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이슈 정치 참여는 공허함에 특효약이다
4,260 6
2024.12.13 02:26
4,260 6

 

하미나 <아무튼, 잠수> 저자

사회 격변 시기에 그 변화에 동참할 기회를 갖는 일은 행운이다. 대학 내에서 존경하던 스승에게 연달아 성폭력을 당하기 전까지 나는 그 행운을 누리지 못하고 살았다. 반복되는 성폭력은 모범생으로 지내온 나를 어리둥절하게 만들었고 종국에는 거리에서 소리치는 페미니스트 활동가가 되게 했다. 이후로 낯선 사람들로부터 공격과 비아냥을 받으며 지냈다.

당초 이 일들은 내 인생에 일어난 비극처럼 보였다. 시간이 흐를수록 이 일들이 인생에 어떤 영향을 준 것인지 분명해졌다. 스승을 상대로 한 몇년간의 재판은 압도적 권위를 가진 존재를 대상으로 싸워 이길 수도 있음을 알려줬다. 내가 그를 두려워했던 것처럼 그도 날 두려워할 수 있었다. 난 내 안의 힘을 발견했다.

한국 사회에서 가장 비호감인 정체성, 페미니스트라는 라벨링을 수용한다는 건 어떤 의미인가. 그것은 타인의 칭찬과 승인을 기준으로 더 이상 삶을 운용하지 않는다는 의미다. 나를 향한 오독에 점차 의연해진다는 의미다.

돈도, 경력도, 권력도, 심지어는 승리도 묘연한 활동가로 지낸 일은 세상에는 돈도, 경력도, 권력도, 심지어는 승리도 바라지 않고 자신이 믿는 가치를 위해 삶을 헌신하는 사람들이 있음을 알려줬다. 희망을 갖기 위해 희망이 되기로 한 사람들이었다.

이렇듯 광장은 평범한 개인을 정치적 주체로 탈바꿈시킨다. 시민으로서의 감각은 당연하게 누리던 것을 되돌아보게 한다. 불평을 하는 것과 실제로 사회를 변화시키는 일 사이의 거리감을 아득히 체감할 때, 보게 되는 것은 1㎜의 변화를 위해 애써온 사람들의 노고다. 그것은 뒤에 올 사람들을 향한 지극한 사랑이다. 보이지 않던 사랑을 보게 만드니, 어떻게 권하지 않을 수가 있을까?

상상해본다. 은둔한 청년이, 우울증 약을 먹던 여자가, 한을 품고 살던 엄마가, 알코올 중독이던 아빠가 스스로 만든 감옥에서 빠져나와 광장에서 자기의 이야기를 한다면. 아무리 돈을 벌고 성취를 이어가도 실은 외롭고 공허했노라고 고백한다면. 상처와 결핍을 변화를 이끌 힘으로 탈바꿈시킨다면. 그러면 도대체 어떤 세상을 만나게 될까? 나는 이들이 각자의 자리에서 증언해주기를, 나와 다른 이야기를 해주기를 기다린다.

추운 겨울 이어진 집회 현장을 보며 나는 건방지게도 한국이 세계의 희망은 아닐까 잠시 생각했다. 어두운 시기에도 춤을 추고 노래를 부르며 농담을 하는 사람들은 어떤 억압에도 노예화될 수 없는 사람들이다.

저작권 이슈로 이하 생략
전문 출처에서 읽어줘

 

 

https://naver.me/xX7kZRqM

목록 스크랩 (2)
댓글 6
댓글 더 보기
새 댓글 확인하기

번호 카테고리 제목 날짜 조회
공지 [공지] 언금 공지 해제 24.12.06 565,111
공지 📢📢【매우중요】 비밀번호❗❗❗❗ 변경❗❗❗ 권장 (현재 팝업 알림중) 24.04.09 4,856,873
공지 공지가 길다면 한번씩 눌러서 읽어주시면 됩니다. 23.11.01 8,412,710
공지 ◤더쿠 이용 규칙◢ [스퀘어/핫게 중계 공지 주의] 20.04.29 26,995,092
공지 정보 더쿠 모바일에서 유튜브 링크 올릴때 주의할 점 761 21.08.23 5,868,202
공지 정보 나는 더쿠에서 움짤을 한 번이라도 올려본 적이 있다 🙋‍♀️ 240 20.09.29 4,817,927
공지 팁/유용/추천 더쿠에 쉽게 동영상을 올려보자 ! 3470 20.05.17 5,425,813
공지 팁/유용/추천 슬기로운 더쿠생활 : 더쿠 이용팁 3989 20.04.30 5,870,696
공지 팁/유용/추천 ◤스퀘어 공지◢ [9. 스퀘어 저격판 사용 금지(무통보 차단임)] 1236 18.08.31 10,718,364
모든 공지 확인하기()
1458569 이슈 처참한 모습의 서부지법 당직실 14 16:35 1,116
1458568 이슈 중국 슨스 샤오홍슈로 넘어갔다가 중국식 검열을 맛보는 중이라는 틱톡커들 4 16:34 1,182
1458567 이슈 무대에서 춤추는 인피니트 성규가 좋아 1 16:33 110
1458566 이슈 미국의 사례(의사당폭동) 16 16:28 1,922
1458565 이슈 낮에 보니 더 심각한 서울서부지법 30 16:26 4,436
1458564 이슈 시원시원하게 윤하의 오르트구름 말아주는 차다빈 16:25 274
1458563 이슈 한국 소설 안 읽는 이유가 이런거인 애들 있냐 73 16:24 5,913
1458562 이슈 서부지법 폭동에서 진보 유튜버 걸려서 폭도들이 폭행함 12 16:23 3,127
1458561 이슈 한국 팬들한테 반응 안좋은 라이즈 일본 팬미팅 전기의자 코너 92 16:22 6,679
1458560 이슈 내가 미용사면 이 손님한테 얼마 받을지 말해보는 글.jpg 34 16:19 3,212
1458559 이슈 갓세븐 인기가요 NEXT WEEK 8 16:19 564
1458558 이슈 해외는 이런 배송을 잘 안 하니까 15 16:16 3,021
1458557 이슈 지금 우리편 싹다 미국 넘어갔음ㅋㅋ 161 16:14 20,243
1458556 이슈 극우단톡방에서 폭력시위 좌파들이 주도했다고 하는중 264 16:12 13,989
1458555 이슈 동현이들의 119 폭동 트위터 모음.twt 10 16:11 3,603
1458554 이슈 일본 실트오른 자연임신 표현.jpg 140 16:10 15,719
1458553 이슈 명재현이 왜 올라운더인지 보여주는 영상.twt 7 16:08 1,182
1458552 이슈 스마일이모지 니트입고 이런말하는게 웃김 5 16:06 1,376
1458551 이슈 야알못 친구 옆에서 말문 막힘.x 40 16:06 2,885
1458550 이슈 러블리즈 종소리, NCT127 슈퍼휴먼, 스트레이 키즈 부작용, 권은비 글리치, 워너원 워너비 작곡 참여한 한국인 작곡가가 만들었다는 보컬로이드 노래.jpg 8 16:04 1,08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