미팅으로 만난 붉은 원피스의 아가씨. 

만나는 순간부터 이 사람 없이는 살 수 없다고 생각했던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사람. 

평생, 아직도 나를 자기야라고 부르며 자신보다 남편과 아이들을 더 챙기는 혜경아. 


미안하다. 

죽고싶을만큼 미안하다. 



언젠가, 젊은 시절 가난하고 무심해서 못해준 반지 꼭 해 줄께. 


귀하게 자라 순하고 착한 당신에게, 고통과 불행만 잔뜩 안겨 준 내가 할 수 있는 말인지는 모르겠지만..


 


혜경아, 

사랑한다.


xHdVFb


+ 대선 당내 경선 과정에서 음식값 10만4천원을 결제해 공직선거법 위반(기부행위)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배우자인 김혜경씨에 대한 1심 선고가 14일 열린다. 

목록 스크랩 (23)
댓글 472
댓글 더 보기
새 댓글 확인하기

번호 카테고리 제목 날짜 조회
이벤트 공지 [✨릴리바이레드X더쿠✨] 이슬이 남긴 맑은 생기 NEW 이슬잔광 컬렉션 체험단 모집 667 04.16 33,343
공지 [공지] 언금 공지 해제 24.12.06 1,727,403
공지 📢📢【매우중요】 비밀번호❗❗❗❗ 변경❗❗❗ 권장 (현재 팝업 알림중) 24.04.09 6,445,427
공지 공지가 길다면 한번씩 눌러서 읽어주시면 됩니다. 23.11.01 9,605,857
공지 ◤더쿠 이용 규칙◢ [스퀘어 정치글 금지관련 공지 상단 내용 확인] 20.04.29 28,831,583
공지 정보 더쿠 모바일에서 유튜브 링크 올릴때 주의할 점 766 21.08.23 6,701,856
공지 정보 나는 더쿠에서 움짤을 한 번이라도 올려본 적이 있다 🙋‍♀️ 243 20.09.29 5,624,708
공지 팁/유용/추천 더쿠에 쉽게 동영상을 올려보자 ! 3494 20.05.17 6,366,537
공지 팁/유용/추천 슬기로운 더쿠생활 : 더쿠 이용팁 3998 20.04.30 6,669,395
공지 팁/유용/추천 ◤스퀘어 공지◢ [9. 스퀘어 저격판 사용 금지(무통보 차단임)] 1236 18.08.31 11,698,979
모든 공지 확인하기()
2690656 이슈 [💓-log] 앳하트의 설레는 첫 해외 출장✈ 17:43 18
2690655 기사/뉴스 "경찰 태도 문제" 쯔양, 조사 거부→결국 수사팀 변경 4 17:42 272
2690654 유머 고양이가 식빵 굽고 있었던 요가매트 17:42 148
2690653 이슈 루이바오는 옴먀랑 노는게 젤 좋아💜🐼🐼💖 2409 2 17:41 227
2690652 이슈 몇년전에 인기많았던 유튜버 용접남 4 17:41 771
2690651 기사/뉴스 치열해진 배달앱 시장, 절실해진 '배민' vs 틈새 엿보는 '땡겨요' 4 17:41 199
2690650 이슈 포스터 ㄹㅇ 느좋으로 뽑혔다는 박보영 차기작 티비엔 미지의서울.jpg 17:41 220
2690649 이슈 씨를 심고 바로 감이 열리게 하는 법 17:40 139
2690648 유머 야외에서 잠든 그림같은 아이바오 4 17:40 299
2690647 유머 돼지🔥🥚 때문에 방송불가 된 맛있는녀석들 4 17:40 462
2690646 이슈 미국에서 레이디 가가 최고의 노래로 인정받는다는 노래... 6 17:39 498
2690645 이슈 세계의 금융업 1 17:38 345
2690644 이슈 예전에 꽤 인기 있던 뷔페 체인점.jpg 30 17:35 2,632
2690643 이슈 젊음이 좋다 몇 년생이에요? 23 17:35 1,274
2690642 정보 의외로(?) 얼마 안 된 현 민주당의 원내 1당 차지 시점.. 15 17:34 899
2690641 기사/뉴스 박보검 "국민 아버지 된 소감? 기분 좋아...관식 같은 아빠·배우자 되게 노력" (마리)   9 17:34 366
2690640 기사/뉴스 '신병3', 추억과 PTSD 사이를 건드리다... 시청률 고공행진 1 17:33 237
2690639 이슈 오늘 뮤직뱅크 1위 후보 37 17:31 1,746
2690638 유머 핫도그에 설탕 너무 많이 묻혀줌 18 17:30 3,041
2690637 이슈 JYP에서 같이 연생하다가 스타쉽에서 다시 만나게 됐다는 연습생들 4 17:29 1,3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