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이슈 정치 참여는 공허함에 특효약이다
4,771 6
2024.12.13 02:26
4,771 6

 

하미나 <아무튼, 잠수> 저자

사회 격변 시기에 그 변화에 동참할 기회를 갖는 일은 행운이다. 대학 내에서 존경하던 스승에게 연달아 성폭력을 당하기 전까지 나는 그 행운을 누리지 못하고 살았다. 반복되는 성폭력은 모범생으로 지내온 나를 어리둥절하게 만들었고 종국에는 거리에서 소리치는 페미니스트 활동가가 되게 했다. 이후로 낯선 사람들로부터 공격과 비아냥을 받으며 지냈다.

당초 이 일들은 내 인생에 일어난 비극처럼 보였다. 시간이 흐를수록 이 일들이 인생에 어떤 영향을 준 것인지 분명해졌다. 스승을 상대로 한 몇년간의 재판은 압도적 권위를 가진 존재를 대상으로 싸워 이길 수도 있음을 알려줬다. 내가 그를 두려워했던 것처럼 그도 날 두려워할 수 있었다. 난 내 안의 힘을 발견했다.

한국 사회에서 가장 비호감인 정체성, 페미니스트라는 라벨링을 수용한다는 건 어떤 의미인가. 그것은 타인의 칭찬과 승인을 기준으로 더 이상 삶을 운용하지 않는다는 의미다. 나를 향한 오독에 점차 의연해진다는 의미다.

돈도, 경력도, 권력도, 심지어는 승리도 묘연한 활동가로 지낸 일은 세상에는 돈도, 경력도, 권력도, 심지어는 승리도 바라지 않고 자신이 믿는 가치를 위해 삶을 헌신하는 사람들이 있음을 알려줬다. 희망을 갖기 위해 희망이 되기로 한 사람들이었다.

이렇듯 광장은 평범한 개인을 정치적 주체로 탈바꿈시킨다. 시민으로서의 감각은 당연하게 누리던 것을 되돌아보게 한다. 불평을 하는 것과 실제로 사회를 변화시키는 일 사이의 거리감을 아득히 체감할 때, 보게 되는 것은 1㎜의 변화를 위해 애써온 사람들의 노고다. 그것은 뒤에 올 사람들을 향한 지극한 사랑이다. 보이지 않던 사랑을 보게 만드니, 어떻게 권하지 않을 수가 있을까?

상상해본다. 은둔한 청년이, 우울증 약을 먹던 여자가, 한을 품고 살던 엄마가, 알코올 중독이던 아빠가 스스로 만든 감옥에서 빠져나와 광장에서 자기의 이야기를 한다면. 아무리 돈을 벌고 성취를 이어가도 실은 외롭고 공허했노라고 고백한다면. 상처와 결핍을 변화를 이끌 힘으로 탈바꿈시킨다면. 그러면 도대체 어떤 세상을 만나게 될까? 나는 이들이 각자의 자리에서 증언해주기를, 나와 다른 이야기를 해주기를 기다린다.

추운 겨울 이어진 집회 현장을 보며 나는 건방지게도 한국이 세계의 희망은 아닐까 잠시 생각했다. 어두운 시기에도 춤을 추고 노래를 부르며 농담을 하는 사람들은 어떤 억압에도 노예화될 수 없는 사람들이다.

저작권 이슈로 이하 생략
전문 출처에서 읽어줘

 

 

https://naver.me/xX7kZRqM

목록 스크랩 (2)
댓글 6
댓글 더 보기
새 댓글 확인하기

번호 카테고리 제목 날짜 조회
이벤트 공지 💚더쿠X려💚 칙칙 뿌리면 뽕긋 살아나는 뿌리볼륨🌿 려 루트젠 뿌리볼류머 체험단 모집 207 00:05 6,952
공지 [공지] 언금 공지 해제 24.12.06 5,185,626
공지 📢📢【매우중요】 비밀번호 변경 권장 (현재 팝업 알림중) 24.04.09 12,439,713
공지 공지가 길다면 한번씩 눌러서 읽어주시면 됩니다. 23.11.01 13,147,610
공지 ◤더쿠 이용 규칙◢ [스퀘어 정치글은 정치 카테고리에] 20.04.29 35,743,014
공지 정치 [스퀘어게시판 정치 카테고리 추가 및 정치 제외 기능 추가] 25.07.22 1,119,718
공지 정보 더쿠 모바일에서 유튜브 링크 올릴때 주의할 점 785 21.08.23 8,573,765
공지 정보 나는 더쿠에서 움짤을 한 번이라도 올려본 적이 있다 🙋‍♀️ 271 20.09.29 7,484,443
공지 팁/유용/추천 더쿠에 쉽게 동영상을 올려보자 ! 3623 20.05.17 8,691,317
공지 팁/유용/추천 슬기로운 더쿠생활 : 더쿠 이용팁 4021 20.04.30 8,584,502
공지 팁/유용/추천 ◤스퀘어 공지◢ [9. 스퀘어 저격판 사용 금지(무통보 차단임)] 1236 18.08.31 14,540,714
모든 공지 확인하기()
3071058 기사/뉴스 [속보] 80대 운전 승용차에 치여… 마트 앞 60대 얼굴 골절 중상 병원 이송 2 17:52 211
3071057 이슈 샘 알트먼의 기본소득 실험결과는 어떻게 나왔을까? 17:52 192
3071056 이슈 단 한명 민원탓에... ‘당일치기’된 수학여행 3 17:51 276
3071055 기사/뉴스 [2026칸] 나홍진 ‘호프’로 10년만 귀환…장르 실험의 최전선 [IS리뷰] 17:50 48
3071054 이슈 광주에서 버스 탔는데 공짜래.jpg 31 17:49 1,643
3071053 기사/뉴스 삼성전자 노사, 법원 '파업금지 인력범위' 두고 의견차이 17:49 102
3071052 이슈 FT) 출산율이 전세계적으로 동시에 감소하고 있는 이유는? 4 17:49 378
3071051 유머 30대 직장인 단톡방 4 17:49 743
3071050 이슈 모지리 분장했는데 찰떡같이 어울려버린 포레스텔라 고우림 3 17:48 286
3071049 기사/뉴스 [기획] 박지훈은 왜 눈빛 하나에도 ‘서사’가 붙을까 2 17:47 193
3071048 이슈 로마노 : 무리뉴 레알마드리드 감독직 복귀 HERE WE GO 7 17:47 149
3071047 팁/유용/추천 근처 카레 가게에서 라씨 엄청 시켰더니 인도인 직원분이 레시피 알려줌 23 17:45 2,778
3071046 기사/뉴스 ‘독도’ 그려진 대동여지도, 70년만에 경매 1 17:45 497
3071045 이슈 당신이 20대라면?? 17:45 217
3071044 이슈 오늘 저녁 8:30 다큐3일 동물 보호,입양센터편임 17:44 228
3071043 유머 요즘 두산팬들 사이에서 제발 내 귀에서 빼달라고 난리난 그 노래....twt 11 17:44 1,448
3071042 이슈 우리회사에 성범죄자 있다 24 17:43 2,568
3071041 유머 내 친구 모솔이고 얘가 좋아하는 남자애도 모솔인데... 13 17:40 1,977
3071040 이슈 마약하다 끊었는데 온몸이 아파 9 17:40 2,567
3071039 이슈 2030세대의 정말 잘못된 소비습관 47 17:39 3,692